감정지능 다음으로 관심을 끈 것은 도덕지능(moral intelligence)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Sigmumd Freud)에 의하면, 우리의 마음은 세 가지 요소, 즉 본능적 욕구(이드), 자아, 그리고 초자아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지능과 거칠게 비유해 보자면 감정지능은 욕구, 일반지능은 자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본능과 자아만으로는 사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다른 동물들도 감정과 생존욕구를 가지고 있고 자손번식의 욕구도 역시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욕구를 현실에서 만족시킬 방안을 찾아가는 자아를 가지고 있다.
본능 욕구(이드) 자아 초자아로 구성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바로 초자아라고 부르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초자아는 전통적 가치관과 도덕과 양심이다. 초자아는 이드의 본능적 충동을 억제하고 자아가 현실적인 목표 대신에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를 추구하도록 만든다. 도덕원리 혹은 당위원리에 따르며,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또 어떤 것을 해야 하고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등을 판단한다.
도덕지능은 바로 초자아가 얼마가 강하고 효과적으로 본능적 욕구나 지나친 현실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능의 발달에는 프로이트를 비롯한 성격심리학자들과 매슬로(Abraham Maslow)나 로저스(Carl Rogers) 등의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이 주창하고 있는 성숙한 인격의 구성요소들을 망라하고 있다. 일반 지능이나 감정지능 도덕지능 중 어느 하나가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들 지능은 서로 조화를 이루어 건강하고 성숙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이 지능들은 모두 우리의 내적인 성숙을 이루기 위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각 개인의 내적 성숙은 주위 사람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면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자기가 사는 익숙한 삶의 방식과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조화가 앞으로는 더욱 중요해진다. 불과 몇 세기 전만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성장하고 배우자를 만나 가족을 꾸리고 살아갔다. 살아가는 방식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대로 생활했으며 또한 자손들에게도 그대로 전수(傳授)하였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관광이나 사업 때문에 국내 여행은 물론이고 해외여행도 빈번하게 다니게 된다. 또 여행을 가지는 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신과 다른 문화와의 접촉이 빈번해진다. 그러므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는 삶을 풍부하게 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필수적인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변화 때문에 문화지능(cultural intelligence)이 새로운 지능으로 중요하게 대두된다. 문화지능이란 '새로운 문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해당 문화에 대해 학습하여 점차 그 문화에 동화되는 사고를 형성하고, 능숙하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지능이 높은 사람은 자기와 다른 사람의 차별점을 잘 파악하고,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을 잘 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문화지능이 높은 사람은 한 개인뿐만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집단원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과 그 집단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
'문화(文化)'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하지만 편의상 문화를 '한 사회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활 방식'이라고 정의한다면, 한 사회나 조직원들이 함께 배우고 공통으로 가지게 되는 풍습, 도덕, 종교와 같은 것들이 문화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각각의 사회나 조직은 왜 다른 조직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게 되는 것일까?문화는 한 사회나 조직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제일 효과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되어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국가에 속해 있다고 할지라도 생활하는 환경에 따라 다른 하위문화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나라에서도 '농촌문화'와 '어촌문화'가 다르게 형성된다. 왜냐하면 농사를 지으며 농촌에서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 고기를 잡으며 어촌에서 살아가는 방식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상 급변속 문화지능 새롭게 대두
다른 문화 이해하고 적절히 행동
세계 문화가 다양하다는 것은 주어진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생존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에서는 소를 신성시하고 절대로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반면에 인접국가인 파키스탄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가? 간단하게 말하면, 두 나라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 문화는 그 문화의 독특한 환경과 역사적•사회적 상황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런 견해를 '문화상대주의'라고 부른다. 문화상대주의에 의하면, 각 사회나 조직의 문화는 서로 상대적인 측면들을 가지고 있으며, 문화적 가치들은 그 사회관계적 조건에 따라 각각의 고유한 의미를 지니고 그에 따라 각기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는 윤리 가치를 형성한다. 따라서 "문화는 역사다."
필자가 유학했던 시카고(Chicago)의 하이드파크(Hyde Park) 지역에는 교회가 다섯 개가 있었다. 그런데 한국과는 다르게 이 다섯 교회가 8월 한 달 동안 모두 문을 닫았다. 그리고 시카고대학 교회에서만 예배를 보았다. 하이드파크에서 일요일에 예배를 보고 싶은 주민들은 대학 교회에서 보는 예배에 참석했다. 처음에는 교회가 한 달 동안 문을 닫고 방학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8월에는 주민들이 대부분 휴가를 가기 때문에 소수의 교인들을 위해 각 교회가 문을 여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설명을 듣고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 했던 적이 있다. 낯선 느낌은 여전했다. 그리고 9월이 되자 다섯 교회가 다시 문을 열고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시카고대학 교회는 9월 한 달간 방학을 했다.
단일 민족임을 자랑하는 우리는 우리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문화들을 처음 접할 때 생소하고 어색하고 동시에 배타적이 되기 쉽다.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 인도인들을 보며 '더럽고 미개하다'고 경원하거나 화장실에 휴지가 없는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면서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처음 접하는 다른 문화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문화의 영역에서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단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문화지능은 더욱 더 중요해질 것이다. 바야흐로 문화지능의 시대가 도래했다.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