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 제약‧의료기기업계는 왜 복지부에 ‘지출보고서’를 내야 할까?

보건복지부가 제약‧의료기기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경제적 이익 등의 제공 내역에 관한 지출보고서'를 일부 업체에 요청했다. 관련 업계는 긴장 속에서도 시장 내 투명성과 윤리성이 강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18년 1월 지출보고서 작성을 의무화 했다. 이 제도는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인 '선샤인액트(Sunshine-Act)'와 유사해 한국의 선샤인액트라 불린다. 리베이트 근절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가 의료인 등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을 체계적으로 관리·보관해야 하고 복지부는 이를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복지부는 제도를 도입한 후 지금까지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에 지출보고서 제출을 요청한 적은 없다. 그러나 지난달 말 일부 제약사와 의료기기업체에 지출보고서 제출을 통보했다. 업계에 따르면 통보받은 제약사와 의료기기업체는 총 37곳이다. 다만 복지부는 선정기준과 기업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제출 요청을 받은 업체는 이달 말까지 지출보고서를 복지부에 보내야 한다. 제출보고서에는 의사나 의료인에 제공한 견본품, 학회 참가비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복지부는 제출받은 지출보고서를 즉각 검토한다는 계획이며 미제출 시에는 법적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또 이번 제출이 마무리되면 다음 달 2차 제출 요청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제출보고서 제출이 본격화 되면서 큰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관련 업계는 긴장한 모습이다. 제출을 요청받은 업체가 불공정행위를 지속한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복지부의 검토 후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업계 전체로 제출 요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를 바탕으로 제약·의료기기업계에 윤리성과 투명성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기울인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제약업계는 그동안 따라다닌 불법 리베이트라는 꼬리표를 떼버리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도 시행 후 첫 제출 요청이고 복지부가 점검 결과를 중심으로 관계법령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에 업계 전반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업계에 잔존한 불법 리베이트를 뿌리뽑자는 분위기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