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화(金娟和, Kim Yeun Hwa)는 김성균(부), 김기정(모)의 1남(김현호) 1녀 중 장녀로 경오년 십이월 안양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삼봉초, 연현중, 계원예고, 동덕여대와 대학원을 졸업(석사)하고 동 대학원 무용융합콘텐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는 세종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정재만의 제자인 어머니는 한국무용 전공의 무용학원(안양세종무용학원) 원장, 아버지는 음악에 조예가 깊은 대학가요제 출신 드럼연주자였다.
연화의 스승들은 김기정 선생으로부터 시작되며 전통 호흡과 기본기를 탄탄히 배웠다. 모친은 즐기면서 기본기를 탄탄히 하는 교육철학을 강조했다. 이 학원 출신 무용가들은 국립무용단의 이요음, 국립국악원의 이윤정, 무트댄스의 김민정, 세컨드윈드 스테이지의 안지형 등이다. 연화는 계원예고로 진학해 김호은 선생으로부터 신무용과 기본기, 무트댄스 출신의 김영란 선생으로부터 호흡 기본과 창작 춤사위 등을 배우고 출연작을 감상하며 안목을 넓히게 되었다.
연화는 자신의 안무작에서 음악을 직접 편집, 제작, 작곡하기에 이르렀다, 조금씩 음악을 만들다가 2016년부터 자신의 모든 작품의 음악을 작곡해오고 있다. 조부의 교육법에 따라 연화는 해외 배낭여행 가기(어렸을 때부터), 라디오 만들기(서울과학관), 종이 한 장으로 암기하기와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조부는 가족의 일상을 늘 캠코더로 기록했다. 그 경험은 그녀가 무용 외 장르를 시도할 때 두려움 없이 대하는 용기의 원천이다.
스승 김기정 선생에서 시작 전통 호흡과 기본기 탄탄히 배워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접목…본인 안무작 음악 직접 편집 제작
어머니 덕에 어렸을 때부터 경험한 춤과 미술, 음악(바이올린, 피아노, 성악) 공부는 다양한 예술적 재능을 가질 수 있도록 지금의 그녀를 만든 기초공사였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에 다양한 예술을 접목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그녀는 작은 소품부터 의상까지 전문가와 같이 디자인하며 협업하는 것을 즐긴다. 삼 년 전부터는 동료들의 작품음악도 맡아 편곡, 작곡하고 있으며, ‘project lotus’라는 이름으로 춤추는 작곡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삶의 한가운데서 만나는 문학적 사유인 <빨래는 하셨습니까?>에서는 그녀가 직접 무대 영상을 만들어 안무한 춤과 같은 결을 가질 수 있도록 의도하였고 마지막 장면에서 피아노 연주로 작품의 전달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직 시도 단계이고 더 배워야 할 것들이 많으나 조금씩 정진하며 작품 전달력과 감정 공유에 집중하여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라고 말한다. 연화는 <로마의 휴일>을 색감이 들어가 있다고 느낄 정도로 영화와 음악에 빠져있다.
학교와 관련된 작품 말고, 김연화가 처음으로 안무가展에 나가며 자신의 이름으로 참가했던 작품이 2인무 <등사>(燈絲, Filament)이다. ‘더 치열하게 살다 죽겠습니다.’라는 ‘생명’에 태도, 수명이 다한 전구의 깜박거림을 보며 우리 몸과 필라멘트를 대비시킨 작품, 필라멘트의 내부 도입선의 이미지는 듀엣 작품을 떠올렸고, 안무가展 첫 출품작은 안무가상을 타며 그해에만 5회 재공연하게 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그녀가 꼽는 대표 안무작 10선은 물에 빠지기 싫은 심청의 마음을 담은 <But the, 심청>(2014 동덕여자대학교 석사 정기공연 동덕여자대학교 코튼홀), 더 치열하게 살다 죽고 싶다고 한 사람의 생명에 관한 고찰인 <등사>(2015 차세대 안무가 페스티벌 두리춤터), 최근 여자의 사회적 지위 상승에 대한 역사적 당위성을 고찰한 <Careful>(2015 동덕여자대학교 석사 졸업 공연 동덕여자대학교 코튼홀), 아이패드 속 ‘시리’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뉴미디어 시대의 제3의 관계를 제시한 <초-안녕>(2016 드림앤비전페스티벌 포스트극장), 과거부터 지금까지 기본 수련을 반복하는 우리의 삶이란 무한한가에 대한 탐구인 <동시대적, 생>(2017 한국무용제전 소극장 페스티벌 강동아트센터), 지금을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미세먼지, 지구적 환경문제와 대면하는 <찬 바라미>(2018 ICAF 프놈펜 국제학술대회 공연학술 부문 왕립예술학교극장 초연 및 2019 La Dance festival Fringe stage Diavolo theatre에서 공연), 30이 된 여성예술가가 엄마를 바라본 여자의 이야기 <빨래는 하셨습니까?>이다.
음악 중시의 김연화를 움직인 최신작은 공연예술로서 국립현대미술관의 다원예술2018 전시회였다. 미술관 한복판에서 음악이 강조된 케이르스마커(로사스)의 안무작 <파제, 스티브 라이히 음악에 대한 네 가지 움직임 중 3부 ‘바이올린 페이즈’>였다. 무용공연을 보며 가슴 벅차고 손에서 땀이 나는 경험, 음악과 무용, 전시관과 하얀 운동화·원피스·모래가루, 모든 박자가 완벽했고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까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완벽한 동작과 정갈한 몸매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으로 그려지는 하얀 모래 속 당찬 발놀림은 완벽 자체로 느꼈다고 한다.
김연화는 휘몰아쳤던 공연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될 때쯤 한 번씩 기분이 블루해짐을 느낀다. 예술가로서 성공하지 못하거나 재능보단 의지만으로 이어가는 느낌이 들 때 혹은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른 존재로 느껴질 때 ‘힙합’ 음악을 듣는다. 로꼬의 <너도>, 송민호의 <겁>, 창모의 <마에스트로>, 비와이의 <The Time Goes On>, 배치기의 <현관을 열면> 등 가사를 음미하고 음악을 타며 몸과 심장을 움직이게 하면서 현실을 잊으며 위로를 받는다. 그녀는 제6회 온나라 궁중무용경연대회 국립국악원장상(2011), 차세대안무가페스티벌 안무상 <등사>(2015), 제31회 한국무용제전 소극장 페스티벌 우수안무상 <동시대적, 생>(2017), ICAF 프놈펜 국제학술심포지엄 우수공연학술상 <찬 바라미>(2018), LA DANCE FESTIVAL Fringe showcases <찬 바라미> 초청공연(2019)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김연화, 영화만큼 재미있고 책보다 감동적이며 인접 장르 예술에 뒤지지 않는 예술적 가치를 소지한 창작품을 만들고 있는 미래의 한류스타 안무가이다. 늘 모든 감각을 열어두고 전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 안무가, 두 팔 벌려 안아줄, 그 마음을 어루만져줄, 추는 이를 다독여줄 그런 공연을 만들고자 한다. 그녀는 말하고 싶은 것을 춤으로 표현할 수 있고 상상이 실현되게 하는 춤 세상이 되도록 정진하는 춤작가가 되고자 한다. 유튜브의 ‘스스로여나’에서 대중과 소통하고 무용을 알리는 작업은 그녀의 작품과 그녀의 춤의지를 살피는 좋은 척도가 될 것이다. 그녀의 춤길이 의미있는 꽃길이 되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