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전해진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빈폴스포츠' 사업을 정리 소식은 패션업계에 불안감을 불러왔다. 삼성물산이 매출이 1000억 원 규모인 빈폴스포츠를 접는다는 것은 그만큼 아웃도어 시장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웃도어 '붐'이 잠잠해진 것은 약 5년째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매출은 2014년 7조 1600억 원으로 정점을 찍고 2018년 2조 5524억 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는 온화한 겨울 날씨로 롱패딩 매출이 줄어 실적은 더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분기 적자전환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스포츠 정리 외에도 '빈폴액세서리'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돌린다. 임원들은 다음 달부터 10~15%가량의 임금을 반납하며 긴급경영에 들어간다. 직원들의 근무체계는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주 4일로 변경되며 임금 삭감 가능성도 커졌다.
이런 현상은 삼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LF는 10~20대를 주요 소비자층으로 설정하고, '유스(Youth)' 라인 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를 정리하고 스트리트 브랜드 '챔피온'을 론칭했다. '질바이질스튜어트'의 백화점 매장도 정리하고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다. LF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3월 이후 임원진 급여를 30% 반납하는 긴급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주요 패션기업이 하나둘씩 브랜드를 정리하고 긴급경영에 들어가면서 패션업계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향수와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고, 패션 외길을 걷던 한섬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고, 에프엘알코리아의 '지유'가 2년 만에 한국 시장을 철수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패션 시장의 급속한 냉각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등산이나 캠핑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상황이지만, 아웃도어 브랜드는 계절이나 유행에 취약해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워 한다"면서 "확고하게 자리 잡은 몇몇 브랜드 빼고는 정리 수순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