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숙이(許淑伊, Heo Sook-lee)는 아버지 허원정, 어머니 김사분의 4남 1녀 중 넷째로 임인년 시월에 태어났다. 서울의 남쪽의 허씨 일가는 엄한 부계 중심의 가정교육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나이 차 없는 오빠에게도 반말은 금물인 가족 틈에서 자연은 친구였고, 그 공간에 등장하는 피사체는 상상을 자극하는 도구가 되었다. 허숙이 작가의 중심 주제는 여전히 사계를 감싸고 있는 자연과 그에 따르는 자연현상이며, 구상 같은 추상이 작가의 내면을 반영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작가는 결혼 전부터 자신의 그림 작업을 좋아하는 부군 김 억의 성원과 격려로 좋아하는 예작(藝作)을 수행한다. 작가의 성격을 반쪽씩 나누어 가진 듯한 두 아들, 그들이 또 아이를 낳을 때까지 작가의 그림 작업도 성숙으로 치닫고 있다. 큰아들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고, 작은아들은 예술적 건축에 관심이 많다. 작가의 작품들은 은연중에 빛과 기상이 조율해내는 자연의 균형처럼 ‘가화만사성’을 실천하자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중심주제는 사계 감싸는 자연현상
구상 같은 추상이 작가 내면 반영
허숙이의 그림 작업은 타 작가와 달리 한참 늦게 시작되었다. 그녀의 도제적 화작(畵作) 수련과 학습에 작고한 윤재우 화백과 박상윤 화백이 도움을 주었다. 그녀의 개성적 색채 구성은 독창적이며 스스로 습득한 선호색 중심으로 배치되고 짜여있다. 자연의 다양한 빛은 고단한 현대인들을 위한 치유의 선물이다. 작가는 초대전 및 개인전 10회 이상, 아트페어 10회 이상, 단체전 100회 이상을 기록했으며, 제30·36회 대한미술대전(국전) 특선 및 입선을 다수했다.
작가의 심성을 간파하는 척도로서 공연작품을 들 수 있다. 허숙이는 ‘죽어서도 버리지 못하는 열망’에 관한 이야기인 에이브 브라우스작 윤석화 열연의 <선인장 꽃>에 깊은 감동을 한 적이 있다. <아가씨와 건달들>로 친숙한 이 작품은 우리 사회의 호감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웃어넘길 수 있도록 보이지만, 결코 쉽게 넘길 수 없는 탄탄한 구성력과 내공으로 이 세상의 모든 피조물의 선성(善性)을 일깨우고 보살피면 선인장처럼 꽃을 피운다는 내용이다.
허숙이의 작품은 작가의 성격처럼 밝고 수맥이 통하는 느낌이다. 작가는 때로 부드러운 추억의 올드팝을 들으며 하염없이 과거로의 여행을 즐긴다. 작업이 잘 풀리지 않으면 그림을 잊고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우울을 털어낼 방안을 모색한다. 작가가 자연이라는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초월적이거나 종교적 경지에 맞닿은 것이라서 타인과 차별성을 갖는다. 그녀는 기능적 색채로 대했던 철없던 초기작들을 보며 초심을 기억해내고 교훈으로 삼는다.
홍대 미술교육원에서 탄탄한 학습
佛 드루오 포르마시옹 과정 수료
작가는 자연의 순환과 색채, 풍경을 즐기면서, 그 사이를 오가는 존재인 바람을 포착한다. 그래서 자연이 전해주는 무심하고도 강렬한 치유의 색을 어루만지며 유유히 사라지는 바람을 색채로 표현한다. 추상적 표면은 깊이 있는 감을 구축한다. 그림 속 ‘발바닥’은 인간의 흔적이며, ‘날아가는 새’는 자연을 상징하는 이미지이다. 꽃·나무·바람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인간이 떠나간 자리에 자연이 다시 돌아와서 정화시켜 주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다.
자연과의 소통 방식을 과감한 표현과 스타일로 독창적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허숙이는 해외의 뉴욕 아트페어(뉴욕 엑스포 2회 참가), 루브르 아트페어(루브르 박물관), 앙데팡당展(그랑팔레 파리), 퀼른 아트페어(독일)나 한국의 소아프(코엑스), 서울 아트쇼(코엑스), 핑크 아트폐어(코엑스 호텔), 조형 아트페어(코엑스), 부산 국제아트쇼(벡스코), 대구 아트페어(대구 백스코) 등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활동해왔다. 그녀는 선(線)을 중시하고 음악적 율동감과 조응에 관심을 두는 서양화가이다.
작가 허숙이는 마음을 조형한 색채를 회화적으로 표현한다. 그녀는 작가에게 요구되는 능수능란한 기교는 물론 ‘내 안의 풍경’적 서정성을 존중한다. 작가의 섬세한 디테일은 반사광 밑에 깔려 있는 구조를 강조한 현대회화의 아버지 폴 세잔의 풍경 이미지와 유사점이 있다. 작가 허숙이는 현재 한국미협, 서울미협, 국제앙드로말로협회, 글로벌저작권자보호협회(ADAGP), 자연동인회, 상록회의 회원으로서 특정 장르에 안주하지 않고 왕성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 허숙이는 스스로 정한 학습이 마무리되면, 종교 안에서 봉사하는 화가가 되고자 한다. 작가는 메시지 전달 기교를 자유로이 구사하면서 강렬한 내적 에너지를 삶의 긍정 에너지로 바꾸어 왔다. 작가의 명상적 회화는 자연에 다가서서 ‘비움’에 가까이 가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허숙이, 상실의 공간에서 구도를 잡고 화평의 색을 배합하고 보이지 않는 따사로운 심성을 소지하고 있다. 주변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화평하기를 기원하는 서양화가로서 그녀가 지금 하고 있는 그림 작업들로 K-Artist(한류스타)의 다양한 역할을 잘 수행하며 성과있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