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정글이 따로 없네잉” 60대 이상의 어르신 3~4명이 에스컬레이터에서 올라오면서 말했다. 그들은 짐이 가득 든 장바구니를 양손에 들고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어르신들이 그렇게 표현한 이유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지하 3층 노브랜드 매장에서 근무하는 변 모 씨는 “어제보다는 방문객 수가 많이 줄었다. 냉장·냉동 식품이 있는 지하 1, 2층에 고객이 몰려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ㅊ’ 판매대에서 상품 홍보를 담당하는 직원 박 모 씨는 “이마트 직원들 규모가 한정적이라 협력사 직원들이 힘을 보태 일하고 있다. 카트를 끌고 다니며 물품을 진열하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타 대형마트 매장과 비교해 가장 눈에 띈 점은 상품을 담는 카트가 없다는 점이었다. 회색 플라스틱 바구니만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계산대 직원은 “매장이 워낙 좁아 이동의 효율을 위해 카트를 도입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층 매장으로 가는 유일한 수단인 에스컬레이터는 매장 반 바퀴를 빙 두르도록 설계돼 있어 불편함을 더했다. 복잡한 동선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고객들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무인 셀프 계산대인 ‘바로 계산대’는 지하 1, 2층에 각 5개씩 있고 캐셔가 있는 계산대는 1대뿐이다. 화장실은 지하 1층 고객만족센터 바로 옆에 있다. 계산대와 화장실 둘 다 구석진 곳에 있어 찾는 데 한참이 걸렸다.
주류 전문 매장, 수산물 특화 매장, 피코크 제품 판매대 등 이마트의 강점을 살린 코너도 보였다. 그러나 사람에 떠밀리느라 지치다 보니 ‘서둘러 나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맴돌았다. 대형마트가 아닌, 오일장인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서대문구 거주 고객 김 모 씨(40대 남성)는 "나는 지하 1층에서, 아내는 지하 2층에서 따로 장을 봤다. 오래 머물 수 있는 매장은 아닌 것 같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물건을 사는 데만 몰입할 수밖에 없는 신촌점의 구조적 특징은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최근의 대형마트 흐름과 상반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이마트의 관계자는 “매장은 협소하지만, 입지적 장점이 뚜렷해 발전 가능성을 보고 입점했다. 대학가인 것은 물론, 상권과 주택가가 발달해있고 역과 인접해 직장인·대학생의 수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뚜벅이’들이 간단히 장을 볼 수 있게 만든 효율화된 점포라 이마트타운 월계점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