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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마트 신촌점, 무엇을 위한 '효율화 점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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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마트 신촌점, 무엇을 위한 '효율화 점포'인가

"좁고 동선 혼잡해"…고객 불편 가중

이마트 신촌점 지하 1층 출입구 모습. 지하 1층외에도 지하 2층에 지하철 신촌점과 연결된 출입구가 있다. 사진=손민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이마트 신촌점 지하 1층 출입구 모습. 지하 1층외에도 지하 2층에 지하철 신촌점과 연결된 출입구가 있다. 사진=손민지 기자
이달 16일 문을 연 이마트 신촌점은 이마트의 159번째 점포이자 약 16개월 만에 선보인 신규 점포다. 지하철 신촌역 8번 출구와 연결(지하 2층 매장 입구)돼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실수로 출구를 잘못 내린 기자는 또 다른 입구인 그랜드플라자 건물 1층 신발 브랜드 슈펜매장의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아따, 정글이 따로 없네잉” 60대 이상의 어르신 3~4명이 에스컬레이터에서 올라오면서 말했다. 그들은 짐이 가득 든 장바구니를 양손에 들고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어르신들이 그렇게 표현한 이유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개점 하루 다음 날(17일) 방문이었음에도 신촌점은 ‘전쟁통’을 방불케 할 만큼 붐볐다. 천장도 낮고 이동 통로나 입구가 좁아 전체적으로 갑갑한 느낌이 컸다. 여기에 초록색 카트를 끄는 직원들, 고객들 길 안내를 하기 위해 서 있는 이마트 직원들까지 더해져 정신이 없었다. 지하 1층부터 지하 3층까지 3개 층으로 설계된 신촌점의 총면적(1884㎡)은 올해 5월 이마트타운으로 새로 단장한 월계점 규모(1만9173㎡)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지하 3층 노브랜드 매장에서 근무하는 변 모 씨는 “어제보다는 방문객 수가 많이 줄었다. 냉장·냉동 식품이 있는 지하 1, 2층에 고객이 몰려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ㅊ’ 판매대에서 상품 홍보를 담당하는 직원 박 모 씨는 “이마트 직원들 규모가 한정적이라 협력사 직원들이 힘을 보태 일하고 있다. 카트를 끌고 다니며 물품을 진열하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이마트 신촌점 지하 1층 매장에 있는 '바로 계산대'. 바로 옆에 있는 고객만족센터를 찾은 고객들과 동선이 겹쳐 혼잡했다. 사진=손민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이마트 신촌점 지하 1층 매장에 있는 '바로 계산대'. 바로 옆에 있는 고객만족센터를 찾은 고객들과 동선이 겹쳐 혼잡했다. 사진=손민지 기자.


타 대형마트 매장과 비교해 가장 눈에 띈 점은 상품을 담는 카트가 없다는 점이었다. 회색 플라스틱 바구니만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계산대 직원은 “매장이 워낙 좁아 이동의 효율을 위해 카트를 도입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층 매장으로 가는 유일한 수단인 에스컬레이터는 매장 반 바퀴를 빙 두르도록 설계돼 있어 불편함을 더했다. 복잡한 동선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고객들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무인 셀프 계산대인 ‘바로 계산대’는 지하 1, 2층에 각 5개씩 있고 캐셔가 있는 계산대는 1대뿐이다. 화장실은 지하 1층 고객만족센터 바로 옆에 있다. 계산대와 화장실 둘 다 구석진 곳에 있어 찾는 데 한참이 걸렸다.

주류 전문 매장, 수산물 특화 매장, 피코크 제품 판매대 등 이마트의 강점을 살린 코너도 보였다. 그러나 사람에 떠밀리느라 지치다 보니 ‘서둘러 나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맴돌았다. 대형마트가 아닌, 오일장인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서대문구 거주 고객 김 모 씨(40대 남성)는 "나는 지하 1층에서, 아내는 지하 2층에서 따로 장을 봤다. 오래 머물 수 있는 매장은 아닌 것 같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물건을 사는 데만 몰입할 수밖에 없는 신촌점의 구조적 특징은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최근의 대형마트 흐름과 상반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이마트의 관계자는 “매장은 협소하지만, 입지적 장점이 뚜렷해 발전 가능성을 보고 입점했다. 대학가인 것은 물론, 상권과 주택가가 발달해있고 역과 인접해 직장인·대학생의 수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뚜벅이’들이 간단히 장을 볼 수 있게 만든 효율화된 점포라 이마트타운 월계점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