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아(金眞雅, Kim Jin A)는 을축년 구월(음) 아버지 김장군, 어머니 심미자의 1남 1녀 중 누나로 수려한 풍광의 목포에서 출생했다. 유치원 무용에서 시작된 그녀의 춤은 오늘에까지 이른다. 김진아는 상동초등, 목포여중, 전남예고를 거쳐 단국대학교 무용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외유내강(外柔內剛), 유능제강(柔能制强)을 가슴에 새기고, 예고 시절 한미정 선생에게서 한영숙류 승무, 김은경 선생에게서 이매방류 춤을 배웠다.
유치원서 시작한 무용 현재에 이르러
예고시절 이매방류로 춤의 참맛 배워
김진아는 대학 입학 후, 스승 김선정 교수로부터 “춤은 언제나 인간의 진솔한 본질에서 나온다. 마음이 바르고 올곧아야 훌륭한 춤이 나온다.”라고 교육을 받았다. 그녀의 주변에는 김진아의 안무적 재능을 확인하고, ‘도전하라’라고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김종덕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 이사장, 황재섭(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안무가가 있다. 그녀는 2010년 6월 입단한 천안시립무용단 상임 단원이며, 안무가로서도 왕성하게 대내외 활동을 소화해내고 있다.
김진아가 본격적 안무자로 나선 것은 2017년 SCF(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에 도전하면서부터이다. 너른 세상으로 나가는 길을 열어준 또 한 분의 은사는 한국현대무용진흥회의 육완순 이사장이다. 그 기회로 인해 많은 수상과 해외초청공연을 하게 된다. <살:sal>은 그녀를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만들었고, 이전 안무작을 거쳐 <살:sal>에 이르면 그녀의 안무 빛깔은 짙어진다. 그녀가 매일 한계에 봉착하고 넘어서고자 하는 과정은 수도승의 고행에 견주어진다.
안무가로 왕성하게 대내외 활동 소화
외로움·질투·욕망 춤을 추며 지워내
춤꾼 김진아는 이런 성장통을 느끼고 나아갈 수 있음에 늘 감사해하며, 올곧은 춤 길에는 동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춤을 추면서 자신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인간이 본원적으로 가지고 있는 외로움, 질투, 욕망 등의 감정을 춤을 추면서 지워낸다. 그녀의 춤은 자기 삶의 양태를 반영한다. 기교적 아름다움과 진정성이 있는 춤은 경쟁적 점수에는 미약하지만, 진정성을 얻는다. 그녀는 단 한 장면이라도 울림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자 애쓴다.
김진아는 올해 「춤」지 6월호에 ‘춤의 얼굴’로 선정되었다. 최근 그녀의 활동을 살펴본다. 2019년: SCF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봄봄.BOM> 공연, 핀란드 국제댄스 갈라와 탬퍼 댄스 갈라 공연 초청작 선정, 2018년: 댄스비전 ‘베스트 댄서상’ 수상, ‘더 무브 초이스’ 주목받는 차세대 무용가 5인 선정, ONE DANCE WEEK/불가리아 플로디비브 <살:sal> 초청공연 및 최우수작품 선정, 이스라엘 수잔 데랄 센터(Suzanne Dellal Center) <살:sal> 초청공연,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 ’동아시아무용플랫폼’ <후즈넥스트 헝가리> 초청공연 선정, 제10회 국제신인작가전 안무상, 제13회 한·중 국제무용경연대회 지도자상, 2017년: SCF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심사위원장상, 핀란드·이스라엘·프랑스 초청작으로 선정되었다.
김진아는 한국현대무용진흥회과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의 이사를 맡고 있다. 그녀는 이번 생은 춤 벗들과 함께 수많은 봄을 맞이하고, 여한없이 춤추면서 보내고, 다음 생은 관객으로서 무용을 즐기면서 살고자 한다. 다수의 출연작을 제외하고, 그녀의 대표 안무작은 제목에 신경을 써야 하는 <봄봄.BOM>, <살:sal>, <생각할 思>이다. 그녀는 유능제강(柔能制强)을 염두에 두고 크리틱 초이스에 <침묵의 봄>을 상제(上題)하면서 자신의 건재를 알렸다.
<봄봄.BOM>: 한국 창작춤의 미적 전통을 보여주는 사위와 디딤의 우아함, 헌화는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한다. 에지오 보소의 선율이 감정을 조율해내며 5인무는 사랑에 얽힌 ‘젊은 날의 초상’을 전개한다. 색조 사용의 대범함이 돋보이는 황홀을 연출한 작품이다. <살:sal>: 인간사 곳곳을 맴도는 ‘살’을 채집하고, 감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촘촘한 구성과 무대화가 뛰어나고, 기교적·역동적 움직임을 돋보이게 하는 민중적 복식, 시각적 비주얼, 조명이 두드러진다.
진정성 있는 춤은 경쟁적 점수엔 미약
단 한 장면이라도 울림 주는 작품 노력
<생각할 思>: 「빛나고, 낯설고, 두렵다」를 명제에 얹은 자신을 성찰하며 사랑, 평화, 희망을 구가한다. 영화적 발상으로 감정을 공유하는 음악사용과 이미지화된 컷의 연결로 장면을 만들고 움직임을 입힌다. 살아서 존재한다는 놀라움을 느끼게 하는 봄은 해마다 그리움으로 남을 것 같다.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동인(動因)으로 하여 인간이 만든 질병에 기인하여 새들의 소리가 사라진 봄을 설정, 자연과 인간의 공존 세상을 염원한다.
김진아, 피나 바우쉬처럼 무대에 자연을 옮겨오고, 소담한 인생사를 담아내고자 하는 신진안무가이다. 피나처럼 세계의 도시와 국가를 무대로 한 ‘시티투어’ 창작 시리즈를 만들어 미지의 세상을 알아가고 싶은 호기심 많은 K-댄서이다. 그녀가 지금처럼 누구의 시선과 득점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개성을 지닌 창작 전통을 견지한다면 시대와 장소를 떠나 공연되는 작품을 남길 것이다. 큰 꿈일 수 있지만, 그녀는 전 장르를 아우르며 영향력을 미치는 부퍼탈같은 무용단을 만들어 우리 춤의 품격을 상승시키고자 한다. 그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