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농심 관계자에 따르면 농심 미국법인은 올해 상반기(1~6월) 1억 6400만 달러(약 1968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 대비 35% 성장했다.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최대 매출이다. 이는 미국 판매 실적은 'K-푸드' 열풍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간편식품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상반기는 미국에서의 활약이 눈부셨다. 지난 6월 미국 매체 뉴욕타임즈의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는 셰프와 작가, 평론가 등 7명의 전문가들이 추천한 라면을 후보로 직접 맛보고 평가해 순위를 매긴 ‘세계 최고의 라면 BEST 11’을 발표했다. 신라면 블랙은 이 리스트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농심의 미국 시장 공략은 크게 ▲고품질의 프리미엄 제품 공급 ▲'한국의 맛'을 그대로 가져간 맛의 차별화 ▲선택과 집중의 영업 방식이다.
농심은 해외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한다. 소득수준이 높은 미국에서 라면을 저가의 음식으로 포지셔닝하기 보다, 스파게티, 파스타 등의 면류 식품과 대등한 위치에서 고급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신라면은 현재 미국과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자국의 브랜드보다 품질이 좋은 제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 안착하는 과정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은 주효했다. 시장을 장악한 일본 라면은 대부분 3~4개들이 한 팩에 1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신라면과 신라면블랙은 개당 1~3달러 안팎으로 비싸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이 가격 면에서는 더 비싸지만, 그만큼 맛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현재 신라면은 월마트를 비롯한 미국 주요 유통채널에서 판매되고, 국방부(펜타곤) 등 주요 정부시 설에까지 라면으로는 최초로 입점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은 한국의 맛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지 제품을 모방하지 않고 농심의 맛 그대로 시장에 선보인다. 회사는 미국에 이미 진출해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일본 라면과 유사한 제품을 출시하면 단기적인 매출을 가져올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농심의 브랜드가 사라지리라 판단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할 당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부터 공략해 나갔다. 여러 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진출하지 않고 한 곳에서 제품을 정착시킨 뒤 그 경쟁력으로 인접 지역을 공략해 나가는 방식이다. 농심은 LA를 중심으로 주변 샌디애고, 라스베가스, 샌프란시스코 등의 대도시로 영업망을 확충했다.
마케팅 부문에서는 '투트랙 전략'이 유효했다. 제품은 한국의 매운맛을 그대로 가져가되 광고나 마케팅 등은 철저하게 현지 문화와 트렌드를 따라갔다.
미국에서는 요즘 뜨고 있는 ‘아트마케팅’으로 접근했다. 2019년 세계적인 아티스트 에바 알머슨과 손잡고 미국 '신라면' 광고를 제작해 인기를 끌었다. 해당 광고는 LA, 뉴욕, 샌프란시스코의 버스 광고로도 등장해 많은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신라면건면 삼총사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다양한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며, 신라면을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