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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엔터 24] 피어스 브로스넌이 ‘007’ 시리즈 역대 최고 제임스 본드로 꼽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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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엔터 24] 피어스 브로스넌이 ‘007’ 시리즈 역대 최고 제임스 본드로 꼽히는 이유는?

1995년 작 ‘007 골든 아이’에서 5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으며 시리즈의 흥행을 부활시킨 피어스 브로스넌. 사진은 ‘007 골든 아이’ 포스터.이미지 확대보기
1995년 작 ‘007 골든 아이’에서 5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으며 시리즈의 흥행을 부활시킨 피어스 브로스넌. 사진은 ‘007 골든 아이’ 포스터.

4대 제임스 본드 티모시 달튼의 ‘007 살인면허’(1989)의 흥행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007시리즈는 변혁을 겪고 있었다. 때마침 소련의 붕괴로 동서냉전 하의 국제 정세를 전제로 하고 있던 세계관이 일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너리즘에 의해 브랜드의 빛을 잃어가고 있던 이 시리즈는 모든 면에서 현대적인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그런 007시리즈의 존망이 걸린 중대한 전환점에서 5대 제임스 본드에 취임한 것이 피어스 브로스넌이었다. 1980년대에도 본드 역을 제의받은 바 있고, 당시 이미 TV 탐정 드라마시리즈 ‘레밍턴 스틸’로 인기를 누렸던 아일랜드 배우는 그야말로 적재적소의 등판이었다.

브로스넌이 첫선을 보인 17편 ‘007 골든 아이’(1995)는 당연히 동서냉전의 종식을 반영한 스토리다. 혼미한 러시아에서 대두한 범죄 조직 야누스가 구소련 시대에 개발된 비밀 병기 프로그램 ‘골든 아이’를 강탈하자 MI6에서 파견된 본드가 야누스의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모습을 그려냈다.

위대한 선임자들인 숀 코넬리의 와일드한 섹시함, 로저 무어의 우아함과 유머 등의 매력을 균형 있게 구현한 브로스넌은 이른바 만능형 본드다. 격렬한 액션으로부터 로맨틱한 러브 씬까지 능숙하게 해내면서, 재치 있는 농담을 연발했다. ‘007 골든 아이’ 초반에는 비서 머니페니로에게 성희롱적 언행을 당하고 엄격한 상사 M(주디 덴치)에게 “당신은 여성 멸시의 태고시대 공룡이자 냉전 시대의 유물”이라고 호된 비판을 받는 장면이 있지만 브로스넌은 본드의 전통적인 이미지와 새로운 현대성을 연기하는 재주를 갖추고 있었다.

‘007 골든 아이’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가지에서의 파괴적인 전차 추격 신 거대 파라볼라 안테나를 무대로 한 클라이맥스 사투 등 호쾌한 볼거리도 가득한 작품이지만 보는 이들이 가장 경악한 것은 악한 본드걸 제니아 오나토프(팜케 얀센)의 액션일 것이다. 이상한 변태 성향을 지닌 오나토프의 넓적다리에 의한 몸통조임 공격에 본드가 기절하는 장면은 이 시리즈의 여성 캐릭터 입지의 변화를 상징하고 있었다. 선한 본드걸인 러시아 프로그래머 나탈리아(이자벨라 스코럽코)의 활발한 활약도 눈부시다.

이리하여 ‘007 골든아이’의 흥행 성공은 동서냉전의 종식으로 첩보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실종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한 해답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007 네버 다이’(1997), ‘007 언리미티드’(1999), ‘007 어나더 데이’(2002) 등 총 4편에서 본드를 당당하게 연기한 브로스넌은 007시리즈의 변혁이라는 미션에 큰 기여를 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