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매장 구성의 변화다. 온라인에서 충분히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존 매장대로라면 고객을 끌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지난 1월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1층을 식품관으로 바꿨고,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은 강남점 1~2층에 고가 리빙 편집숍 ‘더 콘란샵’을 열었다.
◇ 고정관념 버리고 화제성 잡는다
국내 축구 팬덤을 공략해 한정판 축구 유니폼 등 풋볼 레플리카(특정 제품의 디자인과 동일하게 만든 상품)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오버더피치’도 마련됐다. 국내 최초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인 ‘아웃오브스탁’, 카페‧서점‧라운지를 아우르는 ‘큐레이션 서점’도 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전시 갤러리도 열린다. 이곳에서는 테슬라에서 판매 중인 모든 모델을 볼 수 있고 추첨을 통해 시승 경험도 할 수 있다.
2층에는 ‘부티크Y’, ‘아카이브랩’, ‘플라넷비’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온라인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은 공간인 ‘유스컬처 조닝’이 구축됐다. 안경·뷰티 편집숍, 케이팝 음반 매장 등을 함께 구성해 2층 전체를 젊은 고객의 원스톱 쇼핑 공간으로 만들었다.
대부분 백화점의 1층에 자리하는 화장품관은 3층으로 이동했다. 화장품관은 20~30대 고객의 소비 취향에 초점을 맞춰 ‘고가 향수’를 전면에 내세웠다. 디오르와 샤넬, 에어린 등 주요 브랜드가 모두 고가 향수 관련 구역을 따로 마련해 취급한다.
◇ 왜 '힙(HIP)화점'인가?
롯데백화점의 역(易) 멘토링 제도로 채택된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된다는 점도 영등포점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월부터 밀레니얼 세대 직원(만 24세~39세)을 연구원으로 선발해 3~6개월간 경영진에게 그들만의 문화를 전수하는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을 시행해왔다.
MTT로 선발된 직원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소속부서가 아닌 별도 장소에서 미래의 핵심 고객층인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상품과 공간을 직접 경험하고, 현업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해 경영진에게 직접 보고한다.
현재 여러 기업들이 역(易)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롯데쇼핑 MTT는 아이디어는 실제 사업에 적용시켜 추진하는데 차별점이 있다.
영등포점에는 역멘토링 1기에서 채택된 첫 아이디어 ‘힙(Hip)화점’이 구현된다. MTT 1기 사원들이 기획한 힙화점 전략의 골자는 ‘비(非)일상적 순간을 바라보며 일상을 살아가고, 그 비일상적 순간을 자신만의 취향과 기준으로 채우는 힙(Hip)한 밀레니얼’이 늘어나기 때문에 백화점도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등포점의 혁신을 위해 신설된 H프로젝트팀에는 슬로우스테디클럽의 원덕현 디렉터를 비롯해 생활공작소의 최종우 디렉터, 프로젝트렌트의 최원석 디렉터, 공원의 이건욱 디렉터 등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자신의 취미와 취향을 위해 크고 작은 플렉스(FLEX)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을 점포에 반영했다. 대표적으로 1층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밀레니얼이 동경하는 크리에이터를 만나고, 그들과 영감을 나누는 프로그램인 ‘뮤즈의 작업실’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전개될 예정이다.
김상우 롯데백화점 MD전략부문장은 “신(新) 콘텐츠 기근의 시대에 변화를 위해서는 색다른 시각과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영등포점을 시작으로 밀레니얼 직원들의 목소리를 적극 수용해 변화하는 백화점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