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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인, 월등·과신 경계 관객과 춤 공유 즐겨…여전히 삶의 원동력으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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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인, 월등·과신 경계 관객과 춤 공유 즐겨…여전히 삶의 원동력으로 존재

[미래의 한류스타(101)] 최자인(한국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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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인 출연 '넋전 아리아'
경포대 느린 비린내 고개 차오르다/ 사연 안고 도는 굽이마다/ 족두리 닮은 자목련 피어나고/ 바람 쏘아 올린 사위와 디딤마다/ 솜털처럼 곱게 춤 살 오른다/ 이야기 스며든 춤/ 향 짙고 맛 달다/ 행당동 산길 오르내리며/ 세검정까지 준비작업을 했다/ 강릉으로 창을 내고/ 빛바랜 추억 깃든 작은 내 삶 조심스럽게 꺼내 본다/ 춤은 거대한 산 일렁이는 바다/ 끈질기게 아름답게 색칠하다 보면/ 가는 길마다 피어나는 미소꽃/ 스승들의 가르침 허기를 채운다

최자인(崔慈仁, Choi Ja-in)은 최종민(부), 정해주(모)의 1남 1녀 중 장녀로 경신년 칠월 강릉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영동초, 경포여중을 거쳐 서울로 유학하게 되고 서울예고, 한양대 학사·석사 학위 취득 후 상명대 공연예술경영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최자인은 초·중 시절, 박선자(강릉예총 회장), 서영님(전 서울예고 교장), 김운미(한양대 무용과 교수), 조남규(상명대 교수, 한국무용가협회 이사장), 김동언(담양우도농악 보유자) 선생을 스승으로 모신다.
최자인 출연 묵간Ⅵ '당(堂)'이미지 확대보기
최자인 출연 묵간Ⅵ '당(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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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인 출연 묵간Ⅶ '족두리꽃'

몸 허약하다고 느낀 어머니 발레 교실에 보내


몸이 허약하다고 느낀 모친은 어린이 자인을 발레 교실에 보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동양적 얼굴에 한국 춤을 유난히 좋아해서 한국무용으로 전향했다. 중학교에 진학할 때, 부친의 반대가 심해 춤을 중단하기도 했다. 2년에 이르는 공백은 자인의 방황을 불렀고, 서울예고에 합격하면 무용 재개를 허락한다는 절충안이 만들어졌다. 1년간 서울 외가에서 혼자 레슨과 공부를 병행했고, ‘지금의 자인’이 있게 해주고 인생의 전환점이 된 서울예고에 합격했다.

춤 연기자 최자인은 월등과 과신을 경계하며 관객과의 춤 공유를 즐긴다. 무용수로서 무대에 오를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춤이 끝날 때까지 즐기고 싶어 하고 관객과의 소통을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고 여긴다. 최자인이 제일 소중히 여기는 안무·출연작은 2004년 신인안무가전 안무가상 수상작으로써 목어를 인생에 비유한 <나무 비린내>, 그네를 탄 여자를 춤에 도입하여 극적 요소가 돋보이게 하였으며 안무가로서의 방향성을 잡아주었던 작품이다.

최자인, 그녀도 여느 예술가들처럼 분주한 일상을 엮어간다.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도 여전히 자연을 닮아가고 바라보고 느끼기를 좋아한다. 시나 긁적이는 글의 대상이 되었던 해‧달‧별과 만나는 하늘, 개울을 지나 강과 바다에 이르는 빗방울, 바람이 이는 산과 들의 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자연을 감상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늘 푸름의 웅장함과 위대함으로 압도해오는 자연에 가끔 위축 되지만 여전히 삶의 원동력으로 존재한다.

최자인 출연 '2008 춤으로 푸는 고전' 목어-독백이미지 확대보기
최자인 출연 '2008 춤으로 푸는 고전' 목어-독백

최자인 출연 '섬'이미지 확대보기
최자인 출연 '섬'

초등학교서 한국 춤 좋아해 한국무용으로 전향


평범치 않은 표정과 머리카락, 여자가 내뿜는 기(氣)의 소유자 김은희의 <합장>(2007), <못>(2008)은 최자인을 흥분케 했고, 큰 충격과 동시에 영감을 일깨워 준 작품이다. 결혼과 육아라는 실감 나는 공연 끝에 무대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이 있었기에 춤추는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은 2015년 한양대 동문 이규정, 한혜옥, 장윤기, 김신아, 김윤희, 신선익이 뭉친 ‘한댄스컴퍼니’(현 댄스프로젝트 상상) 창단, 이후 그녀는 즐거운 춤추기를 시작했다.

최자인은 상명대 조남규 교수를 만나면서 무용과 학업에 다시 매진할 수 있었고, 공연예술 경영학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극작가 정가람, 무용가 김신아와 함께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를 창단하여 연출가, 음악가, 배우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만나고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아름답고 유쾌한 작품을 만들어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연기와 춤을 병행하면서 다양한 예술을 접하고, ‘공연예술은 끝없는 배움과 겸손을 요한다.’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녀는 ‘상상’의 정단원, 예술융복합단(團) ‘프로젝트 창’ 대표,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의 이사, 국악뮤지컬의 안무 및 주연배우이다. ‘전통 없는 현재는 없다’라는 것이 본인의 확고한 신념이다. 정답이 없는 예술계에서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춤을 추는 현재의 순간을 사랑하는 것이 오늘의 최자인의 모습이다. 그녀는 2015년부터 담양우도농악 보존회원으로서 ‘김동언 설장구’를 사사하고 있으며, 이수를 준비 중이다.

최자인 출연 '섬'이미지 확대보기
최자인 출연 '섬'

제39회 서울무용제 '달의 사막'이미지 확대보기
제39회 서울무용제 '달의 사막'

공연 예술 경영학 자신 성장시키는 계기 마련


최자인은 비움의 삶에 걸친 <나무비린내>, 여성 심리를 붉은 방으로 묘사한 제의적 <당>(堂), 여자의 마음을 족두리꽃에 비유한 <족두리꽃>, 버려서 가볍지 아니하고 비움으로 꽉 차 있는 삶을 표현한 <나무비린내>의 증보판 <목어-독백>, 쾌락을 위한 욕망의 몸부림을 표현한 <구해줘>, 의사소통 단절이 빚은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묘사한 <섬>, 치유와 회복의 현대 굿판 <넋전아리아> 등에서 탁월한 안무 가능성을 보여준 이래 <소녀, 그 상상의 가능성>, <달의 사막>, <그때여 놀보가???> 같은 인상적 안무작들을 발표해 왔다.

최자인의 안무작 <소녀, 그 상상의 가능성>(2017년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작)은 한양대 동문 안지형과 협업하여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디지털 기술인 전도성 잉크를 활용, 접목시킨 작품이다. ‘작품 속 자아를 중성으로 묘사한 뛰어난 상상력과 막대한 예산에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기술의 영역에 선례를 남겼다’는 호평을 받았다. <넋전아리아>(대한민국무용대상작, 2017)는 굿판제 형식과 의식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비보이와 한국무용의 조화를 통해 일반관객 심사위원들에게 최고점을 받아 작품의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달의 사막>(제39회 서울무용제 경연작, 2018)은 차오르고 비워지는 달과 순식간에 거대한 모래언덕이 생기기도 사라지기도 하는 메마른 사막을 모티브로 하여 인간의 욕망과 결핍, 거기에서 오는 갈망을 풀어낸 작품이다. 일본 동요 ‘달의 사막’에서 영감을 얻어 같은 길을 가고 있으나, 다른 마음을 가진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달’과 ‘사막’의 갈망과 결핍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춤추는 판소리 <그때여 놀보가???>는 ‘흥보가’ 중 놀보가 박타는 장면을 전자 퍼커션·타악·춤으로 엮은 융합 춤극으로서 2018년 돈화문 국악당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최자인은 전통과 창작을 넘나들며, 예술 발전과 다양한 영상콘텐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때여 놀보가???>는 “소리꾼, 무용수, 타악 연주자 등 모든 예인이 자신의 장르에 충실함에도 이질감이나 산만함 없이 조화롭게 수렴되는 무대였으며, 남다른 표현력과 기교로 작품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라고 평가받았으며, 2020년 남양주시 ‘찾아가는 문화나들이 방구석1열 콘서트’에 선정, 1000여 회의 영상송출 기록을 세우며 기염을 토했다.

최자인 출연 '넋전 아리아'이미지 확대보기
최자인 출연 '넋전 아리아'

최자인 출연 수어지교 '춤추는 판소리 그때여 놀보가'이미지 확대보기
최자인 출연 수어지교 '춤추는 판소리 그때여 놀보가'

최자인의 신작 <Sibyl : 시빌>은 올해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이다. 5년 동안 요양원에 계시다가 지난해 8월에 타계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구상한 작품이다. 아픈 아버지를 통해 그리스 신화의 쿠마에(Cumae)의 무녀(舞女) 시빌(Sibyl)의 이야기를 생각했다. ‘죽음을 바라며 처절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삶이 치열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무엇이 다를까?’라는 생각에서 창안된 작품이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평화를 주소서, 아버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하면서 끊임없이 기도했다. 아버지의 평화는 곧 ‘죽음’이라 생각했다.

무녀 시빌은 그녀의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새장에 갇힌 노인 시빌이나 이 시대의 현대인과 노인의 모습이다. ‘죽고 싶어’라고 말하는 시빌, 최자인은 이 시대에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시간을 견뎌내야만 하는 사람들, 마지못해 살아가는 존재 모두에게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위로를 건넨다. 안무가는 올해에도 부디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과 생존해야 하는 각자의 이유에 대한 답을 찾기를 바라면서 이 작품을 구상했다.

최자인, 이후에도 오랫동안 주변 예술가들과 더불어 공연하는 것이 꿈인 낙천주의자이다. 유쾌한 춤꾼이며 이지적 안무가 최자인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미지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열린 사고로 넓은 마음을 공유하며 춤으로 웃음이 꽃피는 세상 만들기에 몰두하는 미래의 한류스타이다.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무대에서 행복하게 춤추는 것을 인생 목표로 삼은 그녀가 뜨거운 열정으로 빛나는 걸작들을 빚어내며, 늘 꽃길만 걷기를 기원한다.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선정작 '소녀, 그 상상의 가능성'이미지 확대보기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선정작 '소녀, 그 상상의 가능성'

○ 최자인

○학력 및 경력

서울예술고등학교 한국무용 전공(1996~1999)

한양대학교 무용학 한국무용 전공(1999~2003)

한양대학교 무용학 석사 졸업 무용학(2003~2007)

상명대학교 공연예술경영학 박사 수료(2017~2018)

계원예술고등학교무용과 실기 강사(2008~2010)

한양대학교무용학과 실기 강사(2008~2010)

댄스프로젝트 ‘상상’ 정단원(2015~현재)

남예종 실용무용과 외래교수(2017~2019)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이사(2016~현재)

‘프로젝트 창’ 대표(2018~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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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서울무용제 '달의 사막'

○안무 및 출연작

한국창작무용 <나무비린내>로 데뷔, 창무포스트극장(2004)

<넋전 아리아>, M극장, 2017.7.21.~22.

<넋전 아리아>,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 2017.9.29.

<넋전 아리아>, 성균소극장, 2017.10.7.~8.

<그때여 놀보가???>, 서울돈화문국악당, 2018.1.17.

<소녀, 그 상상의 가능성>, 콘텐츠시연장, 2018.4.8.

<유쾌한 판>, 산청문화예술회관, 2018.4.26.

<유쾌한 판>, 국립민속박물관, 2018.5.13.

<그때여 놀보가???>, 세종시복합커뮤니티센터, 2018.6.20.

<달의 사막>, 아르코예술극장대극장, 2018.12.2.

<안녕, 안녕, 안녕....>, 강동구 신나는예술여행 출연(주연), 2019.6.6.

<수상한 외갓집>, 산청문화예술회관 출연(주연), 2019.12.12.~13.

충남무용제 특별출연, 공주문예회관 대극장 출연, 2020.7.5.

<어디로 갈래?> 강동구 신나는예술여행 출연(주연), 2020.10.19.~24.

<20 넋전 아리아>, 강릉아트센터, 2020.11.17.

<그때여 놀보가???>, ‘2020 춤추는 판소리’, 정약용도서관, 2020.12.8.

<수상한 외갓집>(아시테지 선정작),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출연(주연), 2021.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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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인 한국무용가

○수상

한국창작무용 신인안무가전 안무가상, 한국무용연구회(2004)

2004 청년예술가상(공연예술분야) 강릉예총(2004)


글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사진 옥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