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의 감염확산이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온과 습도, 계절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 호흡기 감염은 계절성을 갖는다?
코로나19 감염증의 감염 확대는 세계적으로 보면 2021년 1월 신규 감염자 수가 최절정을 이룬 가운데 2월부터 4월에 걸쳐 2차, 3차 대유행의 물결이 밀려왔다. 한국과 일본도 전 세계 감염자 수 증감과 같은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 증감과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면 2020년 가을 무렵부터 2021년 1월에 걸쳐 크게 느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4월 넷째 주 들어 한국과 일본은 전국적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이른 여름을 맞는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호흡기 감염증은, 춥고 건조한 겨울에 감염이 퍼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한랭하고 건조한 환경에서 증식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도 감염에 적합한 기온이나 습도가 있다는 게 통설이다.
2003년 대유행한 사스 바이러스는 플라스틱 등 표면의 매끈한 물질상에서 22~25도, 40~50%의 습도(상대습도=실제 수증기량/공기 중에 존재할 수 있는 최대 수증기량) 환경에서 5일 이상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온과 습도의 상승과 함께 바이러스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에 유행한 메르스 바이러스는 20도 습도 40%의 플라스틱의 표면에서 60시간을 넘게 존재했지만, 고온 고습에 약하고, 30도 습도 80%로 24시간 경과하면 소멸했다. 하지막 일각에서는 사막 지대에서는 45도에서도 바이러스 증상이 이어졌다는 보고도 있다.
■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면 어떻게 되나?
그렇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떨까. 팬데믹 초기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는 기온과 습도, 계절성이 없다는 연구가 산발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예를 들면, 상하이 푸단대학의 연구팀이 전국 224개 도시 기온과 습도를 조사한 결과 기온과 코로나19 감염증의 감염과의 관계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일조 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의한 자외선량의 증가와도 관련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각국에서 기온·습도와 감염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연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하버드 공중위생대학원 연구진이 2020년 5월 미국의 과학잡지‘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은 코로나19 감염증의 확대와 그 대책을 계절과 기온, 습도, 그리고 면역 획득 등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절에 상관없이 증식할 수 있지만 감기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의 예를 들어 여름에 감염이 진정되더라도 겨울철에 재발할 경우 더 큰 감염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앞에서 밝힌 세계와 한국, 일본의 신규 감염자 수 추이에도 부합하는 견해다.
중국 베이징대학의 공중위생 부문 연구팀이 2020년 8월에 내놓은 논문에 따르면 독립된 복수의 변수를 가미해 설명할 수 있는 정밀도 높은 기법인 일반화 적층 모델(Generalized Additive Models, GAM)을 사용해 중국을 제외한 166개국의 기상 조건과 신규 감염자 수, 신규 사망자 수와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기온과 상대습도가 모두 신규 감염자 수, 신규 사망자와 비례하는 관계, 즉 기온과 상대습도가 높아지면 감염자나 사망자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신규 감염자 수가 3.08%, 신규 사망자 수가 1.19% 줄고, 상대습도가 1% 상승하면 신규 감염자 수가 0.85%, 신규 사망자 수가 0.51%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베이징대학 공중위생 부문 연구팀이 2021년 3월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일반화 적층 모델(GAM)과 시계열의 계절변동을 분석하는 ‘분포 래그모델’이라는 통계 예측 수법을 조합해 사용해, 세계의 2020년의 기상 조건과 세계 188개국의 코로나19 증례 수의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기온이 21.07도, 상대습도가 66.83%보다 낮을 경우, 기온과 상대습도, 풍속이 높을수록 신규 감염자 수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연구의 새로운 점은 풍속이 강할수록 신규 감염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이 시사된 점이다. 비말(에어로졸) 감염 방지를 위해 실내 환기의 중요성은 자주 지적되지만, 공기 중에 잔류하는 바이러스와 풍속과는 무엇인가 관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 어떤 경우라도 기본 방역대책 준수를
이처럼 기온과 습도가 높을수록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줄어든다는 연구는 최근 들어 많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온이 올라갈수록, 그 구조가 불안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상은 복잡계이며, 사용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 감염증이라고 하는 사람의 행동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사상과의 관계를 간단하게는 명확화할 수 없는 것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즉, 기상과 감염의 관계는 정치, 경제적으로 자의적인 이용의 위험성이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등의 연구팀이 세계 144개 지역 코로나19 증례와 기온·습도, 지리와 계절 요인, 그리고 학교 폐쇄, 대규모 집회 규제, 사회적 거리 두기 확보와 같은 공중위생대책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위도나 기온은 감염 확대에 거의 관계가 없고 습도에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관찰됐다고 한다.
하지만, 공중 위생대책과 감염 확대 억제 사이엔 강한 연관성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감염 확대를 억제하는 효과로서 대규모 집회 규제 땐 35%, 학교 폐쇄 땐 37%,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땐 38% 감소하며, 대책을 조합할수록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의 면역 기능은 떨어지고 건조해지면 목 등의 점막 바이러스와 세균 제거 기능도 떨어진다. 지금 한국과 일본은 기온이 상승하고 있지만, 상대습도는 그리 높지 않다. 북반구는 앞으로 기온이 상승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온이나 습도가 높아지더라도 감염력이 약화되지 않을 위험성도 있다. 기온이 높아져 가는 앞으로도 손 위생과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3밀 환경’ 회피 등의 주의를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