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판매량 200만 개를 기록 중인 CU의 ‘곰표 밀맥주’가 국내 최초로 수제맥주 위탁생산을 거쳐 대량 공급된다.
CU는 “오는 29일부터 5월 한 달간 점포에 곰표 밀맥주 총 300만 개가 공급된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지난 한 해 판매된 수량(150만 개)의 두 배에 이르는 수량이며, 기존 월 20만 개 공급에서 15배 이상 대폭 늘린 규모다.
◇ 편의점 주류 판도 바꾼 '곰표'의 매력은?
곰표 밀맥주의 제조사인 세븐브로이는 맥주캔에 '대한제분'의 백곰 마스코트인 ‘표곰’과 곰표 밀가루 특유의 복고풍 서체, 패키지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와 고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대한제분이 국내 대표 소맥분 제조업체라는 점을 고려해 '우리 밀을 넣은 맥주'라는 콘셉트를 잡았고, 이는 과일향을 더한 깔끔한 맥주맛과 어우러지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동안 곰표 밀맥주는 높은 수요에 비해 생산 시설의 한계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품절템’으로 불렸다. 일부 소비자들은 곰표 밀맥주를 구하기 위해 재고가 있는 CU 점포를 찾아 원정 구매를 떠날 정도였다.
CU 관계자는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주류 규제 개선방안’에서 주류 제조 면허를 가진 제조사가 타 제조업체의 시설을 이용한 주류 위탁생산(OEM)을 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면서 이번처럼 대량으로 수제맥주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부 시행령이 고시된 지난 3월 곰표 밀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는 롯데칠성음료에 위탁생산을 의뢰해 본격적으로 곰표 밀맥주 대량 제조에 돌입했다.
곰표 밀맥주는 지난해 5월 출시되자마자 초도 물량 10만 개가 3일 만에 모두 팔린 편의점 최고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이번 곰표 밀맥주 물량이 완판을 기록한다면 편의점 역사상 처음으로 국산‧수입맥주를 통틀어 맥주 판매량 1위를 차지하는 수제맥주에 등극한다.
◇ 지각변동 일으킬 제2의 '곰표 밀맥주'는?
곰표 밀맥주의 대량 공급에 기대감이 모이는 이유는 수제맥주 시장의 전체 판을 키울 기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CU의 수제맥주 매출신장률은 2018년 87.4%, 2019년 220.4%에서 곰표 밀맥주를 선보인 지난해엔 498.4%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CU의 국산맥주 매출 중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9% 수준에서 지난해 11.9%로 6배 이상 껑충 뛰었다.
또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6년 200억 원 수준이었던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80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개성 있는 수제맥주를 찾는 고객들이 늘면서 지난해 CU에서 출시된 수제맥주의 종류는 총 30여 종으로 2019년 대비 두 배가량 늘어났다. CU는 수제맥주를 즐기는 고객들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판단해, 수제맥주 출시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4캔 1만 원’ 행사도 활발히 전개할 계획이다.
이승택 BGF리테일 음용식품팀MD는 “CU는 곰표 밀맥주의 인기를 이어나갈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국내 브루어리와 폭넓은 협업을 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CU 외 다른 편의점들도 수제맥주 강화에 팔을 걷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벤처 기업 ‘더쎄를라잇브루잉’, 롯데제과와 함께 개발한 프리미엄 수제맥주 ‘쥬시후레쉬 맥주 500㎖’를 지난 3월 10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색 콜라보 수제맥주 1탄으로 출시한 ‘유동골뱅이 맥주’는 현재까지 세븐일레븐 수제맥주 카테고리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 22일 국내 수제맥주 제조 업체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젠틀맨라거’, ‘조커 골든 페일에일’ 등 수제맥주 2종 판매를 시작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이 수입 브랜드 맥주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이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국가의 맥주를 구매했고 수입 브랜드 맥주 시장이 커진 것처럼, 최근 색다른 풍미를 지닌 수제 맥주를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