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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사물의 이치 빨리 깨닫고 일을 정확히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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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사물의 이치 빨리 깨닫고 일을 정확히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13)] 지식, 지능 그리고 지혜

사회의 발달로 지식과 지능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의 목표도 지혜를 함양해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사회의 발달로 지식과 지능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의 목표도 지혜를 함양해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최근까지 지혜(知慧)에 관한 연구는 철학과 종교의 영역으로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는 심리학에서도 지혜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심리학에서 연구한다는 것은 조작적 정의와 실험을 통해 실증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작적 정의는 연구 가설을 세우거나 실험을 시작할 때 목적에 맞게 용어를 정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심리학에서 지혜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인구의 고령화와 노년층의 증가이다. 고령화와 노년층의 증가는 지금까지 발달심리학의 연구에서 제외되었던 연령을 연구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가 대두되었다. 당연히 최근의 지혜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중년기와 노년기 발달심리학을 연구해온 연구자들에 의해 진행되었다.

노년층에 대한 연구 주제는 다양하지만, 특히 인지적인 측면에서의 연구가 제일 먼저 시작되었다. 그 분야가 실증적 연구가 시작되기 제일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미 지능이나 창의성 등의 연구 결과들이 많이 축적되었다. 또한 지혜와 관련한 다양한 지식의 습득과 축적, 사용의 과정과 기제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이런 연구를 기반으로 지혜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혜 연구는 철학과 종교 영역으로 치부…현재는 심리학에서도 실증적으로 연구


지식(知識)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이다. 지식이 많다는 것은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를 할 수 있는 대상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똑똑하다’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아는 게’ 많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앎을 습득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사람들이다. 이런 의미에는 한 포털사이트의 ‘지식인(지식iN)’을 따라갈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는 것이 적고 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은 ‘멍청한’ 사람이다.

지능(知能)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운 대상이나 상황에 부딪혀 그 의미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적응 방법을 알아내는 지적 활동의 능력”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새로운 지식을 얻고 사용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많은 사람은 학업 성적이 우수하다. 지능 자체가 처음 고안될 때부터 학교에서 적응할 수 있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머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다.

지혜(知慧)는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다. 지혜는 단순히 지식이 많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혜는 ‘사리를 분별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뛰어난 것을 ‘슬기롭다’라고 부른다. 슬기롭기 위해서는 세상물정(世上物情)에 밝아야 한다. 그래야 사리에 맞게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슬기롭게 처신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단순히 세상 물정에 밝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리에 맞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원활히 해야 한다. 또한 공공의 이익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사리에는 밝지만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리석다’라는 이름을 붙인다.

우리의 삶에서 지혜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물은 칙센미하이(M. Csikszentmihaiyi)는 긍정심리학을 이끄는 거두(巨頭)답게 지혜의 본질을 '인지과정'과 '미덕', '내적 보상'으로 이해했다. 지혜는 세계를 사심 없이 이해하고 궁극적 원인과 결과를 헤아릴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의미에서 인지과정이다. 또한 인간 행위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인도자 역할을 하는 면에서 미덕(美德)이다. 동시에 개인적 만족감과 기쁨을 준다는 의미에서 내적 보상이다.

성인발달 연구에서 큰 공헌을 한 발테스(P. Baltes)는 지혜를 “중요하지만 불확실한 인생사에 대한 현명한 판단과 충고”라고 조작적으로 정의하였다. 이 정의에 따르면 지혜로운 사람은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빼어난 통찰력이 있으며, 인생문제에 대해 좋은 충고를 해줄 수 있다. 그에 의하면 지혜에는 다섯 가지 준거(準據), 즉 실제적, 전략적, 상황적 지식과 상대성 및 불확실성의 준거가 있다.

첫째, 실제적 지식은 특정 상활이나 다수의 대안이 가능한 상황에서의 지식을 말한다. 둘째 전략적 지식은 인생문제를 해결하는 건전한 전략과 각기 다른 의사결정의 이해득실, 즉 지금 당장 또는 미래에 초래할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등의 과정에 관한 지식이다. 셋째, 상황적 지식은 의사결정이 지금 인생의 단계에 적합한지, 또는 현재의 문화적 규범과 같은 상황적 요인의 적합성에 대한 지식을 말한다. 넷째, 상대성은 문화와 개인에 따라 인생의 목표는 다르다는 인식이다. 마지막 다섯째 불확실성은 어떤 문제든지 완벽한 해결책은 없으며 미래를 완전하게 내다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지식 많다는 것은 이해대상 많다는 것…단순히 지식이 많은 것 의미하지 않아

그에 의하면, 만약 어떤 사람이 ‘지혜롭다’는 판단을 받으려면 이 다섯 가지 준거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다양한 갈등상황을 분석할 때 이 다섯 가지 측면을 모두 다 고려하지만,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아마도 문화적 고정관념이나 성격 특성 때문에 단순한 해결책에 도달하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다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지혜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노인을 떠올리지만, 발테스는 노인만이 지혜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지혜로운 사람이 있다. 그러나 노인들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자선을 가장 많이 베풀었고, 더 큰 사회적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 젊은이들이나 중년들보다 더 지혜로울 가능성을 나타냈다.

지금까지 심리학에서 지혜로운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종합하여 그들의 특징을 살펴본다면, 첫째 그들은 문제에 합리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사고, 감정, 행동을 통합할 수 있다. 즉 지혜는 단순히 인지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감정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통합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둘째, 이들은 감정이입 능력과 동정심을 지니고 있다. 즉 이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고, 그들의 감정에 대해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셋째로, 이들은 상황의 피상적 측면에 매달리기보다 상황을 꿰뚫어 보고 문제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다.

발테스는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세 가지 요인을 제안하였다. 첫째 요인은 지능 등 정신능력과 같은 일반적인 개인적 조건이다. 둘째 요인은 스승으로부터 지도를 받거나 훈련을 통한 구체적인 전문기술의 획득이다. 셋째 요인은 교육자나 지도자 경험과 같은 인생 맥락이다. 실제로 이런 모든 요인들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요구되므로 연령의 증가가 지혜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혜의 획득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지혜는 창의력과 마찬가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과 지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지식의 양이 지혜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에서 큰 스승으로 후대에 많은 지혜를 나누어주고 있는 종교지도자들은 모두 지구가 둥굴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분들이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학생 수준의 산수 계산밖에는 모르는 분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몇 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지혜를 나누어주고 있다. 또한 이들은 지능이 뛰어난 분들도 아니다. 다만 이들은 일반사람들과 다른 목표를 가지고 본인이 가진 지식을 초월적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더 이상 지식의 양에 목매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지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교육의 목표는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그리기 위해서는 지혜를 함양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이미지 확대보기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