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그룹 기업 개요와 실적 … CJ제일제당, 식품·바이오 고수익 제품 비중 늘고, CJ ENM은 TV 광고 콘텐츠 매출 증가
1953년 삼성의 모태로도 볼 수 있는 제일제당으로 설립돼 삼성과 역사를 같이 한다. 1993년 7월 6일에 계열사들이 삼성에서 분리되고 1996년 제일제당그룹이 생겼다.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손 이재현과, 이맹희의 처남 손경식이 그룹 회장으로 재직 중이며, 이재현 회장의 친누나인 이미경과 친동생인 이재환이 부회장으로 있다.
대규모 M&A(인수·합병)를 추진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우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CJ의 2019년 매출은 2018년 대비 14.4% 증가한 33조 7800억 원에 그쳤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의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주력 자회사인 CJ제일제당과 CJ ENM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대비 각각 8.4%, 69.3% 늘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식품 부문 수익이 개선에 바이오 부문 고수익 제품 비중이 늘어났고, CJ ENM은 TV 광고와 콘텐츠 매출이 증가했다.
최근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2021년 국내 71개 기업집단 해외 계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CJ그룹의 해외법인 수는 373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베트남에 있는 법인 수는 32곳이며 군부 쿠데타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에도 5개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 'CJ 올리브영', 승계 작업의 교두보?
지난해 12월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성공한 CJ올리브영은 오는 2022년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녀 경후(CJ ENM 부사장)·선호(CJ제일제당 부장) 남매는 CJ올리브영 프리IPO로 거액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부사장과 이 부장은 CJ올리브영 지분을 각각 4.26%, 11.09%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프리IPO에서 구주 일부를 매각해 각각 391억 원, 1018억 원의 현금을 마련하고 이를 활용해 CJ신형우선주(CJ4우)를 매입하는 등 승계 작업의 포석을 마련하고 있다.
신형우선주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또 당장 의결권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보통주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래돼 증여세를 줄일 수 있고, 최저배당률이 정해져 있어 배당을 통한 승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J4우의 경우 오는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된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 가격은 9만 500원으로 CJ의 11만 원보다 저렴하다.
CJ그룹 지배구조 중심은 지주사인 CJ다. 현재 CJ의 최대 주주는 이재현 회장으로 지분 42.1%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사장의 CJ 지분은 1.19%, 이 부장은 2.75%로 미미하지만 신형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자연스럽게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985년생인 이경후 부사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 지주사 CJ의 대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한 데 이어 CJ오쇼핑 상품 개발과 방송 기획, CJ 미국지역본부 등을 거쳐 2018년 7월부터 CJ ENM에서 브랜드전략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남편인 정종환 CJ 부사장은 이 부사장과 컬럼비아대 석사 시절 만나 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씨티은행에서 근무하다 2008년 이 부사장과 결혼한 후 2010년 CJ에 입사했다. 2018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 부사장과 나란히 상무로 승진했고 2019년 이 부사장보다 1년 앞서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장녀 부부의 그룹 내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변종 대마를 흡입·밀반입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자숙하던 이선호 부장은 올해 1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발령받아 업무에 복귀했다.
CJ그룹의 지주사 CJ는 2019년 4월 주식 배당으로 신형우선주를 발행하면서 이 부사장에게 CJ4우 5622주를 배당했다. 당시 이 부사장은 CJ 보통주 0.13%를 보유하고 있었다. 같은 시기 이 부장은 지주사 지분이 없어 신형우선주를 배당받지 못했다.
그해 말부터 이재현 회장은 신형우선주를 활용한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 자신이 보유한 신형우선주 184만 주를 이 부사장과 이 부장에게 각각 92만 668주씩 증여했고, 이때부터 이 부장은 신형우선주를 갖게 됐다.
이후 남매는 장중에서 계속 신형우선주를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CJ4우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남매의 CJ 지분은 자동으로 늘어난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CJ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올해 1분기 중 CJ4우를 5만 2209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지난해 말 기준 22.72%에서 23.95%(101만 2290주)로 늘렸다. 이 부장 역시 CJ4우를 7만 8588주 매입해 CJ 지분율을 22.98%에서 24.84%(104만 9688주)로 끌어올렸다.
업계에서 CJ올리브영 상장은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CJ올리브영은 최대 주주 CJ(55.24%)를 중심으로 이 부장(17.97%)과 이 부사장(6.91%)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업계는 이들 남매가 CJ올리브영 상장 후 매각으로 얻은 자금을 CJ 지분 확보에 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본다.
CJ올리브영은 기업공개를 앞두고 몸값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온라인 매출에 집중했고, 그결과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 감소분을 상쇄했다. CJ올리브영의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2019년 10.6%에서 지난해 17.9%, 올해 1분기에는 23.4%까지 늘었다.
여기에 이경후·선호 남매의 사실상 개인회사로 불리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타임와이즈)에 CJ그룹 계열사가 잇따라 투자하면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타임와이즈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벤처캐피털로,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을 대부분 이 부장(51%)과 이 부사장(24%)이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이들 남매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2016년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이하 타임와이즈) 지분 51%를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에게 넘겼다가 4년여 만인 2019년 말 76억 원을 주고 재매입했다. 이에 따라 타임와이즈에 대한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율은 49%에서 다시 100%가 됐다.
타임와이즈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씨앤아이레저산업의 몸값이 올라가는데, 승계 작업이라는 대전제가 깔려있는 CJ그룹 분위기상 이는 오너 일가의 자금줄이 될 수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 5월 타임와이즈에 50억 원을 출자해 H&B(헬스&뷰티) 혁신 성장 펀드를 조성한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타임와이즈는 이번에 결성된 펀드를 토대로 CJ올리브영과 유망 벤처기업 발굴‧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또 CJ ENM은 타임와이즈에 100억 원을 출자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출자목적은 스마트비대면펀드(조합)를 조성한 데 따른 미래성장동력 확보다. 이번 출자로 타임와이즈에 들어간 CJ ENM의 총 투자액은 280억 원이 됐다.
앞서 지난해에는 CJ제일제당 405억 원, CJ ENM 30억 원, CJ올리브네트웍스 40억 원 등 총 475억 원이 타임와이즈에 모였다.
◇ 그룹 경영… 이재현 회장 대신 손경식 회장이 그룹 경영 공백 메우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
그룹 내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올해도 CJ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않는다. 이 회장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지난 2016년부터 CJ그룹 내 어떤 계열사의 등기이사직도 맡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8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수감되기 전까지 CJ와 CJ제일제당 대표이사로, CJ대한통운 등 주요 계열사 6곳의 등기이사로 일했다. 2015년 징역 2년 6개월 실형 선고를 받았으며 이듬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이 회장은 ▲2014년 CJ E&M·CJ오쇼핑·CJ CGV ▲2015년 CJ대한통운·CJ올리브네트웍스 ▲2016년 CJ주식회사·CJ제일제당 등 차례로 그룹 내 모든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이후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이 그룹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했고, CJ그룹은 현재까지 두 사람의 공동 회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 회장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올해 자녀들인 오너 4세를 주력 계열사 해외 사업부에 배치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전 상무는 지난해 CJ ENM 부사장 대우로 승진했다. CJ ENM은 글로벌 콘텐츠 등 해외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올해 1월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발령받았다.
CJ그룹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손경식 회장과 김홍기 대표를 재선임했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고 임경묵 CJ 경영전략총괄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새롭게 선임됐다. 1971년생임 임경묵 CJ 경영전략총괄 부사장은 CJ 미래경영연구원 부원장도 겸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2019년 2년 연속 100억 원대 연봉을 수령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도 전년과 동일한 38억 50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CJ 그룹은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사례가 17건이나 발견됐음에도 총수 본인이 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사례는 없었다. 총수일가 5명이 모두 미등기 임원이었다.
특히 이재현 회장은 미등기 임원임에도 지난해 CJ로부터 67억 1700만 원을 받았다. 이는 20억 원을 받은 CJ 등기 임원 김홍기 대표이사의 보수 보다 3.3배 더 많은 금액이다. 이 회장은 역시 미등기 임원으로 있는 CJ제일제당과 CJ ENM에서도 각각 대표이사 보수 보다 1.2배, 2.4배 많은 28억 원, 28억 6200만 원을 받았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미등기 임원으로 있는 CJ ENM에서 허민호 대표이사의 보수 보다 2.5배 많은 29억 76000만 원을 수령했다. 공시 상 CJ그룹 미등기 임원인 총수 일가가 지난해 CJ그룹으로부터 받은 보수는 총 153억 5500만 원에 이른다.
◇ 투자 지표…“CJ올리브영, 프리 IPO 계기로 기업가치 1조 8361억 원으로 인정"
금융투자업계는 CJ를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주목해야 할 지주사로 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주사 중에서도 시가총액이 크지 않으면서도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한 CJ에 주목해야 한다. CJ는 앞으로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CJ올리브영은 프리 IPO를 계기로 기업가치를 1조 8361억 원으로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