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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여자배구·남자야구 경기결과 놓고 팬들 반응은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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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여자배구·남자야구 경기결과 놓고 팬들 반응은 '극과 극'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17)] 동일한 자극에 상반된 반응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 대 세르비아의 경기, 3세트에 대한민국 김연경이 터치아웃 공격을 위해 공을 넘기자 세르비아 보스코비치가 팔을 빼며 몸을 돌리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 대 세르비아의 경기, 3세트에 대한민국 김연경이 터치아웃 공격을 위해 공을 넘기자 세르비아 보스코비치가 팔을 빼며 몸을 돌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많은 화제와 악조건 속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이 끝났다. 항상 그렇지만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올림픽과 같은 큰 지구촌 축제가 끝나면 많은 환희와 아쉬움이 교차하고 좌절과 또 새로운 기대를 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역대 기록에 미치지 못해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이번 올림픽에서 아쉬움이 컸지만, 나름대로 앞으로 한국 스포츠계를 이끌어나갈 재목들을 발견했다는 기쁨 또한 크다. 인기 종목이 아니라서 팬들의 관심에서 멀리 떨어져 홀로 외로움을 이기며 땀을 흘린 선수들의 선전(善戰)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그 어떤 종목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었던 두 종목이 있었다. 남자 야구와 여자 배구이다. 이 두 종목이 거둔 성적은 똑 같다. 두 종목 모두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해 아쉽게도 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객관적인 성적은 동일하지만 이 두 경기의 결과에 대응하는 팬들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즉 여자 배구의 경우, 선수들은 오히려 아쉬워하고 미안해하는데 팬들이 하나같이 그동안의 수고에 대해 치하하고 위로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대조적으로 남자 야구에 대해서는 팬들 거의 모두가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일부 팬들은 저주에 가까운 독설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왜 동일한 자극에 대해 사람들은 서로 극단적인 반응을 하는 것일까? 초기 학습심리학에서는 유기체는 자극에 대해 기계적인 반응을 한다고 가정했다. ‘기계적’이란 의미는 유기체는 동일한 자극(stimulus, S)에 대해서는 동일한 반응(response, R)을 한다는 뜻이다. 이 관계를 ‘S–R’ 등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위의 예에서 동일한 성적을 낸 남자 축구나 여자 배구에 대해 동일한 반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자극과 반응 사이에 무엇인가가 반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무엇은 과연 무엇일까?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반응하는 유기체(organism, O)의 주관적 해석(解釋)이 개재한다. 즉, ‘S–O–R’의 등식이 성립한다. 다시 말하면, 자극에 대해 유기체가 어떤 해석을 하는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배구와 야구가 얻은 동일한 성적, 즉 4위라는 자극에 대한 반응은 유기체 격인 팬들이 그 결과를 얻게 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하는지에 달려있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행동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추론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심리학에서는 귀인이론을 많이 사용한다. ‘귀인(歸因)’은 문자 그대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귀인이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하이더(Fritz Heider)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의 원인에 대한 납득 가능한 설명이나 해답을 얻을 때까지 추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추론 과정에서 찾아낸 행동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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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행동하는 사람의 내부적인 요인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행위자의 성격, 기질, 특성 혹은 태도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행위자의 내부적인 요인들이 행동의 원인이라고 추정하는 것을 ‘내부귀인’이라고 부른다. 또 하나는 행동의 원인이 행위자가 아닌 외부적 요인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외부적 압력이나 사회적 규범, 날씨, 교통상황 등 행위자가 처한 상황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행위자의 외부적인 요인들이 행동의 원인이라고 추정하는 것을 ‘외부귀인’이라고 부른다.

귀인이 중요한 이유는 행동에 대한 원인을 내부귀인 하는지 외부귀인 하는지에 따라 대인관계나 타인에 대한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이 감정이 결국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약속시간이 30분이나 지난 후 나타난 친구에 대한 우리의 반응을 생각해보자. 친구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30분 늦었다는 객관적 사실보다는 왜 그가 늦었는지에 대한 주관적인 귀인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교통상황이 아주 나쁜 퇴근시간에 30분 늦었다면 외부귀인을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화가 나기보다는 늦는 사람도 얼마나 초조하고 안타까워했을지 생각하면 오히려 안쓰러운 느낌마저 들 수 있다. 하지만 평소에도 자주 늦었다면 지금 늦은 원인을 친구의 불성실한 태도에 내부귀인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불성실한 친구에 대해 크게 화를 내게 된다.

귀인이론을 이용하면 배구와 야구가 동일한 성적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객관적인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성적을 얻게 된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주관적 해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자 배구의 경우는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4강에 오른 것만으로도 객관적 전력보다는 훨씬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한국선수들이 4강에 오르기까지 상대해 이긴 국가들은 세계랭킹에서 우리를 앞서는 나라들이다. 특히 승패에 민감해지는 일본도 세계랭킹에서는 우리보다 몇 단계 앞에 있는 나라다.

객관적인 전력이 앞서는 나라들을 이긴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번 올림픽에서는 꼭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선수들의 몸을 아끼지 않은 투혼의 결과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즉 열심히 싸워준 선수들의 투지와 열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내부귀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귀인의 결과, 국민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12명의 선수 각자의 이름을 호명하며 찬사를 보냈다.
4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4강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에 5대 2로 패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4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4강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에 5대 2로 패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


야구의 경우는 어떤가? 한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하여 금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을 누렸다. 그 후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 빠졌다가 이번에 다시 채택되었기 때문에 한국은 소위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결과는 참가국이 불과 6개국에 불과했던 이번 올림픽에서 4위에 머물렀다. 올해 올림픽은 사실상 우리와 일본 그리고 미국이 경쟁하는 모습이었다. 그 중에서 우리와 일본만이 프로 1군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로 팀을 꾸렸으므로 객관적 전력에서는 외견상 크게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에 못 미치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4위라는 성적도 민망하지만 수십억 원의 몸값을 받는 선수들의 무기력하고 불성실하게 보이는 모습에 팬들은 분노했다. 더구나 여러 차례의 득점 기회를 맞고도 무기력한 타선과 국가대표 투수라고 보기에는 믿을 수 없는 미숙한 베이스 커버 등 허술한 수비로 실점을 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도 없는 경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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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결과에 대한 팬들의 실망과 분노는 패배의 원인을 일차적으로 선수들에게 내부귀인한 결과이다. 즉 패배의 원인은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안일한 태도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 것이다. 선발된 선수들 중 7명은 이번에 동메달만 획득해도 군면제의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감독까지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못 딴 것이 아쉽지 않다”라는 발언을 함으로써 팬들의 마음에 분노의 불을 지폈다. 그리고 일부 선수들의 어이없는 행동은 더욱더 팬들의 마음에 실망을 안겨주었다. 결국 내부귀인 중에서도 제일 분노하게 하는 ‘태도’ 요인이 결정적으로 실망을 안겨주었다. 비록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행위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면 결과에 대해 너그러울 수 있다. 하지만 성적도 나쁜데 태도가 불량하면 이 경우에는 용서할 수가 없다. 한국 문화에서는 내부 요인 중에서도 특히 ‘노력’의 여부에 큰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부터 많은 불상사를 연출했다. 그 결과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선수들 교체까지 이루어졌고, 전체 프로야구 자체가 중단되는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와중에 올림픽 성적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원인을 선수들에게 내부귀인하자 동메달 결정전에서 상대팀을 응원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어느 선수가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선수 자신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행동은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해석에 더 영향을 받는다. 선수들 자신이 누리는 인기와 높은 연봉도 다 팬들의 주관적 해석의 결과인 것이다. 야구를 포함해 스포츠는 우리의 삶에 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인이 올림픽에 열광하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하루빨리 야구도 예전의 자리로 돌아오기 바라며, 그것은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주관적 해석에 달린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것은 선수들의 행동을 보고 그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노력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대한 팬들의 주관적 판단에 달린 것이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이미지 확대보기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