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현지에 직접 진출해 있거나 공장을 운영 중인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누구보다 세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에 공장을 둔 오리온과 롯데제과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원부자재 물량 확보에 집중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지 법인을 러시아에 두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KT&G도 향후 정세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KT&G 관계자는 “당사의 러시아 공장과 현지 법인 사업장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과는 아주 먼 거리의 깔루가주에 소재하고 있다”며 “현지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고 담배사업에도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국제 정세 등을 살펴 현지 사업과 주재원 안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식음료업계는 이번 사태가 길어질 경우 곡물 가격 상승과 같은 간접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러시아는 세계 4대 밀 생산국이고,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5위 수출국으로써 양국의 지정학적 갈등은 곧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또는 러시아에서 직접 수입하는 밀가루 등은 거의 없지만 글로벌 원료 수급과 또 가격에 변동을 줄 수 있다”며 “직접적인 영향은 2~3개월 뒤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국제적 곡물가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재고 확보 등의 계획을 세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제빵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SPC그룹과 CJ푸드빌 등은 대부분 프랑스 등에서 밀가루를 수입해 쓰고 있어 당장 수급에 타격은 없지만 장기화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PC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서 밀가루를 직접 수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대표적 대곡창지대인 만큼 다른 농산물 생산국에 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여진다”면서 “이로 인한 변동성이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공급량 확보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등의 유통채널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는 제품은 미미한 수준으로 단기적, 장기적 리스크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길어질 수록 물가 상승의 우려는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음식료 업체들은 곡물가 상승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며 “또 국제 곡물 스팟 가격이 실제 국내음식료 업체들의 원재료비 상승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3~6개월의 시간 차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류 연구원은 “다만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될 시에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과 함께 국내 주요 음식료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