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무인패션숍 가보니…마음에 들면 키오스크서 결제

문을 열고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음성 안내가 흘러나온다. 평소에 옷가게에 들어가면 직원이 반기며 이런저런 옷을 추천해주기 마련이다.
‘압구정빈티지’는 좀 다르다. 혼자서 편하게 옷을 구경하라고 권한다. 이곳은 무인으로 빈티지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옷가게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 간 접촉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만들어졌다.
기자는 지난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압구정빈티지를 방문해 무인 쇼핑을 체험해보았다.

먼저 압구정빈티지에 들어가기 위해 출입문에 있는 보안시스템에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를 인식해야 한다. 카드를 인식한 후 매장에 들어가니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음성에서는 압구정빈티지는 세탁, 에어드레싱 과정을 거친 깨끗한 옷을 판매하는 슬로우 패션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매장을 둘러보니 의류를 비롯해 가방, 모자, 신발 등 다양한 아이템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 직접 선별한 새로운 패션 아이템들을 선보인다. 이에 매장에서는 매일매일 색다른 옷을 체험할 수 있다.
이 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박 모(60대)씨는 “매장에는 다른 옷가게에서는 볼 수 없는 디자인들이 많다”면서 “직원 눈치 보지 않고 옷을 편하게 입어보고 고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벽면에 위치한 가방 진열대에는 토드백, 숄더백 등 다양한 종류의 가방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기자가 살펴본 크로스백은 원가보다 70% 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압구정빈티지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인건비가 들지 않아 그 이윤을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
압구정빈티지의 조엘 MD(49)는 “강남에 있는 유인 빈티지 매장에 비하면 40% 가량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 안쪽에는 무인 계산대가 비치되어 있었다. 구매 방법은 간단했다. 상품에 달려있는 바코드 라벨을 키오스크(무인 단말기)에 인식시킨 후 카드 결제를 하는 방식이다. 결제 시 키오스크 화면에는 CCTV에 담긴 고객의 모습이 단말기 화면에 뜬다. 이외에도 매장 내에는 도난 방지를 위해 CCTV가 곳곳에 달려있었다.
키오스크 옆에는 무인 구매가 어려운 고객을 위해 단말기 결제 방법이 게재되어 있었고, 옷 크기를 측정할 수 있는 줄자와 쇼핑백이 마련되어 있었다.
압구정빈티지는 빈티지 품목을 취급하고 있어 모든 제품의 재고가 하나뿐이다. 이에 사이즈 문의 등 직원을 찾을 필요 없이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바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매장은 40대 여성 중심의 고객층을 넓히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여성 및 남성 의류를 구분해 상품을 진열해놓았다. 매장 내 비치된 방명록에는 ‘남성인 나도 입을 옷이 많아 앞으로 매장을 자주 들리겠다’는 글이 남겨있었다.
실제로 압구정빈티지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0명의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고 있으며, 매장 방문객 수는 매월 10%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매장을 오픈한 이후 월평균 매출액 또한 1000만원 이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
조엘 MD는 “향후에는 키즈 상품관을 마련하는 등 소비자의 성별, 연령에 따라 제품을 특화해나갈 것”이라면서 “오는 5월에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04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