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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직원 없으니 눈치 안보고 맘껏 옷입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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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직원 없으니 눈치 안보고 맘껏 옷입어봐요

목동 무인패션숍 가보니…마음에 들면 키오스크서 결제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무인패션숍 '압구정빈티지'. 사진=안희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무인패션숍 '압구정빈티지'. 사진=안희진 기자
‘편안하게 천천히 나만의 비밀 옷장에서 자유로운 쇼핑을 즐겨보세요!’

문을 열고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음성 안내가 흘러나온다. 평소에 옷가게에 들어가면 직원이 반기며 이런저런 옷을 추천해주기 마련이다.

‘압구정빈티지’는 좀 다르다. 혼자서 편하게 옷을 구경하라고 권한다. 이곳은 무인으로 빈티지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옷가게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 간 접촉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만들어졌다.

기자는 지난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압구정빈티지를 방문해 무인 쇼핑을 체험해보았다.
출입 보안시스템에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를 인식하면 매장 문이 열린다(왼쪽), 매장 내부. 사진=안희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출입 보안시스템에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를 인식하면 매장 문이 열린다(왼쪽), 매장 내부. 사진=안희진 기자

먼저 압구정빈티지에 들어가기 위해 출입문에 있는 보안시스템에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를 인식해야 한다. 카드를 인식한 후 매장에 들어가니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음성에서는 압구정빈티지는 세탁, 에어드레싱 과정을 거친 깨끗한 옷을 판매하는 슬로우 패션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매장을 둘러보니 의류를 비롯해 가방, 모자, 신발 등 다양한 아이템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 직접 선별한 새로운 패션 아이템들을 선보인다. 이에 매장에서는 매일매일 색다른 옷을 체험할 수 있다.

이 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박 모(60대)씨는 “매장에는 다른 옷가게에서는 볼 수 없는 디자인들이 많다”면서 “직원 눈치 보지 않고 옷을 편하게 입어보고 고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벽면에 위치한 가방 진열대에는 토드백, 숄더백 등 다양한 종류의 가방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기자가 살펴본 크로스백은 원가보다 70% 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압구정빈티지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인건비가 들지 않아 그 이윤을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

압구정빈티지의 조엘 MD(49)는 “강남에 있는 유인 빈티지 매장에 비하면 40% 가량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 내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 상품을 셀프로 구매할 수 있다. 사진=안희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매장 내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 상품을 셀프로 구매할 수 있다. 사진=안희진 기자

매장 안쪽에는 무인 계산대가 비치되어 있었다. 구매 방법은 간단했다. 상품에 달려있는 바코드 라벨을 키오스크(무인 단말기)에 인식시킨 후 카드 결제를 하는 방식이다. 결제 시 키오스크 화면에는 CCTV에 담긴 고객의 모습이 단말기 화면에 뜬다. 이외에도 매장 내에는 도난 방지를 위해 CCTV가 곳곳에 달려있었다.

키오스크 옆에는 무인 구매가 어려운 고객을 위해 단말기 결제 방법이 게재되어 있었고, 옷 크기를 측정할 수 있는 줄자와 쇼핑백이 마련되어 있었다.

압구정빈티지는 빈티지 품목을 취급하고 있어 모든 제품의 재고가 하나뿐이다. 이에 사이즈 문의 등 직원을 찾을 필요 없이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바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매장은 40대 여성 중심의 고객층을 넓히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여성 및 남성 의류를 구분해 상품을 진열해놓았다. 매장 내 비치된 방명록에는 ‘남성인 나도 입을 옷이 많아 앞으로 매장을 자주 들리겠다’는 글이 남겨있었다.

실제로 압구정빈티지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0명의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고 있으며, 매장 방문객 수는 매월 10%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매장을 오픈한 이후 월평균 매출액 또한 1000만원 이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

조엘 MD는 “향후에는 키즈 상품관을 마련하는 등 소비자의 성별, 연령에 따라 제품을 특화해나갈 것”이라면서 “오는 5월에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04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