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씨는 "이번 휴가는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것"이라며 "올해는 가족끼리 꼭 해외로 나가 볼 생각이었는데 4인 가족 항공권 가격과 PCR 검사 비용만 해도 거의 8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휴가비용은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2~3배 가량 늘었다. 특히 가성비 좋은 패키지 여행상품으로 호응을 얻던 홈쇼핑업계마저도 높은 항공료와 환율에 가격을 높였다. 대표적으로 GS샵이 올 4월 판매한 '스페인 일주 9일' 상품은 코로나 19 전 보다 30.2% 오른 259만원에 판매됐다.
입·출국 때 받아야 하는 PCR 검사도 무시 못 한다. 검사 비용은 인천공항 코로나19 검사센터 기준으로 PCR은 평일 11만6000원, 주말12만원이다. 신속항원은 평일 6만6000원, 주말 7만원이다. 만일 떠나고자 하는 여행지가 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필수로 받는 곳이라면 4인 가족이 출국 때 받는 검사 비용만 최소 46만4000원이다. 입국 때는 받는 신속항원 검사 비용까지 포함하면 최소 72만8000원이다.
원·달러 환율이 1285원(13일 기준)을 돌파하면서 여행 경비 부담도 커졌다. 현지에서의 쇼핑, 외식 그리고 교통비까지 생각하면 면세쇼핑은 사치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품의 경우 기본적으로 달러 베이스로 판매돼 환율이 오르면 가격상승 효과가 나타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며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국내여행으로 눈길을 돌려봐도 높아진 물가에 고민이 깊어진다. 항공료와 유류비가 크게 올라서다. 여차저차 가더라도 숙박료, 놀이·관람시설 입장료, 외식비까지 고려하면 국내여행도 망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3일 네이버 항공권 검색 결과, 16일 제주행(김포-제주) 편도 항공권은 9만2600~11만1600원이었다. 코로나19 전이라면 왕복 티켓 수준의 값이다.
실제로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지난 5월 기준 단체여행비(10.4%), 국내항공료(10.2%), 경유(45.8%) 등의 항목이 크게 올랐다. 또 외식 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 대비 4.2% 상승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 중인 현모씨는 "해외여행 포기하고 국내여행을 가고자 마음 먹었는데 비용을 따져보니, 차라리 하루 호캉스하자는 마음"이라며 "큰 돈 쓸 준비가 돼 있어야만 여름휴가를 떠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유류할증료가 인상되고 수요 대비 부족한 항공편에 항공권 가격이 크게 뛰어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항공 노선 등이 확대되고 PCR 검사 의무조치라도 해제돼야 관련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