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3년 38조원 규모였던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193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1년 이래 최대치이며 전년(159조원)보다도 21% 시장이 커졌다. 2023년에는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가 2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국,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세계 5위로 자리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물류, 빅데이터·인공지능 등 다양한 사업군과의 시너지를 내며 유통 핵심 채널로 자리매김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20년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을 추진했다. 해당 법은 '중개 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조원 이상'인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계약서 교부와 필수 기재 사항 등을 골자로 한다.
이번 20대 대선 과정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플랫폼 '갑질방지' 차원의 규제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규제 방안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과의 상생 도모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중복규제·과잉규제로 산업 성장 동력을 상실케 하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지난해 온플법 논의가 업계 현안으로 떠오르던 무렵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디지털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 모든 분야를 연결된 세상으로 만드는 복잡한 체계"라며 "충분한 검토 없이 신중하지 않은 규제 시도는 국내경제의 주춧돌이자 견인차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디지털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섣부른 규제가 자칫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대형마트와 면세점 규제의 선례는 이들 단체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면세점 내국인 구매한도가 43년 만에 폐지됐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또한 폐지가 추진되지만 이미 관련 산업은 활기를 잃었다. 특히 중국이 면세특구 지정 등 규제를 완화하며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 면세점업은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뒤로 중국 대리구매상인 '다이궁'에 매출을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법률을 통한 관 주도의 규제보다 이해관계자들이 협의를 거쳐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자율규제'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플랫폼 사업자와 소상공인 단체 등이 참여하는 '자율규제위원회'를 꾸려 이들이 제시한 자율규제안을 각 부처에서 지원하는 방식의 자율규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7일에는 디지털 플랫폼 자율기구 관련 법제도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업계·전문가·관계부처와 '디지털 플랫폼 자율기구 법제도TF' 발족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 이머커스업계 관계자는 "기존 추진됐던 플랫폼 규제 법안에는 내부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내용이 담겼다"면서 "이는 기업이 자산을 투입해 개발한 자산인 만큼 외부 유출시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율규제는 개별, 구체적 사안에 대해 각 이해관계자들이 유연하고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플랫폼 산업 현안들의 복잡성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관련 논의 기구가 안착한다면 법률 규제보다도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도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bh75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