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340만개 이상 판매되며 아모레퍼시픽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라네즈 네오 쿠션의 생산과정이었다. 제품 생산부터 제품 포장 상태를 점검하는 단계가 영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마치 앤디워홀의 팝아트 작품 '캠벨 수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24일 방문한 경기 오산시 '아모레 뷰티파크'는 첫인상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통합생산물류 기지인 이곳은 한국 여성들의 미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전초기지다. 전체 면적이 축구장 30여개 수준인 22만4400㎡에 달할 만큼 큰 규모를 갖췄다.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진 이곳이 리뉴얼을 통해 바뀐 것은 미의 여정을 쫓는 경영철학처럼 현대미술관처럼 변신했다는 점이다. 아모레 팩토리는 기업 스토리 체험관이었던 '스토리가든'이 제품 생산 과정까지 범위를 넓혀 리뉴얼된 공간으로 지난 5월부터 외부에 공개됐다.
아모레 뷰티파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적갈색 벽돌로 지어진 아모레 팩토리 건물 앞에 위치한 조형물이었다. 건물 입구에 알루미늄과 강철로 만들어진 높이 5m 크기의 파란색 스케이터 조형물이 곧 비상할 듯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전진하는 쇼트트랙 선수처럼 아모레퍼시픽 역시 전 세계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미술작품처럼 전시된 조형물 앞으로는 녹색으로 가득한 잔디밭이 넓게 펼쳐진다. 현대적이고 이색적인 분위기가 조화롭게 연출된 모습이다.
아모레 팩토리 내부에 들어서면 제품 제조부터 물류 센터까지 생산 과정 전반을 둘러보며 77년의 기업 역사와 화장사도 경험할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1층 '팩토리 스테이션'에 있는 미디어 월에서 라네즈 네오 쿠션 제조 과정을 예술작품처럼 감각적으로 표현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미디어 월 주변으로는 198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도입했던 설비가 전시돼있다. 컨베이어 벨트를 테이블로 개조하는 등 설비가 인테리어 가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화장계, 난초, 향장 등 아모레퍼시픽이 1950년대부터 발간해 온 사외보가 진열, 과거 잡지에서 알려줬던 화장법과 패션 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다.
2층 '팩토리 아카이브'에서는 1945년 '태평양화학공업사'로 시작한 아모레퍼시픽 역사를 경험하게 된다. 미세 제분기 '에어스푼'을 포함해 기업 성장을 이끈 핵심 설비와 '코티 분백분' 등 각 설비의 주요 제품을 볼 수 있다. 벽면에 영상으로 비춰진 모션 그래픽을 바라보고 있으면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3층 '팩토리 워크'에서는 스킨케어 제품 생산 현장을 관람할 수 있다. 이날에는 설화수 자음수 제품의 자음유액 충진과 포장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전에는 생산 라인에 근무자가 2명이었으나 완전 무인화 체계를 갖추면서 대부분의 라인에는 근무자 1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편에는 제품 포장 검사를 진행하는 로봇 시현이 마련됐다. 이외에도 VR투어를 통해 뷰티파크의 제조, 포장, 물류 제품 등 다양한 공간을 생생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아모리 팩토리와 함께 공개된 '원료식물원'은 식물원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던 서성환 창업자의 꿈이 실현된 공간이다. 이곳에서 설화수 원료인 인삼, 감초, 작약을 포함해 총 1480여종의 식물을 만날 수 있다.
기업이 동백나무 씨앗에서 추출한 머릿기름으로 시작한 만큼 원료식물원은 식물 연구, 교육을 하고 있다. 로즈마리, 레몬그라스 등 120여종의 허브가 있는 허브원과 암석원, 침엽수원 등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을 수집, 관리하고 있으며, 종자들도 따로 보관하고 있다.
'아카이브'에는 아모레퍼시픽 역대 제품과 광고·홍보물 등 8만여건의 사료가 소장돼있다. 방문판매 전용 브랜드 '아모레'와 설화수 전신 브랜드 '설화'처럼 어머니의 화장대에 있던 제품들을 보면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
이외에도 시대별 광고를 통해 여성사를 알 수 있다. 국내 최초로 전개한 메이크업 캠페인부터 진취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강조한 마몽드까지 주요 광고들을 보다 보면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아모레퍼시픽의 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카이브에서는 화장품의 역사를 아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여성사를 함께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안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04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