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편의점 업계 양대산맥인 GS25와 CU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색 주류’ 경쟁을 예고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과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주류전담 부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GS리테일은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플랫폼 BU 산하에 주류 기획팀을 신설했다. 앞서 BGF리테일도 지난 15일 정기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주류 TFT’ 팀의 신설을 알렸다. 주류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다.
GS리테일의 주류 기획팀장, BGF리테일의 주류 TFT 팀장으로는 그간 주류MD 부문에서 메가 히트상품을 선보인 주역에게 맡겼다. GS리테일 주류 기획팀장은 기존 신득호 음용기획팀장이 담당한다. 신 팀장은 올해 원소주, 버터맥주를 선보인 인물이다. BGF리테일은 곰표맥주 신드롬을 낳은 이승택 음용식품 MD에게 맡겼다. 이들은 업계에서 편의점 주류 트렌드를 이끌어 왔다고 평가를 받는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원소주 같은 메가 히트 상품을 발굴해 주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올해 원소주, 버터맥주를 단독 출시해 완판 행진을 이어간 만큼 신설 조직을 통해 내년에도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성장세 가파른 편의점 주류 시장 '승기' 잡기 경쟁
편의점 양대산맥인 CU와 GS25가 ‘주류’ 콘텐츠에 집중하는 까닭은 최근 급격하게 성장 중인 편의점 주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CU 전체 주류 매출은 2019년 12.3%, 2020년 17.8%, 2021년 30.2%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올(1~11월) 주류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0.3% 상승해 지속적 두자릿수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CU에 수제맥주 맛집 타이틀을 거머쥐게 한 ‘곰표 밀맥주’는 누적 판매량만 3400만개로 CU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 효자 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9월 출시한 증류주 ‘빛 소주’는 세 달간 30만병의 판매고를 올리며 이달 프르미엄 소주 매출을 전년 대비 325.2% 끌어 올렸다.
GS25 주류 매출도 히트 상품의 도움을 받아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올(1~11월) 주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2% 신장했는데, 올해 잭팟을 터뜨린 원소주와 버터맥주의 기여도가 크다.
지난 9월 출시해 화제를 모은 버터맥주는 GS25에서 최단 기간 밀리언셀러에 등극하기도 했다. 하루 평균(11월14일 기준) 3만5000캔씩 팔려나가며 여전히 스페셜티 맥주 열풍을 선도 중이다. 편의점 소주 지형도를 바꾼 GS25의 원소주 스피릿 역시 올 연말까지 누적 판매량 300만병, 매출액 300억원을 돌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CU는 제2의 곰표 밀맥주를 위해 끊임없이 상품을 개발 중이다. 주류 TFT팀 신설 보름만인 1일, 힙합 아티스트인 타이거JK, 윤미래와 협업한 ‘타이거JK맥주’와 ‘미래소주’ 출시 소식을 알렸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 주류 시장에서 고객 이목을 끄는 다양한 차별화 상품을 통해 업계 트렌드 리더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라며 “CU는 차별화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주류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5조시장 잡자…HMR은 또 다른 사업 축
코로나19와 고물가 등으로 급격하게 성장 중인 HMR(가정간편식)도 편의점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분야다. 5조2000억원 규모의 오프라인 HMR 시장에서 편의점 채널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지속 확대되고 있어 신성장 사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프라인 HMR 시장 내 편의점 채널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21.6%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인 19.7% 보다 1.9%p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BGF리테일 HMR 매출 성장률은 14.2%로 편의점 채널 평균 성장률인 10.5%를 웃돈다. 이에 BGF리테일은 앞으로 또다른 신성장동력으로 HMR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의 일환으로 최근 CU는 일본 가정식 외식 브랜드 ‘토끼정’과 손잡고 RMR 시리즈를 선보인 바 있다.
GS리테일은 조직개편에서 HMR 부문도 새로 만들고 홍성준 MD본부 HMR 본부장을 신규 선임했다.또 최근에는 미식 큐레이션 플랫폼 캐비아에 20억을 투자하는 등 먹거리 강화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올해 초에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쿠캣’을 인수, 간편식 특화매장을 확대하는 등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GS리테일 관계자는 “1인 가구와 편리한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만큼 트렌드에 앞서 대응하고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한다”라며 “최근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조치다”라고 설명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