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단일점포 매출 3조원 시대를 누가 최초로 여느냐, 부동의 업계 1위인 ‘롯데’가 위태로운 왕좌를 수성할 것인가, 전국구 혈투로 번진 콘텐츠 전쟁 속 유통 맏형 ‘롯데’를 향한 아우들의 반란입니다. 요약해 보니 롯데는 올해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 보입니다. 오랜 기간 1위 타이틀을 쥐어 왔으니 잃을 것도 많은 것이겠죠.
업계 경쟁에서 웃음꽃이 피는 건 소비자겠죠. 업계 1위를 향한 순위 경쟁 끝에는 소비자를 불러 모을 다양한 볼거리와 차별화된 쇼핑 경험이 있을 테니까요.
◆롯데 턱끝 추격하는 신세계…3조원 시대 열고 업계 1위 노린다
롯데에게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신세계일 것입니다. 자칫하면 올해는 신세계와의 순위 경쟁에서 밀릴 수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데요. 신세계는 매년 기록을 경신 중입니다.
업계 중 가장 먼저 단일점포 매출 2조원 시대를 열더니 올해는 3조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신세계 강남점 이야기입니다. 2019년 롯데보다 먼저 매출 2조원을 달성했죠. 더 과거로 올라가면 2017년에는 부동의 매출 1위 점포이던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을 뛰어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40여년간 부동의 매출 1위 자리를 지키던 롯데에게는 뼈아픈 이야기입니다. 유통 맏형으로서의 자존심 문제도 걸려있지만 본점은 특히나 창업주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이 준공한 곳으로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그래서 본점에는 공도 많이 들여왔었죠.
가만히 있을 롯데가 아니죠. 반격의 칼날을 갈았습니다. 그 덕에 롯데도 지난해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매출 2조 클럽에 가입시키며 ‘자존심’을 회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서울을 넘어 전국에서 고전하는 모습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잠실점을 포함해 1조원 매출을 넘어선 백화점은 전국 11곳입니다. 롯데는 본점과 부산본점, 신세계는 센텀시티점·대구점·본점, 현대백화점은 판교점·무역센터점·본점, 갤러리아 명품관입니다.
롯데는 서울 권역인 잠실점과 본점을 제외하곤 부산본점 1곳만 1조 클럽을 수성합니다. 반면, 신세계는 강남점과 본점 외에 센텀시티점, 대구점에서 1조원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롯데의 ‘텃밭’으로 불리는 부산에서도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신세계 센텀시티점 매출은 1조8400억원으로 롯데 부산 본점의 매출인 1조2229억원보다 6000억원 가량 앞서며 격차를 벌리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롯데 부산 본점은 한 번도 신세계 센텀시티점을 넘어선 적이 없네요. 오히려 매출 차이만 늘어났을 뿐입니다.
텃밭을 지키지 못하는 사이 신세계 센텀시티 매출은 2조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산지역의 랜드마크 백화점으로서 우뚝 선 모습입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대규모 리뉴얼이 예고된 상태라 부산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2조원 매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세계의 파죽지세에 롯데가 주춤하던 사이 매출 격차를 크게 좁혀졌습니다. 이에 신세계가 올해 롯데와의 매출을 한번 더 좁힐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높은 상황인데요. 먼저 각사가 공시한 백화점 업계 3분기 실적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조3419억원, 영업이익은 3213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4%, 124% 증가한 실적입니다. 신세계백화점의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8183억원, 영업이익은 351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각각 21%, 58% 늘었네요. 현대백화점은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0% 증가한 1조6928억원, 영업이익은 42% 신장한 2842억원입니다.
롯데와 신세계의 매출 격차를 한 번 봅시다. 매출은 단 5000억원 정도의 차이가 날 뿐이네요. 영업이익은 신세계가 300억원 수준으로 근소하게 앞섭니다. 매출 차이가 적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 기세로 라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됩니다.
다만, 롯데백화점 누적 매출은 백화점 32개 점포와 22개 아웃렛 매출이 포함된 실적이고 신세계는 동대구, 대전, 광주 별도법인을 합산한 13개 순수 백화점 사업 매출이라는 점에서 단순 비교가 어려운 점은 있습니다. 아쉽게도 롯데백화점은 아웃렛과 별도로 순수백화점 매출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세계가 롯데의 격차를 점점 줄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는 롯데 내부적으로는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올해 선두자리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세계는 올해도 지역 1번점 전략을 통해 1위 탈환에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전국구로 번지는 경쟁…콘텐츠가 가를 운명
이렇듯 판도 변화가 예고된 백화점 업계의 경쟁은 이제 ‘전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올해는 팬데믹으로 인한 3년간의 숨고르기가 끝나면서 백화점 빅3는 전국 주요 점포에 대규모 리뉴얼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최근 화두인 광주 복합쇼핑몰 개발에도 뛰어든 상탭니다.
올해는 패션, 명품 등 고마진 상품이 잘 팔리던 지난해와 달리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어진 보복 소비가 해외여행으로 이전돼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어서죠.
덕분에 재미난 볼거리 잔치가 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백화점들은 엔데믹을 준비하며 대대적 점로 리뉴얼을 차근차근 진행해 왔는데요. 올해는 콘텐츠에 방점을 찍은 리뉴얼이 예정됐습니다. 공간을 달리하고 매장 구성과 차별화 MD로 꽉꽉 채우겠다는 복안입니다.
올해 롯데백화점은 경기 수원점과 잠실점에 리뉴얼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롯데백화점의 상징인 본점도 2025년 마무리를 목표로 리뉴얼을 진행 중입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센텀시티점 새단장에 나섭니다. 올 상반기 중에는 영패션관을, 하반기에는 뉴컨켐포러리 전문관 오픈을 준비하고 있죠. 더 현대 서울을 K-패션 맛집으로 키워낸 현대백화점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MZ세대를 겨냥한 전문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리뉴얼일 핵심인 콘텐츠는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만큼 중요합니다. 더현대서울은 개점 첫해 매출 8000억원을 돌파했는데요. 이는 국내 백화점 중 개정 첫해 매출 신기록으로 차별화된 ‘콘텐츠’가 낸 성과로 풀이됩니다.
때문에 백화점들은 요즘 MZ세대들이 추구하는 ‘희소성’에 높은 가치를 둔 브랜드 모시기에 바쁩니다. 일례로, 롯데백화점은 라이징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하고하우스’ 입점 매장을 늘리고 있는데요. 하고하우스는 국내 패션 브랜드의 인큐베이팅을 선도하는 패션 플랫폼으로 마똉킴을 포함한 약 20여개 온라인 브랜드가 입점돼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로 채워진 ‘뉴컨템포러리’ 전문관을 올 8월 강남점에 첫선을 보이고 매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리뉴얼 전 대비 약 30% 이상의 신장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는 이를 센텀시티점에도 이식해 화제성과 매출을 동시에 잡겠다는 것인데요. 지난해 지역 최초로 선보인 ‘가니’, ‘살로몬’ 매장 입점 효과에 힘입어 더 큰 성장이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1년간의 리뉴얼을 끝으로 지난해 말 ‘더현대 대구’로 이름을 바꿔 재개장하면서 대구지역 1위 백화점 신세계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명품관, 영패션 전문관을 포함해 전층을 싹 다 바꿔가며 지역 최초의 매장을 대거 선보였습니다.
신세계와 현대는 광주 복합쇼핑몰 개발에도 참전해 제대로 한판 붙을 예정입니다. 신세계는 스테이케이션을 지향하는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가칭)를 건립하겠다는 목표인데요. 스타필드, 리조트 등 시설과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콘텐츠로 광주 시민들의 인프라 갈증을 해소하겠다는 포부입니다.
현대는 더현대 서울을 넘는 대규모 미래형 복합몰인 ‘더현대 광주’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쇼핑, 여가, 휴식,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문화체험이 접목된 시설로 건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차별화된 공간 기획과 브랜드 구성 능력으로 문화 및 유통 인프라의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포부도 내비쳤습니다.
다만, 롯데는 광주 복합쇼핑몰 참전에 신중한 모습을 기하고 있습니다. 참여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사업계획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히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온 이야기가 없습니다. 콘텐츠의 시장선점이 첨예하기 이뤄지고 있는데, 롯데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아직 먼 얘기지만, 광주 복합쇼핑몰의 경쟁에서 격차를 벌린다면 순위 변동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19 기간에 이커머스 등 온라인 채널이 발달했지만 올해부터는 오프라인 시대가 올 것”이라며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완전히 무너진다는 아포칼립스는 위기는 완전히 벗어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엔데믹 시작부터는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며 “테스팅 마켓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집안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던 사람들이 물밑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콘텐츠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