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12일 열린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 첫 참석했다. VCM은 신 회장이 주재해 1년에 두 번, 그룹 사장단과 사업 전략 및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올해는 신 상무를 등판시키며 승계 수업의 본격화를 알렸다.
12일 열린 상반기 VCM에서 만난 김 부회장은 신 상무에 대해 “해외사업 능력도 있고, 투자 여력도 있으니 일본 업체와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있는지 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포럼에 가는 핵심적인 이유는 ‘신사업’에 있다. 이번 포럼에선 저칼로리 친환경 대체식품, 유기농 건강식품 등 다수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진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김 본부장은 이들과의 협업이나 관련 산업의 신사업을 발굴할 것으로 추정된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이번 포럼 참석에 대해 “전 세계 주요 기업과 협업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세들에게 신사업은 경영능력을 평가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때문에 신사업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들은 미래를 담보할 신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특명도 임원인사를 통해 부여 받은 만큼 풀어야 할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실제 신 상무와 김 본부장은 최근 초고속 승진을 통해 요직을 맡았다.
먼저, 신 상무는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 일본 동경지사 상무보에 오른지 7달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소속은 기초소재사업부로 기초소재 영업과 신사업을 담당한다. 기초소재사업부는 기초유분·모노머·폴리머 등을 제조·판매·연구하는 부서로 롯데케미칼 내 핵심 사업부로 통한다. 롯데 관계자는 상무 승진 당시 “맡은 사업을 일본과 연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본부장도 1년 5개월 만에 초고속 승진으로 주목 받은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이뤄진 조직개편으로 신사업전략실과 전략본부과 통합되며 신사업전략실장에서 전략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조직개편에 따라 신규사업 발굴과 함께 기획, 인사 등을 모두 관할하게 됐으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도 겸임한다.
재계는 이번 수순을 신사업이라는 중책을 책임과 함께 맡긴 것으로 풀이하고, 경영능력 시험이 본격화됐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올해는 작년보다 3세들의 신사업 발굴 행보가 잦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김 본부장은 미국과 유럽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새사업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또 올해 상반기는 김 본부장이 진두지휘해 국내 상륙을 성공시킨 ‘파이브가이즈’ 버거의 론칭도 앞두고 있는 만큼 신사업의 성과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베일에 쌓여 있던 은둔형 후계자 신 상무도 새해부터 공식 행보를 늘리고 있어 올해 폭 넓은 활동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글로벌 복합 위기와 지속되는 불황은 이들의 신사업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점차 공식 행보를 늘리는 방식으로 3세 경영시대를 준비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