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도 술이냐’라고 말하는, 부동의 소주파·맥주파까지 만족시켜 이들을 움직이는 게 목표입니다.”
‘와인반병 까쇼(이하 와인반병)’을 출시하며 소용량 와인 시장을 개척한 소병남 BGF리테일 주류TFT MD(수석)이 밝힌 말이다.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에서 만난 소 수석은 자신이 기획한 와인반병이 열어가야 할 과제를 소개했다.
지난 9월 출시된 와인반병은 기존 와인 한병의 절반(360㎖) 수준의 용량으로 ‘소주병’에 담은 이색 와인이다. 출시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와인 카테고리 판매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메가히트 상품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누적판매량은 이달 9일 기준 30만 병을 돌파했다.
예상보다 높은 흥행에 와인반병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다 이룬 듯 보였지만, 그가 세운 목표는 따로 있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와인 대중화에 너도 나도 와인을 마신다고 하지만, 끝까지 먹던 술만 고집하는 부동의 층이 바로 그의 타깃이다. ‘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얼죽아’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 이들에게 와인의 신세계를 열어주겠다는 포부다.
소병남 BGF리테일 주류TFT MD(수석)는 “아직도 대중적으로는 소주, 맥주의 수요가 압도적”이라며 “조금 더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주류로서의 역할 확대를 위한 부분에 집중하면서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와인을 소주병에 담는다는 상식을 깨는 발상도 여기에서 나왔다. 그는 “와인이 익숙하지 않은 고객에겐 와인을 따는 것부터 복잡한 일”이라면서 “별도의 오프너로 코르크 마개를 여는 과정부터 어려움을 느껴, 쉽고 새로운 형태의 음용 방식을 고객에 제안하고자 하는 데서 출발한 아이디어”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가격 설정도 파격적으로 낮췄다. 수제맥주 1캔보다 저렴한 3000원으로 대중적 지지를 받는 소주와 맥주에 도전장을 냈다. 진열도 와인 진열대가 아닌 소주 진열대에 올렸다. 그러면서 세계맥주 4캔 1만1000원 행사 스킴에 동시 적용해 접근성을 키웠다.
한 번의 도전이 실패가 되지 않도록 주질에도 신경썼다. 또 누가 마셔도 호불호가 갈리지 않도록 맛도 대중적 입맛에 맞췄다. 소 수석은 “가격 대비 주질이 우수한 국가인 칠레의 센트럴 밸리 까베르네소비뇽 100%로 만들어진 와인”이라며 “와인을 구성하는 바디, 산미, 탄닌 등 어느 한 가지 튀는 맛보다는 전체적인 균형감이 우수하다”고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 반주로 먹기 좋도록 한식과의 페어링에도 신경썼다.
주질과 맛은 소 수석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와인은 고객 신뢰와 직결된다’라는 신념과 ‘고객을 화나게 하면 안된다’는 철칙 때문이다. 그는 “퇴근하고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기 위해 기회 비용을 지불하고 선택한 술(와인)에서 실망하면 고객은 다시 찾지 않는다”면서 “이는 고객 신용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실패를 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나 편의점 채널의 경우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그는 와인 카테고리 1위 제품을 출시하고도 늘 긴장 상태로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소 수석은 “이럴 때 일수록 집중해야 한다”며 “단순히 유행만 좇지 않고 고객들이 집과 가까운 편의점에서 검증된 와인을 믿고 살 수 있도록 초심 그대로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올해는 CU 대표 와인브랜드 음(mmm!) 와인의 새로운 라인업도 준비 중이다. 앞서 그는 지난해 10월과 12월 음 와인 미국 샤도네이와 스페인 스파클링 까바를 선보였다. 두 와인 모두 와인 카테고리 5위 안에 드는 베스트 셀러다. 소 수석을 올해도 부지런히 움직여 고객에게 신규 와인을 대거 소개할 예정이다. “올해는 음 와인 3종과 함께 프리미엄 와인의 신규 론칭을 준비 중”이라며 “이르면 상반기 중 프리미엄 와인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U와 함께 와인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는 소 수석은 BGF리테일에는 지난해 5월 새롭게 합류했다. 이전에는 대형마트에서 15년간 주류 바이어와 상품 기획을 담당해 왔다. 그는 새 회사에 둥지를 튼 지 반년 만에 탁월한 안목으로 주류TFT 최정예 멤버로 발탁됐다.
주류TFT는 편의점에서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지난해 11월 새롭게 탄생한 조직이다. 그는 주류TFT에서 와인과 위스키를 담당하는 핵심 인재다. 소 수석은 자리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면서도 “평소에도 와인을 즐겨 마시는 애호가로서 덕업일치를 이뤘다”고 웃음을 보였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