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만 집중했던 이커머스 업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중점 추진 전략을 바꾼 뒤 체질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SSG닷컴과 롯데온이 지난해 하반기 이익이 개선된 가운데 올해도 비용을 효율화하면서도, 잘하는 사업은 키워 내실 성장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과 롯데온의 수익성 개선은 올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씨를 뿌린 배송효율화 작업을 비롯한 수익성 중심 전략이 빛을 볼 것으로 관측돼서다.
지난해 양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악화됐지만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개선세로 접어들며 적자 탈출의 신호탄을 쐈다. 실제로 SSG닷컴은 3·4분기 연속으로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은 231억원으로 전년 대비 손실을 151억원 줄였고, 지난 4분기에는 전년 대비 183억원을 개선한 219억원의 영업손실로 경영효율화 효과를 발휘했다. 회사 측은 이를 그로서리(grocery) 경쟁력 강화 및 물류체계 고도화 등의 성과로 분석했다.
롯데온도 3·4분기 연이어 이익 개선 효과를 봤다. 지난해 3분기는 85억원이 개선되면서 3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4분기 영업손실은 274억원으로 전년보다 274억원의 손실을 축소하면서 수익 개선에 성공했다. 롯데는 “IT 역량 내재화, 고객대응 시스템 고도화 및 마트 근거리 서비스 효율화를 통해 영업적자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손실 폭은 올해 더 크게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도 출혈 경쟁은 자제하면서 비용 효율화 작업을 지속할 예정이라서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구조조정 등으로 할인경쟁 강도가 축소되고 있는 외부 환경 수익성 개선세가 올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진단했다.
◆ 본질적 사업 경쟁력 무기로 실적 회복 시동
SSG닷컴과 롯데온은 비용을 줄이는 대신 잘하는 사업은 키우는 방향으로 성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치열한 이커머스 업계와의 경쟁에서 돋보일 수 있는 무기를 장착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양사는 올해도 명품·뷰티·패션 카테고리 역량을 강화한다. SSG닷컴과 롯데온은 전통 유통 강자인 신세계와 롯데라는 뒷배를 두고 있어, 명품을 비롯한 패션·뷰티 제품에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강점을 앞세워 올해 SSG닷컴은 올해 명품 등 버티컬 전문관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는 라이프스타일 분야 전략으로 성장 중인 패션·뷰티 카테고리를 육성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장보기 전략으로는 물류 효율 개선과 산지 직송 상품 등 상품 구색 확보 등을 추진한다. 특히 서비스 고도화로 주력 소비자인 3~4인 가구에 대한 장바구니 침투율을 높이는 한편, 성장 잠재력이 높은 1~2인 가구의 요구도 반영해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유정현·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마트 리포트에서 “손익 개선에 초점을 맞춤에 따라 올해 적자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 중인 롯데온 역시, 뷰티·럭셔리·패션 등 전문관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한다. 롯데온은 지난해부터 온앤더뷰티, 온앤더럭셔리, 온앤더패션 등을 차례로 선보이며 버티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결과는 성공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뷰티 카테고리는 전년 대비 31.4%, 럭셔리 카테고리는 15.4%, 패션 카테고리는 18.9% 신장했다. 이에 힘입어 롯데온은 올해도 버티컬 전문관을 강화해 업계에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겠다는 포부다.
장보기 부분은 KT의 ‘인공지능 운송 플랫폼’을 도입해 생산성 및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전에는 배송 상품 적재부터 배송지 할당, 최적화 경로 등을 각각 운영했으나 이번 인공지능 운송 플랫폼이 도입되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운영이 가능해진다.
다만, 올해는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한 불확실성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될수록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명품과 패션 등의 경우 소비가 줄어들 수 있으나 꾸준한 수요가 예상되고, 생필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을 찾을 것으로 보여 각각 다르게 접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