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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세 둔화됐지만…꺾이지 않는 밥상·외식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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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세 둔화됐지만…꺾이지 않는 밥상·외식물가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초반으로 둔화…외식·가공식품 상승폭 여전
주요 산유국 감산에 먹거리 릴레이 가격 인상 향후 물가 자극 요인으로 주목

그래픽=이영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픽=이영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서민들의 밥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이 둔화세로 접어들었는데 가공식품들이 줄지어 가격 인상을 추진하면서 잠자는 물가를 자극하고 있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이란 새로운 변수마저 생겼다. 겹치는 악재로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쏟아부었던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4% 초반대를 기록,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을 보였다. 이는 전월 상승률(4.8%)보다 0.6%p 낮은 것으로, 최근 두 달 연속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 1월까지 5%대 물가를 이어가다가 올해부터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밥상 물가는 도저히 잡히지 않고 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3% 오르면서, 지난해 10월(11.4%)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특히 채소류 가격은 13.8%나 올랐고 수산물은 7.3%, 가공식품은 9.1% 올라 지난달에 이어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한 끼 외식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외식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7.4%의 상승률을 기록, 전달(7.5%)보다 주춤했지만, 국내 식품 시장점유율 1위 업체들이 4월부터 잇따른 가격 인상에 나서 앞으로도 둔화세를 이어갈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이달부터 치킨프랜차이즈업계 1위인 교촌치킨은 소비자 권장가격을 최대 3000원 올렸고, 유명 냉면집 ‘봉피양’도 냉면값을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까지 조정했으며 저가커피도 백기를 들고 인상에 나섰다. 생수, 두유, 수입맥주,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은 가격 인상이 추진됐거나 4월부터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이달부터 심화된 가격 인상 릴레이는 당장 다음 달 있을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에 누적되면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통계상 상승폭이 4%대로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최근 외식과 가공식품 등 먹거리 가격이 일제히 인상되며 앞으로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만 남겨둔 셈이다.

더군다나 작년 말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OPEC플러스’(OPEC+) 소속 주요 산유국들이 지난 2일(현지 시간) 기습적으로 자발적 감산을 발표한 것.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3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4.57달러) 치솟은 80.2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4월 12일 이후 거의 1년 만에 하루 최대폭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둔화세로 접어들던 국내 물가 상승 기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두 달간의 물가상승 둔화세는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가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린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3% 내렸다. 더군다나 공공요금 인상도 앞두고 있다. 전기요금은 올 2·4분기 인상 가능성이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작년 하반기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 흐름이 둔화된다고 보이며 작년 상반기에 많이 상승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면서도 “공공요금 인상 요인과 석유류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서비스 부문의 오름세가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해 여러 불확실한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