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의 22년 3개월이란 역사를 뒤로하고 ‘시내면세점’에 승부수를 던진 롯데면세점의 모험적 전략이 ‘신의 한 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미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인력재배치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며 “본사, 시내면세점, 물류센터 등으로 옮기는 인사이동이 마무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천공항 면세점은 매출 볼륨은 키울 순 있어도 수익성을 내기 힘든 곳이니만큼 오히려 이번 입찰전에서 승리한 사업자들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번부터 고정임대료 방식 대신 여객 연동 임대료 산정 방식을 도입하게 돼 여객 수가 늘어나는 만큼 임차료도 늘어나는 구조가 됐다”며 “엔데믹 본격화로 향후 여객수는 더 늘어날 전망인데 정작 큰 손으로 통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회복이 일어나지 않고 있어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의 객단가는 70만원 선이라면 일본이나 동남아 관광객 객단가는 10~15만원 선에 그친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여객수에 따라 늘어나는 임대료 만큼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 매출 비중 1%대…롯데면세점의 이유 있는 자신감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면세점의 이례적 행보에 우려와 기대라는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큰 요동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미 인천공항에서 나오는 매출 비중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며 “1에서 0이 되는 것은 큰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가는 데 더 집중하는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한국 면세시장에서 공항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14년 30%를 차지하던 공항면세점 비중은 2017년 19%, 2018년 16%까지 내려왔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에도 13%를 기록하며 감소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인천공항이 차지하는 매출은 더 미미하다. 2019년에는 약 4.3%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약 1.2%대로 쪼그라들었다. 나머지 매출은 대부분 시내면세점에서 나왔다.
이는 롯데면세점이 시내면세점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이유기도 하다. 무엇보다 유통시장의 흐름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2013년 10% 미만에 불과했던 롯데면세점 온라인 매출 비중이 2018년 40%까지 증가했다. 2019년에는 45%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인터넷면세점의 위상도 달라졌다.
이렇듯 급변한 면세산업 환경 속에서 답을 찾은 롯데면세점은 온라인점과 시내점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경쟁자들과 승부를 볼 예정이다. 인천공항에 투자될 재원도 이곳에 투입한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철수에 따라 임대보증금 2400억원을 환급받는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터넷면세점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온라인이나 모바일 구매 환경이 중요시되고 있어 개발자 등 인력에도 투자를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시내점 강화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1일부터는 온라인 면세점에서 면세 주류 판매도 가능해진다. 온라인점을 강화하던 롯데면세점에게는 또 다른 기회다. 주류 상품은 최근 찾는 수요와 마진이 높아 주류 수요 선점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롯데면세점은 이번 정부 규제에 발맞춰 다음 달 1일부터 온라인 주류관도 새로 오픈한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내점에는 위스키 시음 공간을 마련하고 각 브랜드별 전용관을 만드는 것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온라인채널 인프라 강점을 살려 고객 편의성을 제고하고, 더욱 폭넓은 혜택을 드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해외 사업 비중도 높여갈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매장을 개설하면서 국내 면세업계 최초로 해외시장에 진출한 이후 괌, 일본 오사카와 도쿄, 베트남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간 롯데면세점은 이달 호주 멜버른공항점을 오픈하며 발을 넓혔다. 연말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당장은 시내면세점과 해외 사업 확장에 무게를 둘 예정”이라며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