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주말 쉬고 평일에는 혼자 풀로 일할 수밖에 없겠네요. 고정지출이 늘어나니 이건 매출이 올라도 정산금엔 큰 차이가 없어요. 편의점도 이제 다른 업종에서 로봇을 도입하듯이 담배·주류 자판기 보급이 시급해 보입니다.”
4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1만원’ 문턱을 앞에 두고 펼쳐지는 최저임금 협상을 두고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만 해도 일주일에 하루씩 계산되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이미 최저시급은 1만1300원을 넘긴 상황이다. 만약 내년도에 최저임금이 26.9% 인상으로 확정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한 번에 40% 가까이 오르게 된다.
특히 전기사용량이 많은 편의점에 전기료를 비롯한 공공요금까지 오르면서 ‘비용 줄이기’는 편의점주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편의점주가 모인 한 커뮤니티에는 “총 인건비가 크게 늘면서 인력을 줄이거나 근무자의 근무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편의점을 비롯해 소상공인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이익이 줄면 가장 먼저 절감하게 되는 게 인건비”라고 털어놨다.
앞서 지난달 열린 ‘최저임금 동결 촉구 결의대회’에서 김미연 CU 편의점주 대표는 “편의점 하루 매출은 평균 160만원인데, 본사와 이익을 나누고 인건비·전기료 등을 빼고 나면 점주들이 가져가는 돈은 얼마 남지도 않는다”며 “인건비가 무서워 편의점주들은 지금도 24시간 쉼 없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심야시간에 ‘무인’으로 운영하며 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모습도 포착된다. 통상 심야시간에 해당하는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해 인건비가 가장 비싸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편의점 4사에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은 전국 2600여 곳으로 2년 전보다 6배(434곳) 수준으로 늘었다. 하이브리드 매장은 낮에는 유인,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매장을 말한다.
노동계와 경영계 측이 이번 최저임금을 두고 양보 없는 샅바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경영주들은 ‘사용자 입장’도 고려해 책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은 곱절로 오르는 등 급진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부산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B씨는 “약자를 위한 최저임금 취지는 좋지만, 사용자와 노동자 둘 사이의 균형도 중요하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노동자 측면에 서 있다”면서 “어느 하나 치우치게 된다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B씨는 “이대로라면 올해 이어 내년에도 폐점이 급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한편, 최근 5년간 최저임금(시급 기준)과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올해 9620원(5.0%)으로 매년 상승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