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복날이니까 좋은 것 좀 먹자 싶어서 오긴 했는데 막상 계산하려니까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네요. 다음엔 그냥 집에서 먹어야 할까봐요.”
서울 송파구 주민 A씨는 초복을 맞아 인근 유명 삼계탕 전문점을 찾았다. 둘이서 가게의 대표 메뉴를 한 그릇씩 시키니 복날을 맞아 할인된 가격인데도 5만원을 계산해야 했다. A씨는 다가올 중복이나 말복은 집에서 다른 배달 음식이나 간편식 등으로 넘길 생각이다.
다른 삼계탕 전문점을 찾은 학생 B씨는 “인터넷으로 삼계탕 맛집을 찾아보고 방문했는데 실제 가격이 사진으로 봤던 메뉴판 가격보다 3000원이나 비싸서 당황했다”면서 “기껏 찾아왔는데 다른 집을 가기도 애매해서 그냥 먹었지만 가격이 너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점심시간, 복날 최대 성수기를 맞은 삼계탕집은 보양식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가게 안이 사람들로 꽉 찬 것은 물론이고, 가게 밖에도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장맛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몸보신’을 하려는 발걸음은 늦은 점심시간까지 이어졌다.
송파구의 한 삼계탕집 직원은 “정확하게 추산할 수는 없지만 평소 점심 시간대와 비교해 손님이 3배에서 4배 가까이 늘어난 것 같다”며 “저녁때도 비슷하게 붐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는 매장을 방문한 고객 외에 배달 주문도 밀려 있었다. 여름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대체로 삼계탕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직장인 C씨는 “복날 기분을 내려고 팀원들과 삼계탕을 먹으러 왔는데 메뉴판을 보고는 다들 잠깐 멈칫했다”며 “팀원끼리 점심에 사치를 부렸으니 저녁은 굶어야겠다는 농담도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D씨도 “평소 점심의 두배 가까이 되는 가격 부담스러워서 기본 삼계탕을 시켰다”며 “속은 든든하게 채웠는데 지갑은 텅 비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지역 삼계탕 평균 가격은 1만642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7% 상승했다. 냉면, 비빔밥 등 ‘참가격’이 조사하는 외식비 품목의 가격 상승률 평균이 8.7%인 것과 비교하면 4%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전복 등 각종 재료가 추가로 들어간 ‘프리미엄’ 삼계탕의 경우엔 한 그릇 가격이 2만원을 훌쩍 넘기도 했다.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가격으로 볼멘소리를 하지만 업주들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서울에서 삼계탕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들어가는 재료비가 많이 오른 데다 가스요금과 전기요금도 올라서 어쩔 수 없다”며 “여름이라 가게 안에 에어컨을 계속 틀어놔야 하는데 전기요금이 특히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11일 닭고기 소매유통가격은 6422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 가격인 5682원에서 13% 올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생산자물가지수에서 일반용 도시가스와 전력은 전년동월대비 각각 33.3%, 33.0% 상승했다. 식자재값을 포함해 제반 비용이 모두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음식값도 올릴 수 밖에 없다는게 업주들의 입장이다.
이처럼 삼계탕값이 오르면서 이른바 ‘금계탕’이 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간편식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었다. CJ제일제당은 6월 들어 삼계탕 가정간편식 매출이 전년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풀무원 ‘반듯한식’ 삼계탕 제품도 5월 들어 판매량이 약 200% 증가했다. 신세계푸드는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해 올해 생산량을 전년과 비교해 87%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닭고기값을 잡기 위해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닭고기 공급 확대를 위해 육계 계열회사에 병아리 입식을 확대해 줄 것을 독려하는 한편, 농식품할인지원사업으로 대형마트에서 닭고기를 할인해 판매하도록 했다. 또 상반기 6만톤의 할당관세를 시행하고 7월부터 3만톤을 추가 수입해 닭고기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닭고기의 안정적 공급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육계 계열화사업자가 육계 병아리 입식을 확대할 수 있도록 입식자금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계열화사업자의 육용종계 사육 확대를 지원해 병아리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