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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갈길 먼 '종합식품기업 도약'…마케팅 강화로 해법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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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갈길 먼 '종합식품기업 도약'…마케팅 강화로 해법 찾을까

‘챔’ 소비자 참여 공모전, ‘용가리’ 이색 전시회 등 장수 브랜드 재조명
‘더미식’ 브랜드 부진 이어지자 마케팅 다각화로 활로 모색
‘프리미엄’ 제품 시장 안착 미지수…‘가성비’ 본질적 한계 지적도

하림은 ‘더미식’ 제품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미식 요리밥 3종, 더미식 상온국물요리 7종, 더미식 메밀비빔면. 사진=하림이미지 확대보기
하림은 ‘더미식’ 제품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미식 요리밥 3종, 더미식 상온국물요리 7종, 더미식 메밀비빔면. 사진=하림
하림이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프리미엄’을 표방한 신제품의 연이은 부진으로 고전중이다. 최근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는 하림이 소비자 접점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닭가슴살 햄 제품 ‘챔’의 애칭을 뽑는 공모전을 진행한 데 이어 이를 활용한 소비자 참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 마케팅에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높이고 제품 인지도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2003년 출시한 ‘챔’은 지난 7월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배우 구교환을 신규 모델로 발탁하고 신규 TV 광고를 공개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하림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증강현실(AR)을 활용한 특별전 '용가리 AR 다이노 뮤지엄'을 진행하기도 했다. 1999년부터 이어져온 장수 브랜드 ‘용가리’에 대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와 함께 하림은 ‘용가리 땡’과 ‘용가리 만두’, ‘용가리 어묵’ 등 신제품 출시를 통해 ‘용가리’ 브랜드를 확장했다. 이색 이벤트와 신제품 출시 효과로 실제 지난 5월 용가리 브랜드 매출이 22.5%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림이 최근 장수 브랜드를 중심으로 소비자 접점 강화에 나선 것은 야심차게 출시한 ‘더미식’ 브랜드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미식은 지난 21년 장인라면을 시작으로 즉석밥, 밀키트, 비빔면 등으로 꾸준히 카테고리를 확대해 왔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장인라면과 즉석밥 출시 당시 제품을 직접 소개할 정도로 사업에 관심을 쏟았다. 김 회장은 더미식을 연매출 1조5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업계에서는 하림의 간편식 사업 성과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프리미엄 전략에서 찾고 있다. 하림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461억원으로 2021년 대비 112%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은 2021년 589억에서 지난해 868억으로 더 커졌다. 매출 증가에도 손실이 더 커진 이유는 높은 매출원가와 판관비 때문이다. 지난해 하림산업의 매출원가는 980억원으로 매출의 두배가 넘었다. 제품을 원가의 반값에도 팔지 못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판관비도 349억원으로 2021년 대비 67% 늘었다. ‘고품질 원재료’를 내세워 활발한 마케팅을 펼친 것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부진한 성적에도 하림은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아직 시장 진입 초기인 만큼 제품 인지도를 쌓는 단계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더미식’ 제품 마케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여름을 맞아 비빔면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광고 모델로 배우 이정재를 3년 연속 발탁하고 신규 TV 광고를 공개하는 한편 ‘메밀비빔면’등 여름 한정 메뉴를 출시했다. 소비자 접점을 늘리기 위해 ‘워터밤 서울 2023’ 등에 참여해 제품 시식 기회를 제공하고, 워커힐, 반야트리 서울 등 호텔과 협업해 ‘풀파티에서 즐기는 미식 경험’을 콘셉트로 특별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하림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라면과 즉석밥, 간편식 등은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제품군인데 하림의 신제품들은 출시마다 가격 논란이 따라붙었다. ‘장인라면’과 ‘더미식 밥’, 최근 ‘더미식 비빔면’과 ‘챔라면’에 이르기까지 모두 시중 경쟁 제품 대비 비싼 가격으로 출시됐다. ‘더미식의 가치’ 아래 제품 품질을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정작 품질면에서는 레스토랑 간편식 RMR과, 가격면에서는 기존 제품들과 비교되면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즉석밥과 라면의 주 소비층은 자취생 등 1인 가구인데 이들은 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아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라면은 기본적으로 서민 식품이기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는다면 이름을 바꾸거나 다른 콘셉트를 취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