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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떨고 있니”…정용진 회장 ‘신상필벌’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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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떨고 있니”…정용진 회장 ‘신상필벌’ ING

올해 4월 신세계건설 대표 교체
2개월 만에 이커머스 대표 교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상필벌'에 기반한 수시 인사를 강하게 단행하고 있다. / 사진=신세계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상필벌'에 기반한 수시 인사를 강하게 단행하고 있다. /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신상필벌’ 기조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회장 취임 후 벌써 세 명의 대표를 교체했다. 지난 4월 신세계건설에 이어 최근 이커머스 계열사 G마켓과 SSG닷컴 경영진도 바꿨다. 모두 부진한 실적에 신세계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곳이다. 정 회장은 그간의 부진을 새 인물로 탈피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러한 상황에 신세계그룹 계열사에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23일 “신세계그룹은 그동안 신상필벌을 기반으로 한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이커머스 계열사 대표 교체는 신세계건설 대표를 교체하고 2개월여 만에 단행된 인사”라며 “이는 곧 앞으로도 신세계그룹 내 계열사 대표들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곧 2분기 실적이 나온다. 상반기 실적과 함께 또 한 번의 수시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은 공이 있는 자에게 반드시 상을 주고, 죄가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뜻이다. 즉 상과 벌을 공정하고 엄중하게 하겠다는 말이다. 정 회장은 그동안 신상필벌을 기반으로 ‘철저하게 성과 중심의 인사‧보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언급해 왔다.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 전략회의’를 연이어 주재하면서 강조하던 부분이다.

당시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 전체의 현행 인사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통해 성과를 낸 조직과 임직원에게는 확실한 보상을 뒷받침해주고, 그렇지 못한 조직과 임직원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는 곧 수익성을 말한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수익성 강화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기업 활동의 본질은 사업 성과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이를 재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2024년에는 경영 의사 결정에 수익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회장이 그동안 말한 바에 따르면 최근 단행된 수시 인사가 갑작스럽지 않다는 말이 된다. 실제 신세계그룹은 지난 4월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선임했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지난해 이마트의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에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신세계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영업손실 1878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이커머스 계열사 G마켓과 SSG닷컴의 인사도 같은 맥락이다. 이달 19일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이끌 새 대표로 정형권 前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 이와 함께 SSG닷컴의 신임 대표에는 최훈학 전무가 내정됐다. 기존 전항일 G마켓 대표와 이인영 SSG닷컴 대표는 2선으로 물러나 자문 역할을 한다.

G마켓과 SSG닷컴 역시 신세계건설과 같이 부진한 실적에 진땀을 빼고 있다. 지난 1분기 G마켓 매출액은 2552억원으로 전년 대비 479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SSG닷컴의 매출액은 4134억원으로 79억원 뒷걸음쳤다. G마켓과 SSG닷컴의 영업손실은 각각 85억원, 139억원으로 나타났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번 리더십 변화는 신세계그룹이 추진해온 이커머스 혁신 토대의 완성이다. 이커머스 혁신 비전은 지난해 11월 그룹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며 본격화됐다. 그룹 전반적인 혁신과 함께 철저한 성과 중심의 인사 시스템을 강조한 것도 이때다.

쇄신 기조 속에 그룹 차원에서 핵심 사업들의 미래 전략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살펴본 결과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사업군은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했다.

성장 동력 구축을 위한 첫 번째 실행은 이달 5일 CJ그룹과 체결한 사업 협력 MOU다. 신세계그룹은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물류 역량만으로는 현재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CJ와의 협업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은 더욱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기존의 해법으로는 풀기 어려웠던 문제를 외부와의 파트너십으로 풀어낸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플랫폼 재도약을 위한 혁신 드라이브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대한민국 최고의 유통 기업인 신세계가 시장 선도자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