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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회식 판도 바뀐다…식당 진출한 ‘논알코올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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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회식 판도 바뀐다…식당 진출한 ‘논알코올 음료’

알코올 함량 1% 미만이면 법적 ‘음료수’
‘성인용 음료’ 분류…미성년자 판매 금지

한 편의점에서 오비맥주 카스 0.0 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사진=김수식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한 편의점에서 오비맥주 카스 0.0 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사진=김수식 기자
“이 맥주는 저도 마실 수 있겠는데요.”

30대 직장인 이순석(가명) 씨는 회식 자리가 곤혹이다. 자리가 싫은 건 아니다. 오히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어 좋다.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술을 못 마시기 때문이다. 맥주 한잔으로 회식이 끝날 때까지 버틴다. 이 씨는 “회식이나 술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같이 술도 마시고 어울리고 싶은데 한두 잔으로 취하니 그게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런 그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논알코올 음료’를 일반 식당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통 ‘0.0’ ‘제로’와 같은 수식어를 달고 나오는 제품들이다. 이 씨는 논알코올 음료를 집에서 아내와 종종 마신다고 한다. 처음 마셔보고는 “이거면 술자리에서도 충분히 어울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씨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말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종합 주류 도매업자가 논알코올 음료를 주류와 함께 음식점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논알코올 음료는 마트나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해 왔다. 술이 약하거나 건강 및 웰빙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했다.
이제 일반 음식점에서도 논알코올 음료를 일상적으로 마실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오비맥주의 ‘카스 0.0’이 있다. 지난달 오비맥주는 비알코올 음료 카스 0.0의 330ml 병 제품을 전국 일반 음식점을 통해 선보인다고 밝혔다. 주류법 개정안 시행 이후 비알코올 음료를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경우는 카스 0.0가 최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논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415억원에서 지난해 644억원으로 55.2% 급성장했다. 성장세는 지속 이어질 전망으로 올해에는 704억원, 오는 2027년에는 946억원으로 10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 세계 추이를 살펴보면 논알코올 음료 시장은 단기간 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장에 자리잡기 시작한 만큼 소비자 혼란도 야기된다. 논알코올, 무알코올, 비알코올 등 여러 용어가 혼용되고 있고, 알코올이 어느 정도는 함유돼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필요에 따라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 신분증 검사가 필요한 건지 등 소비자들의 궁금증도 많아지고 있어 올바른 정보가 필요해 보인다.

알고 마시면 더 좋은 법. 논알코올 맥주에 대해 알면 유용한 정보를 정리했다.

◇논알코올(비알코올) vs 무알코올


우리나라에서 ‘주류’ 제품으로 분류되려면 1% 이상의 알코올을 함유해야 한다. 즉,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이라면 법적으로 음료수에 해당한다. 그래서 규정상 ‘논알코올 맥주’라고 하지 않고 ‘논알코올 음료’라고 표기하는 것이다.

논알코올과 비알코올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보통 0.05% 미만의 알코올이 검출되는 제품이다. 카스 0.0, 호가든 0.0, 하이네켄 0.0, 기네스 0.0 등이 논알코올 제품에 속한다. 무알코올은 알코올이 아예 없는 제품이다. 숫자로는 보통 ‘0.00’으로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0’ 표기가 가능하며, 대표적인 제품은 하이트 제로, 클라우드 제로가 있다.

◇알코올 추출 맥주 vs 맥주맛 음료


그렇다면 알코올 함량의 차이는 왜 발생할까. 이는 제조방식에서 기인한다. ‘논알코올(비알콜)’은 맥주와 동일한 발효 및 제조과정을 거쳐 맥주를 만든 후 알코올 분리 공법을 통해 알코올만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극미량의 알코올, 보통 0.01~0.05%가 남는 것이다. 카스 0.0, 하이네켄 0.0 등 논알코올은 맥주 제조사에서 만들어서 알코올을 제거한다.

반면 무알코올은 탄산음료를 만드는 방식과 유사하다. 음료에 맥주와 비슷한 향을 첨가해 만드는 방식으로 ‘맥주맛 음료’로 보면 된다. 하이트 제로와 클라우드 제로는 각 사의 음료법인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 알코올 함량 0.05% 미만은 어느 수준일까


그럼 논알코올 음료에 들었다는 알코올함량(ABV) 0.05% 미만 수준의 알코올은 어떤 의미일까. 어느 정도까지 마시면 취하는 걸까. 이런 궁금증으로 직접 논알코올 음료를 많이 마시는 실험을 해보는 소비자들도 있다고 한다.

사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도 알코올이 미량 들어있는 경우는 흔하다. 2016년에 독일 카이저 슬라우테른 공과대학교 연구진들이 학술지에 발행한 ‘일반적인 식품에 들어 있는 알코올 함유량’을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잘 익은 바나나는 알코올함량(ABV)이 0.04%, 식빵은 0.1~0.3% 정도의 알코올이 들어있다고 한다. 빵이나 바나나를 먹고 취하는 경우가 없듯 알코올 반응을 걱정할 정도의 함유량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 단, 미성년자에게는 판매 금지


그렇다면 알코올 반응도 없는 수준이고 법적으로 음료수로 분류된다면 ‘논알코올/무알코올’ 음료를 미성년자들이 마셔도 되는걸까. 그건 아니다. 음료수이지만 ‘성인용 음료’로 분류되고 마트나 온라인에서 구매할 때도 성인인증이 필요하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도 미성년자에겐 판매가 금지된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