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의 왕중왕’ 3위는 보림에서 출판한 동화책 ‘사과가 쿵!’이다. 책의 표지 전체를 차지하는 빨갛고 큰 사과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 책은 17년10개월이라는 판매를 기록했다. 1996년 출간 이래로 계속 유아 분야 베스트셀러를 지켰던 책이라 중간에 판형을 바꿔 개정 출간되지 않았더라면 기록이 더 길어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이야기는 조용한 들판에 갑자기 커다란 사과 하나가 쿵! 떨어지며 시작한다. 개미, 두더지, 다람쥐, 악어,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이 차례대로 등장해 사과를 나눠 먹던 차에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내린다. 사과를 먹던 동물들은 윗부분만 남은 사과 속에 옹기종기 들어가 사이좋게 비를 피한다. 아기자기한 상상력과 생동감 있는 의성어의 활용이 재미있는 책이다.
1위로 선정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고전은 민음사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자그마치 19년6개월 연속 판매라는 기록을 세우며 1위의 영광을 얻었다. 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뒤 미국에서 출간된 ‘호밀밭의 파수꾼’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작가인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샐린저는 성공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듯 그 길로 산속으로 숨어들어가 평생을 은둔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는 이런 작가의 반골 기질을 그대로 닮은 주인공이다. 어느 날 기숙 학원에서 쫓겨난 콜필드는 위선적이고 속물적인 기성세대의 모습에 혐오감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거리를 떠돈다. 잃어버린 순수함을 찾으려 하는 콜필드의 음울하고 거친 여정이 내면의 아이를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숭고한 아름다움을 남긴다.
한지수 교보문고 인문MD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