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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따라하기식 자기계발은 개성 무시한 ‘동일성의 오류’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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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따라하기식 자기계발은 개성 무시한 ‘동일성의 오류’ 양산

‘코나투스’

코나투스/ 유영만/ 행성B이미지 확대보기
코나투스/ 유영만/ 행성B
근래 자기계발서 분야에서 주목할 현상이 하나 있다. 20대에서 30대 초반 독자들 사이에서 자기계발서 붐이 일고 있는 것. 생애주기로 봤을 때 해당 연령대는 대부분 사회초년생과 취업준비생 그리고 대학생들일 것이다. 이른바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 젊은 독자들이 왜 자기계발서를 읽기 시작했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한 분석에 따르면 개인주의 정서가 강한 이들 세대가 인생에서 크게 좌절감을 맛보는 때가 취업, 결혼, 재테크 등 사회생활의 첫걸음부터라는데, 이 어려운 관문을 헤쳐나간 인생 선배들의 성공 경험을 비롯해 자신만의 노하우로 확립한 공식, 매뉴얼 등이 가득한 것이 바로 자기계발서라는 것.

본디 자기계발서라는 장르의 주류를 이루는 책들의 주된 내용이 그러하다. 나는 이런 식으로 했더니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끝내 성공을 거두었다는 거다. 그 과정을 감성적으로 풀어내면서 명확한 공식이나 매뉴얼 같은 내용이 없으면 에세이에 가깝게 되고, 그 반대면 전형적인 자기계발서가 되는 식이다.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사회, 지식과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누구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것은 매한가지. 더구나 아직 인생을 경험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젊은 세대들은 그 막막함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이때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정답을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해도 시행착오를 크게 줄이고 실패의 쓰라린 경험을 최대한 회피할 수 있을 것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책이 있다. 지식생태학자를 표방하는 유영만 한양대 교수의 100번째 도서 ‘코나투스’다. 자기계발서를 수없이 읽고 그대로 실천해 보지만 책 내용대로 성공에 이르는 이는 극소수라는 현실을 직시한다. 세상에 무수한 성공은 그 성공에 이르는 변수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상호 작용한 끝에 일어난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반복 실행한다고 해서 항상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유영만 교수는 철학자 들뢰즈를 인용해 속칭 따라 하기식 자기계발은 개성과 환경적 맥락을 무시한 ‘동일성의 오류’를 양산할 수 있다고 꼬집는다. 성공의 공식은 모든 이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고, 성공이라는 결과도 담보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대안은 있을까?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코나투스’를 꼽는다. 철학자 스피노자가 쓴 ‘에티카’에 나오는 개념으로, 존재를 유지하고 실존을 이어가려는 근원적 욕망을 일컫는다. 노력하다를 뜻하는 라틴어 cõnor에서 유래한 코나투스는 나를 유지하고 살아있게 하며 매일 자기 발전의 동력이 되어주는 에너지다. 누구나 내면에 코나투스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위축되면 슬프고 우울해지며, 반대로 충만하면 기쁘고 생기가 돋는다고 한다. 진정한 자기계발은 각자 자기 내면에 자리한 코나투스를 발견하고 증진하는 데 있다고 본다.
책은 스피노자의 코나투스를 바탕으로 동서양 9명 선각자들의 사상과 개념을 가져와 ‘일생이론’을 완성한다. 이 일생이론을 통해 자신만의 코나투스를 어떻게 하면 크게 고양할 수 있는지, 내 삶에 적용하고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론과 실전 모두 소상히 알려준다. 이때 유영만 교수 특유의 드넓은 지식세계, 이를 종횡무진하는 통섭적 사고 그리고 설득력을 더하는 촌철살인의 위트가 힘을 발휘한다. 근 30년간 100권의 도서를 집필하며 벼리고 벼린 ‘지식용접’ 장인의 기술의 역작, 최종 완결판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난다.

“모든 고귀한 것은 어렵고도 드물다.”

그렇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을 비롯해 세상의 모든 이가 갖고 있는 각자 고유의 코나투스는 고귀하고 드물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올여름 나만의 코나투스를 되찾아가는 값진 여정을 떠나보길 권한다.

양준영 교보문고 eBook사업팀 과장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