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탄생, 국내 최초 ‘사각 용기면’
한국 기업 최초 러시아 ‘저명상표’ 등재
한국 기업 최초 러시아 ‘저명상표’ 등재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개년 평균 신장률은 15%에 육박한다. 이 같은 기세로 ‘도시락’은 러시아 시장 내에서 수년째 용기면 시장점유율 60%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에는 러시아 국가 상업협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제품상’에 라면업계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의 제품상은 러시아 전역의 소비자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된다. 가장 인기 있는 상에 주어지는 만큼, 러시아 시장 내 도시락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2021년에는 ‘저명상표’로 등록됐다. 국내 기업이 러시아 내 저명상표로 등록된 것은 ‘도시락’이 처음이다. 저명상표에 등록되면 팔도 외 다른 브랜드가 도시락이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
이처럼 러시아에서 승승장구하는 팔도 ‘도시락’은 지난 1986년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가 출시한 첫 용기면이다. 국내 최초 별도의 뚜껑이 있는 사각 용기를 적용한 제품이다.
팔도는 17일 “사발과 컵 모양 두 종류만 있던 시장에서 일대 혁신으로 평가 받으며 모양에서부터 이름까지 어린 시절 추억을 재현해 인기를 끌었다”며 “여기에 쫄깃한 식감의 얇은 면발은 고객 입맛을 사로잡았고, 출시 초기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폭발적인 히트를 기록했다”고 피력했다.
이 ‘도시락’이 러시아로 넘어가게 된 것은 1990년대 초 부산항 보따리 상인들에서 부터다. 부산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오가던 상선의 선원과 보따리상 사이에서 사각형 용기면 ‘도시락’은 인기가 높았다.
인기 비결로는 ‘친숙함’과 ‘생소함’이 꼽힌다. 일반적인 원형의 컵라면과는 달리 사각 형태의 ‘도시락’은 기존 러시아 선원들이 사용하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비슷했다. 각진 모양은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 안정적인 섭취가 가능했다. 칼칼한 맛은 러시아 전통 수프와 비슷했다.
선원과 보따리상이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들여온 도시락은 점차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갔다. 당시 러시아에 끓여 먹는 라면 자체의 개념이 생소했던 터라, 입소문을 탄 도시락의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도시락을 찾는 고객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감지한 팔도는 1997년 현지 사무소를 열었고 진출 첫 해 러시아 현지 판매량은 7배 늘어났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1998년 러시아는 극심한 재정난으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했다. 악화 된 경영환경에 국내외 업체들이 잇달아 철수했다. 하지만 투자 초창기에 매몰 비용이 적었던 팔도는 잔류를 결정했다.
위기는 기회로 찾아왔다. 당시 팔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넘어 시베리아, 우랄 쪽까지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비어 있던 시장을 빠르게 점유할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현지 판매량이 연간 2억개에 육박했고 현지 법인을 설립한 후 두 곳의 현지 생산 공장을 세웠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팔도는 러시아에서 치킨, 버섯, 새우 등 다양한 맛의 ‘도시락’을 출시했고 원료의 고급화, 우수한 가공기술 등을 바탕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또한 모든 ‘도시락’에 포크를 넣어 편리함을 더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에서 ‘도시락’을 먹는 현지인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러시아인들은 철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로 ‘도시락’을 먹는 것을 꼽는다.
추운 날씨 탓에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선호하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마요네즈 사랑은 각별하다. 한식을 먹을 때도 쌈장과 고추장 대신 마요네즈를 추가 주문할 정도다. ‘도시락’을 먹을 때도 마요네즈를 뿌려 먹었다. 뜨거운 물에 녹은 마요네즈가 치즈처럼 녹는 것에 열광했다.
이에 팔도는 2012년 마요네즈 소스를 별첨한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 현지인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사로잡을 수 있었다.
러시아 현지 관계자는 “도시락은 끊임없는 맛의 현지화와 함께 우수한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해 성공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음료, 스낵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러시아 내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