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권의 여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건 우연일까, 필연일까

최근 출간된 일본 대표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의 인기가 순항 중이다. 1986년 발표된 ‘졸업’을 시작으로 38년째 이어진 ‘가가 형사 시리즈’ 열두 번째 작품이자 작가의 101번째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등장하는 ‘가가 시리즈’와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가 등장하는 ‘갈릴레오 시리즈’가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이번 신간의 주인공은 그가 오랜 시간 애정을 쏟으며 성장시킨 ‘가가’다. 냉철한 형사이면서도 인간미 넘치고 배려심 많은 캐릭터로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그의 작품에 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도 큰 몫을 하지만, 무엇보다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예측 불가 반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다 읽고 나면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이 뇌리에 박힌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신작을 두고 “'미스터리란 어떤 소설인가?'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이런 소설이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쉽게 풀리지 않는 어려운 수수께끼의 진상을 파헤쳐 규명하는 것에 중점을 둔 ‘본격 미스터리’에 충실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호화 별장지에 여름휴가를 온 네 가족의 파티로 시작된다. 이들은 모두 부유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 별장지에서는 연례 행사처럼 우아한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

하지만 그날 밤 다섯 명이 살해당하고 한 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도쿄에 거주하는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었다. 사건 후 바로 자수하긴 했지만, 그저 사형을 당하고 싶어 무차별 살인을 했다는 자백만 할 뿐이다. 범인이 이대로 진술을 거부하고 사형당한다면 그날의 진실은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가족이 어떻게 살해당했는지 알기 위해 그날의 사건을 규명하는 ‘검증회’를 열기로 한다.

사건 당사자가 아니어도 도움이 된다면 데려와도 좋다는 조건 아래 유족 중 한 명인 ‘와시오 하루나’는 지인을 통해 경시청 수사1과 엘리트 경찰인 ‘가가 교이치로’와 동행하게 된다. 마침 장기 휴가를 보내던 그가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기 위해 별장지에 방문한다.

가가의 사회로 검증회는 나름대로 수월하게 진행되는 듯 보였으나, 유가족 모두에게 섬뜩한 메시지를 담은 편지가 도착하면서 혼란에 휩싸인다. 그 속에서 가가는 날카로운 수사 감각으로 저마다 감추고 있던 비밀을 파헤치며 이 끔찍한 사건에 숨겨진 비밀을 수면 밖으로 끌어올린다.

알쏭달쏭한 사건의 수수께끼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극 후반부까지 이끌며 마침내 짜릿한 아드레날린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묘사된 범인의 서사는 2019년 전직 농림수산성 사무차관이 은둔형 외톨이 아들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아들을 죽이고 자수한 비속살해 사건을 작품 일부의 모티브로 삼았다. 스토리에 시대적 화두를 던지는 ‘사회파’ 요소를 더해 현실적인 긴장감까지 고려한 것이다.

출간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며(교보문고 기준) 국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벌써 그의 다음 신작이 기대되는 것은 너무 당연한 마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