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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이미경 부회장 세계시민상 아시아 여성 기업인 첫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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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이미경 부회장 세계시민상 아시아 여성 기업인 첫 수상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세계시민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CJ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세계시민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CJ그룹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세계시민상을 수상하며 문화적 연대의 중요성과 미래 세대를 위한 글로벌 문화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이미경 부회장은 글로벌 K컬처 열풍의 토대가 된 한국 문화산업을 성장시킨 주역으로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문화 산업 전반의 가치를 끌어올리며 한국문화의 산업화, 글로벌화를 위해 헌신해 왔다.
문화보국에 대한 사명감을 바탕으로 지난 30여년간 동서양 문화 교류에 앞장서며 한국 문화의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평이다. 2022년에는 국제 에미상 공로상과 아카데미 영화박물관에서 필러상을 수상, 한국에서는 2023 금관문화훈장을 수훈, 중동 지역에서 아부다비 페스티벌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른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총괄 프로듀서였으며 최근에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차기작 ‘부고니아’ (한국 SF영화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작)의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또 한국 문화와 음악을 전세계에 알리기 시작한 ‘KPOP Fan & Artist Festival KCON’, KPOP 시상식 ‘MAMA AWARDS’를 론칭하고 미국, 유럽, 중동 지역으로의 확대를 진두지휘하는 등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4일 CJ그룹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시상식에서 “문화는 비록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힘은 아닐지라도, 인류에 대한 배려와 희망, 공감의 다리를 건설할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생충’ 같은 영화는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불평등이라는 중요한 주제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냈다. KPOP에서 K드라마에 이르기까지 K컬쳐는 세계 곳곳에서 문화적 장벽을 허물고 기쁨, 웃음, 사랑은 보편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가 만든 것은 단순히 콘텐츠가 아니라, 많은 이들과 함께 하는 연결”이라며 “문화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아름다운 것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세계시민상은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고 자유·평화·번영의 가치에 기여해 세계 시민의식을 구현한 리더십에게 미국 유력 싱크탱크 애틀란틱 카운슬이 수여하는 상이다. 이 부회장의 수상은 아시아 여성 기업인이자 문화인으로는 최초다.

시상식에는 글로벌 정치, 경제, 문화, 산업계를 대표하는 VIP들이 대거 참석했다. 나나 아쿠포아도 가나 대통령,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세계시민상 수상자로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람 슈리람 구글 설립 이사회 멤버,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창업자,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를 비롯해 각국의 정치 지도자와 경제, 문화계 리더들이 참석해 수상을 축하했다.

700여명이 넘는 각국 귀빈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무대에 오른 이 부회장은 “선대 이병철 회장은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고 늘 말씀하셨다. 문화는 산소와 같아서, 평소에는 그 존재를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그것 없이는 결코 살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1990년대까지 한국은 서구 콘텐츠와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었고 CJ는 식품사업이 주력인 기업이었다. 그러나 동생 이재현 회장과 나는 ‘지금까지는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해왔으니, 앞으로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고 문화사업을 시작한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 데이비드 게펜 등 당대 최고 거장에게 배우기 위해 드림웍스 투자를 결정하고, 한국의 젊은 창작자들을 지원하며 헐리우드식 스튜디오 시스템을 구축해간 과정을 설명하며 “숱한 부침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이재현 회장의 지원 덕분에 지금까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부회장은 미래세대에 대한 관심과 동행도 강조했다. 그는 “문화사업에서 핵심은 젊은 세대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원하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파악하는 일”이라며 “그들이 창작하고, 협업하고, 스스로를 표현하고 꿈을 채워갈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그들의 문화를 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세대를 초월해 전 세계적인 협업이 가능한 강력한 생태계가 존재한다”며 “배려, 규율, 겸허를 공유할 수 있는 더 많은 길을 만들어 다양한 언어, 배경의 사람들이 더 나은, 더 따뜻한 미래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샤리 레드스톤 파라마운트 회장은 지난 30년간 이 부회장이 글로벌 문화 산업에 미친 영향력을 강조하며, “그녀가 어떻게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연결하며 문화로 세상을 하나로 만들고 있는지를 곁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써 깊은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프레드릭 켐페 애틀란틱 카운슬 회장은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오랫동안 기여한 이 부회장의 헌신과, 영화 ‘기생충’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예술적 스토리텔링의 글로벌 확산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문화적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확산한 글로벌 리더로써 이 부회장의 창의성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 이미경 부회장에게 한국어를 배운 것으로 알려진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는 “1980년대 중반, 나는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그녀의 비전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KPOP과 K드라마를 비롯 전세계인이 열광하는 K콘텐츠의 바닥을 다지고 길을 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당신은 한국 문화 산업의 축복이며 이보다 더 적합한 수상자는 없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도 “이 부회장은 예술, 음악,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꽃피울 수 있게 하는 희망찬 세상을 상상하고 창조하는 놀라운 거인”이라며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그녀의 지속적인 공헌과 희생적인 노력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시상식이 열린 뉴욕 지그펠드 볼룸을 가득 채운 열기는 어느 때보다 드높아진 K컬쳐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수상 소감이 끝난 뒤에는 한국 힙합계를 대표하는 타이거JK와 윤미래, 일본 최고의 록스타이자 일본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 중 하나로 알려진 요시키가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달궜다.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