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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위대한 브랜드에 세계관이 꼭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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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위대한 브랜드에 세계관이 꼭 필요한 이유

‘브랜드가 곧 세계관이다’

브랜드가 곧 세계관이다/ 민은정/ 미래의창이미지 확대보기
브랜드가 곧 세계관이다/ 민은정/ 미래의창
휴대폰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 습관적으로 스트리밍 앱을 켜고 평소 듣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한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머리맡에 놓인 가습기를 끄고 욕실로 가 세안제로 세수를 하고 전동 칫솔로 이를 닦는다.

평범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 짧은 시간에 등장하는 브랜드가 적어도 6개에서 많게는 8개나 된다는 것. 그야말로 브랜드가 곧 현대인의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화의 과잉생산으로 시장에 초과공급이 된 지 오래된 세상에서, 브랜드는 넘쳐나는 수많은 비슷비슷한 재화들 중에서 구매라는 고객 행동을 일으키는 의사결정의 주된 요인이다. 기업들마다 브랜드를 만들고, 퍼뜨리고, 고객 뇌리에 각인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나아가 숱한 브랜드들 속에서도 도드라져 보이고 싶은, 고객들을 단순 소비자가 아닌 팬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오늘날 모든 기업의 욕망이다.

그런 욕망을 현실로 바꿔줄 수 있는 마법이 있을까? 글로벌 브랜딩 그룹 인터브랜드에서 30년간 여러 히트 브랜드를 론칭해온 민은정 전무는 ‘브랜드 세계관’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장수 브랜드, 단기간에 급부상하며 단숨에 시장을 장악하는 핫한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이 '브랜드 세계관'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브랜드에 세계관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이름만 가지고 있는 것은 브랜드로서 영속성, 영향력 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민 전무는 단언한다. 브랜드마다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매력적인 스토리를 엮어내야 비로소 오래도록 시장에서 사랑받는 브랜드, 고객을 넘어 팬층을 거느리는 강력한 브랜드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

비단 브랜드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그 사람만의 매력을 결정짓는 것은 그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인 경우가 많다. 지지자들의 열띤 환호를 받는 정치인, 유명 기업의 CEO, 글로벌 팬덤을 구축한 아이돌을 보라. 이들도 자신을 브랜드화하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우뚝 세웠다. 다른 말로는 ‘매력 자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세계관에 따라 얼마나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올버즈와 나이키를 들 수 있다. 나이키가 바라보는 이 세상은 ‘많은 사람들이 신체적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곳’이다. 반면 올버즈는 ‘무분별한 패션산업으로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곳’으로 본다. 그 때문에 나이키는 신체 능력을 향상해줄 퍼포먼스 중심의 신발을 만들고, 올버즈는 천연 소재로 만든 신발을 내놓는다. 나이키 세계관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나이키 신발을 신고, 올버즈 세계관에 공감하며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면 올버즈 신발을 구매해 신고 다님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민 전무는 자신의 저서 ‘브랜드가 곧 세계관이다’를 통해 브랜드 세계관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카누, 티오피, 아난티, 뮤지엄 산 등 브랜드부터 SK그룹∙두산그룹의 계열사 이름까지 그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하거나 재탄생한 사례를 들며 그 과정을 보여준다. CJ그룹, 현대건설, 삼성SDS 등 대기업과 평창동계올림픽의 슬로건을 창안하는 과정도 브랜드의 그것과 다를 바 없음을 증명한다.

인기 만화이자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주인공 루피의 명대사가 나온다. “너, 내 동료가 돼라.” 이 세상을 탐험하며 모험적 삶을 살고 싶은 상대에게 건네는 초청장과 같은 말이다.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오픈런까지 감수하며 구매하려는 팬슈머를 확보하고 싶은 기업∙개인이라면 루피처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세계관을 갖고서.

양준영 교보문고 eBook사업팀 과장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