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성큼 다가왔다. 동시에 50대 가정주부 정미선(가명) 씨의 고민이 하나 생겼다. 정 씨는 “몇 해 전부터 같은 빌라에 사는 지인들과 모여 김장을 했다. 올해는 안 될 것 같다”며 “며칠 전부터 하나둘씩 그냥 사 먹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 생산량은 118만371t(톤)으로 전망된다. 고온, 가뭄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약 5% 줄었다. 농경연은 11월 배추 도매가격은 10kg당 8000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10월(1만9120원)의 절반 이하로 내려간 것이다. 다만 지난해(6453원)보다 24%, 평년(7135원)보다 12.12% 높은 가격이다.
이러한 상황에 김장 대신 마트를 찾는 고객이 느는듯하다. 실제 홈플러스 온라인은 금(金)배추가 화두에 오르면서 예년보다 빠르게 김장을 준비하는 이른 ‘김장족’과 김장을 포기하고 대용량 김치를 구매하는 큰손 ‘김포족(김장을 포기한 사람들)’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온라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절임배추 사전예약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늘었다. 또 올해 절임배추 사전예약을 시작한지 3주 만에 지난해 3달간의 매출을 넘겼다. 그만큼 미리 저렴하게 김장을 준비하고, 온라인을 통해 빠르고 편리하게 주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10월까지 포근한 날씨로 배추 가격 급등이 화제가 됐고 ‘김장족’의 소비 촉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포족’의 온라인 소비도 증가했다. 지난달 포장김치 매출은 전년 대비 25% 올랐는데, 흥미로운 점은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포장김치 중 중량이 가장 큰 10kg 상품의 매출이 무려 18배나 폭등했다는 것이다. 배추 물가 상승으로 ‘김장족’이 ‘김포족’으로 돌아서면서 대용량 완제품 김치를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3년간 10월 포장김치 인기 상품을 살펴보면, 작년과 재작년에는 소용량 김치가 상위권에 있었다.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는 10kg 포장김치가 상위권에 등장해 신규 ‘김포족’이 한발 빠르게 김장김치를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장을 포기하거나 김장을 하지 않는 ‘김포족’은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더 많았다. 특히 젊은 ‘김포족’일수록 간편함을 중요시하는 세대 특성이 반영돼 썰은 김치와 무김치의 매출 비중이 높았다.
조혜영 홈플러스 온라인마케팅본부장(이사)은 “보다 저렴하게 김장김치를 준비하려는 고객들의 심리가 작용하면서 이례적으로 ‘김장족’과 ‘김포족’의 소비가 앞당겨졌다”며 “배추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고객들이 식탁 필수 먹거리인 김치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편리하게 구매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통해 김장철 배추 2만4000t(톤), 무 9100t 등 계약재배 물량을 시장에 공급하고 마늘 등 양념채소는 정부 비축 물량을 공급해 유통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내달 4일까지 배추, 무 등 김장재료 11개 품목을 최대 40% 할인하는 유통사 행사를 지원한다.
이에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배추 가격도 올가을 최고 8000원대에서 최근 3000원 안팎으로 내려온 데 이어 2000원 미만으로 한 단계 더 내린다. 이마트는 지난 8일부터 배추 30만 포기를 포기당 1600원대에 팔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김장을 위해 준비한 나머지 배추 물량 39만 포기 가격은 행사 주차 별로 결정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김장대전 행사를 통해 배추 1망(3포기)을 5880원에 선보인다. 포기당 1960원에 판매하는 셈이다. 홈플러스도 오는 14부터 27일까지 해남 배추 30만 포기를 포기당 1900원대에 판매한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