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서, 전망서마다 고유의 시각과 강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도서가 있다.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5’다. 뒷담화라는 도발적인 제목은 도서명에는 여간해선 넣지 않는 표현이다. 특히나 경제경영서 중에서는 현재도 과거도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친절한’ 뒷담화라는 것이다. 언뜻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이질적인 조합의 도서명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 것일까?
저자는 국내 굴지의 광고대행사 이노션의 인사이트전략본부 구성원들이다. 본부장을 비롯해 각 팀장과 팀원 등 9명이 참여해 집필했다. 책을 펼쳐 읽어보면 마치 마케터들의 모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물씬 난다. 책 전반적인 톤앤매너와 본문의 문체가 친근하고 소탈하며 직관적이다. 난해한 학술이론이나 전문용어의 난립은 없고, 각주나 미주를 지양해 술술 잘 읽히게끔 썼다. 반면에 현직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답게 올해 및 근래에 두드러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큰 반향을 일으킨 마케팅 및 브랜딩 성공 사례를 면밀히 분석한다.
성공에 대한 강박, 과중한 업무나 학업, 일상화된 재난과 기후변화 등 갖가지 스트레스와 자극에 끊임없이 시달리다 보니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아서 이를 덮으려는 ‘도파민 중독’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한편 그와 동시에 도파민 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도파민 해독’이나 디지털 디톡스를 찾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고 책에서 진단한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유례없는 인기나 심신의 수양과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 불교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핫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책 읽는 모습을 힙하게 여기는 이른바 ‘텍스트 힙’의 유행도 도파민 자극을 덜려는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때마침 10월 노벨문학상을 한강 작가가 수상하며 그 열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우리나라 작가가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며 올해 시작된 텍스트 힙의 절정을 이루었다. 이 밖에도 책에서는 다양한 사회현상과 유행 속에 숨은 고객심리, 소비자행동을 파헤치며 비즈니스 기회를 귀띔한다.
이 책에는 ‘스페이스 트렌드 2025’라는 이름으로 부록이 딸려 있는데, 단지 부록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엔 여기에 담긴 지식과 인사이트가 적지 않다. 지난 1년간 성공적으로 브랜딩을 구축한 팝업스토어 150개를 분석한 보고서를 부록으로 따로 묶었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브랜드 로열티를 높인 사례, 자연스러운 브랜딩 전환을 이룬 사례들이 망라돼 있다.
현대 경영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 그의 말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창조하는 것일 테다. 2025년을 나의 해로 만들기 위해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고자 다짐하는 모든 이에게 ‘친절한’ 트렌드서 일독을 권한다.
양준영 교보문고 eBook사업팀 과장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