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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정국 불안에 유통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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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정국 불안에 유통업계 비상

비상계엄에 유통업계 ‘긴장감’ 감돌아
“당장 영향은 없지만 장기화에 대비”
고객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고객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에 악재가 겹치면서 주름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국내 소비심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갑작스런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국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유통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9일 업계에선 정국 불안이 장기화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당장 눈에 보이는 영향은 없지만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물론 지금도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다. 곧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내년 1월에 있는 설날 등 연말특수를 기대해야 하는 시점에 마케팅조차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통상 유통업계에서는 4분기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1년 중 가장 화려한 크리스마스가 12월에 있고, 이외에도 연말특수를 노리는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할 수 있는 건 ‘예의주시’뿐일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다.

특히 백화점과 대형마트서 우려하는 바가 크다. 연말을 맞아 진즉부터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해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단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들은 정치적 혼란이 소비자 심리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도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하는 모양새다.
편의점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도심에서 집회·시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관련 상권 점포의 안전 대책 매뉴얼을 수립하면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도 세우고 있다. 집회·시위 장소 인근 점포에는 필수물품 등의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물류·운영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커머스와 물류업계도 배송 차질이 없도록 주시하고 있다.

식품업계도 고심이 깊다. 세계 식량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 값이 급락하자 먹거리 가격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7.5로 지난해 4월(128.4)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식량 가격이 오른 건 팜유·카놀라유 등 식물성 기름 가격이 오른 탓이다.

지수를 구성하는 5개 품목 중 하나인 식물성 기름 가격 지수는 지난 10월(152.7) 대비 11.4p(7.5%) 오른 164.1을 기록했다.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였다.

FAO는 “동남아 지역에 내린 큰 비로 인해 팜유 생산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며 국제 팜유 가격이 6개월 연속 상승했다”며 “카놀라유와 해바라기유 등 다른 기름도 생산 감소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FAO는 매달 24개 식품의 국제 가격을 조사해 지난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기준(100)으로 지수를 산정해 발표한다.

여기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 값이 급락하자 먹거리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 값은 1442원대까지 급락했다. 이튿날 새벽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자 원화 값은 1410원대까지 회복했지만,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자 원화 값은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 6일 1419.2원에 마감했다.

식량자급률이 하위권인 한국은 식품 원재료 등을 많이 수입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재료 수입 가격이 오르면 식품 물가가 오를 수 있다. 내수 부진 속에 라면부터 빵과 고기, 과일, 커피에 이르기까지 가격이 오를 경우 장바구니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식품 물가는 이미 몇 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달 기준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지수는 121.3으로 기준시점인 2020년(100) 대비 21.3% 올랐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이보다 낮은 114.4였다.

올해 식품업체들은 과자, 커피, 김 등의 가격을 올렸다. 외식업체로는 BBQ와 굽네가 치킨 가격을 올렸고 맥도날드, 롯데리아, 맘스터치는 버거 가격을 인상했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