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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아이들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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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아이들의 성장통

이중 하나는 거짓말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문학동네이미지 확대보기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문학동네
얼마 전 교보문고에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소설의 새로운 흐름을 발견하고 독자들에게 좋은 소설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교보문고의 특별기획으로, 벌써 올해 아홉 번째 발표다. 이번에 소설가들에게 추천받은 소설은 모두 91권이었다. 그중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김애란 작가는 2017년에도 단편집 ‘바깥은 여름’으로 해당 조사 결과에서 1위에 오른 기록이 있는데, 이번 신작 장편소설로 다시 1위에 올랐다. ‘젊은 거장’이라는 작가의 수식어에 다시 한번 눈길이 가는 이유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세 친구가 우연한 계기로 서로를 의식하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성장 서사와는 다른, 작가만의 독특한 구성으로 희망을 꿈꿔보려는 그들의 분투와 성장을 이야기한다. 출간 간담회 기사를 살펴보니 작가는 “소설을 쓰며 성장의 의미를 다르게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인 지우와 소리 그리고 채운, 세 사람이다.
최근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우. 미스터리한 엄마의 죽음 속 남은 존재라곤 반려 도마뱀 용식이뿐이다. 엄마의 애인이자 한 집에서 같이 살았던 선호 아저씨가 있지만, 남이나 다름없는 자신이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방학 동안 돈을 벌어 독립할 계획을 세웠다. 다만, 환경에 예민한 용식이를 데려갈 순 없기에 지우는 엄마의 장례식장에 유일하게 와준 같은 반 친구 소리에게 용식을 맡기기로 한다.

소리는 지우와 같은 반일 뿐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려온 소리는 언젠가부터 기묘한 현상을 겪으며 타인과 손을 잡는 상황을 스스로 피하게 됐다. 손에 펜이나 연필을 쥐고 있으면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았기에 소리는 오해를 사면서도 점차 혼자가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작문 시간, 같은 반 지우가 발표한 ‘눈송이’라는 글을 접한 뒤로 계속 그 애에게 눈길이 갔다. 그래서 고민 끝에 지우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채운이는 지금 숙모의 집에 반려견 뭉치와 함께 얹혀살고 있다. 일 년 전 여름밤 ‘그 일’이 벌어진 후, 엄마는 지금 교도소에 수감 중이고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가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채운이는 기쁘기보다 오히려 불안했다. 아버지가 깨어나면 그 일이 자신을 다시 삼켜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우연히 소리의 비밀을 알게 된 채운은 소리에게 아버지의 생사에 대한 도움을 청한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제목은 세 사람의 얽히고설킨 서사에 대한 힌트가 된다. 이는 소설 속 담임 선생님이 만든 ‘자기소개’ 게임이다. 다섯 개의 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되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을 포함함으로써 다른 학생들로 하여금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맞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거짓말은 정말 단순히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함정일 수도, 혼자서만 감당해야 했던 비밀이 될 수도 있다. 이 소설에선 후자의 의미가 더 크다. 이에 대해 작가는 “보통 성장이라고 하면 성취를 떠올리지만, 이번 소설에선 그와 반대로 무언가를 그만둔 아이들이 나온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내 고통만큼 다른 사람의 상처도 이해하게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진정한 성장이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내 안에 들어오고,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내 안에서 점점 자라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며 치유하고 성장하는 것. 이러한 작가의 생각처럼 성장이란 비단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른도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성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1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로 돌아온 그녀가 이 작품을 위해 더 오랜 시간을 건너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오랫동안 그녀를 사랑해준 독자들에게 더 의미 있는 작품으로, 진정한 성장이란 무엇일지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김다영 교보문고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