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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나도 천재가 될 수 있을까? 천재에 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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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의 여유] 나도 천재가 될 수 있을까? 천재에 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천재 보고서
천재 보고서 / 스콧 배리 카우프만/ 필름이미지 확대보기
천재 보고서 / 스콧 배리 카우프만/ 필름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동서고금에 걸쳐 수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 이들은 때론 과학자로, 때론 발명가로 혹은 기업가, 정치인, 문인, 예술가 등으로 우리 곁에 나타났다. 대부분 사람들은 천재가 아니기에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늘 경탄과 부러움, 질시를 가득 담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들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도 많다. 하나에 푹 빠져서 주변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외골수의 모습을 하고 있거나, 괴팍한 성격에 대인관계가 원만치 않고 극소수의 사람하고만 교류하는 모습으로 흔히 그려진다. 과연 그럴까?

파블로 피카소, 프리다 칼로, 토머스 에디슨, 존 레넌, 마이클 잭슨, 미야모토 시게루 등 내로라하는 천재들의 생애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특질을 추출해 심층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은 책이 있다. 올 초 출간된 ‘천재 보고서’는 심리학자 스콧 배리 카우프만과 저널리스트 캐럴린 그레고어가 함께 쓴 책으로 천재는 과연 타고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종국엔 천재들의 비밀코드 10가지를 밝혀낸다.

가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천재들이 성취한 창의적인 업적이, 단 한 가지 일에만 오래도록 천착한 끝에 이뤄냈다기보다는 여러 관심사를 넘나들며 갖가지 일을 벌인 뒤에 그러한 결과를 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사실이다. 어수선한 작업이라고 명명되는 이 창의적 과정은 다양한 흥미, 영향, 행동, 특성, 아이디어를 통합하는 천재들의 특징이다. 최초의 흑인 발레리나 검은 비너스 조세핀 베이커는 가수, 배우, 댄서, 레지스탕스, 인권운동가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내향적인 면에서 외향적인 면까지 두루 자신을 바꿔가며 주의집중과 탐색하는 능력을 잘 활용했다. 이를 두고 저명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적인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그들의 엄격한 내면 구조가 아니라, 그와 자신이 일하는 분야 사이의 상호작용의 요구에 의해 결정된다고 갈파했다.

또 하나 잘못된 통념 중 하나는 창의성이 발현되는 두뇌의 특정한 부위가 있으며 그것은 좌뇌보다는 우뇌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바로 단언을 내린다. 창의적 과정은 뇌 전체를 활용한다고. 창의는 인지와 감정 모두를 활용해 뇌의 각 영역이 참여해 함께 협력하여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뇌 전체 또는 일부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하는 데 능숙하다. 일견 모순돼 보이는 인지적이면서도 감성적이고, 계획적인 동시에 즉흥적인 사고와 행동을 일시에 또는 전환하며 수행하는 과정이 자유자재로 이루어진다.

천재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저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여러 학문에서 전개된 연구 업적에 힘입은 바가 크다. 1950년대 이후 본격화된 창의성 연구는 1990년대까지 약 9000건이 나왔고, 2000년대 들어서는 첫 10년 만에 1만 건에 달했다. 심리학, 생물학, 사회학, 인지과학, 조직학을 비롯해 경제학, 교육학, 예술학 등 인간의 육체와 정신의 메커니즘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면서 남다른 발상으로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특출난 소수가 출현하는 요인과 배경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책에서는 고도로 창의적인 사람들의 10가지 특징을 상상 놀이 열정 공상 고독 직관 경험에 대한 개방성 마음 챙김 민감성 역경을 유익한 기회로 바꾸기 다르게 생각하기 등으로 열거한다. 슈퍼 마리오 젤다의 전설 등 길이 남을 게임을 창조한 미야모토 시게루는 상상 놀이의 대가였고, 존 레넌은 공상을 통해 위대한 명반을 창조하는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대다수의 범재들은 왜 천재들에 관한 이야기에 주목해야 하는 걸까? 바로 창의성은 천재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어느 누구나 창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고도로 높여간 천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우리도 각자 창의성을 찾아내고 길러내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양준영 교보문고 eBook사업팀 과장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