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파나소닉의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더불어 일본 내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1959년 교토세라믹을 세워 전기부품을 생산·납품하는 소재전문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뛰어난 품질과 단가, 납기로 점차 명성을 얻었고 1970년대 IBM·인텔과도 거래하게 되면서 1982년 교세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통신사업에도 뛰어들어 사세를 급격히 키웠다. 교세라는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2010년부터 파산 상태에 들어간 일본항공(JAL)의 구원투수로 투입돼 불과 8개월 만에 흑자로 돌리고 2년 만에 일본 주식시장에 재상장하는 기적 같은 성과를 거뒀다. 이 기간 회장으로 재임하며 45개 적자 노선 폐지, 1만 명 구조조정 단행 등 뼈를 깎는 쇄신을 진두지휘했다. 파산한 회사에서 보수를 받을 수 없다며 무보수로 일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그답게, 그의 생애를 담은 책들도 대부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교세라의 경영 정수를 담은 ‘아메바 경영’을 비롯해 사업과 업무에 관한 철학을 담은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에게 경영을 묻다’ ‘왜 리더인가’ ‘왜 사업하는가’ 등 그가 내놓는 책마다 독자들은 그의 혜안과 영감에 감명받았다.
이번에 나온 신간 ‘이나모리 가즈오, 부러지지 않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경영 현장에서 물러난 뒤 그는 후배 경영인들을 위해 공부 모임 세이와주쿠를 설립, 그가 일평생 터득하고 체화한 모든 것을 전수하는 데 적극 나섰다. 2010년부터 4년간 27회 열린 연구회에서 진행한 강의록을 정리해 이제 막 리더가 된 초급 관리자부터 현직 경영자까지 모든 리더가 알아야 할 경영의 금과옥조를 모았다.
강력한 목표 의식과 동기 부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제1장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와 제3장 ‘강렬한 의지가 있는가’부터 살펴볼 것을 권한다. 사람을 어떻게 키우고 활용하는지,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고민이라면 제5장 ‘사람을 키운다는 것’과 이어지는 제6장 ‘조직을 살리는 법’까지 읽어보면 좋다. 지속적인 성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담은 제7장 ‘새로운 것을 이뤄내는 힘’과 제8장 ‘도전이 값진 이유’를 통해 은퇴를 번복하면서까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파산 기업의 회생이라는 난제에 뛰어든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경영자는 언제나 힘들고 외롭다. 외부 환경 변화에 늘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고, 내부 조직원을 다독여 조직에 활력을 계속 불어넣어야 한다. 경쟁사의 위협에 맞서고, 온갖 복잡한 의사결정을 하루에도 수없이 내려야만 하는 것이 경영자의 일상이자 숙명이다. 이처럼 힘든 경영자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는 단언한다. 조직원으로부터 받는 믿음과 존경이야말로 경영자의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라고. 경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 이상으로 온몸을 던져 노력할 때 직원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주어진 일에 매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느끼는 행복과 감사함은 돈으로 살 수도 없고, 완력으로 강제로 얻어낼 수도 없는 것이기에 진정으로 값진 가치임을 강조한다.
책의 말미에 갈무리해 놓은 이나모리 가즈오 경영철학의 핵심 또한 이 책을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구십 평생 정진해온 그의 경영 요체를 ‘경영 12조’와 ‘6가지 정진’으로 제시한다. 마치 경영의 십계명과 같은 경구들 중 각각 첫 번째 구절을 소개하며 끝맺고자 한다.
경영 12조 중 제1조 “사업의 목적과 의의를 명확히 한다.”
6가지 정진 중 제1항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노력하라.”
양준영 교보문고 eBook사업팀 과장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