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감자로 만든 포테토칩.”
최근 농심이 포테토칩 초기 모델인 ‘크레오파트라’를 재출시하며 공개한 광고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과거 국내를 대표한 코미디언을 오랜만에 만나 더욱 반갑다는 반응이다. 농심은 광고를 통해 코미디언 이주일을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전 세대를 아우르는 크레오파트라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광고는 1983년 방영된 당시 광고 영상을 복원,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농심 크레오파트라는 1980년 출시 당시 생감자 스낵이라는 콘셉트와 이집트 여왕의 이름을 딴 제품명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크레오파트라’는 지금까지도 젊은 세대에게 친목 게임으로 인기가 높다.
크레오파트라는 출시 당시 짭짤한맛·양파맛·파래맛·바비큐맛 등 다양한 구성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2000년대 초반 단종됐다. 지난 2월 재출시된 ‘크레오파트라 솔트앤올리브’는 생감자 콘셉트를 유지하며 올리브 풍미를 더해 고급스러운 맛을 살렸다.
이처럼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과거 인기 제품들을 재출시하며 ‘레트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레트로 마케팅은 과거의 제품이나 디자인, 광고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소비자들에게 다시 선보이는 전략이다. 내수 침체 속에서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강조하고,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려는 목적이다.
농심은 올해 1월에도 1975년 출시된 ‘농심라면’을 재출시하며 레트로 마케팅을 접목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문구로 유명했던 이 제품은 출시 3년 만에 기업명을 ‘농심’으로 바꿀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신라면이 등장하면서 1990년대에 자취를 감췄다. 최근 다시금 소비자 곁으로 돌아온 농심라면은 당시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맛과 품질을 개선했다. 한우와 채소를 우린 육수에 쫄깃한 면발을 더하고 파와 고춧가루를 사용해 맵기도 차별화했다. 현대인의 입맛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포장 디자인은 1975년 당시의 스타일을 계승했다.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복고풍의 신선함을 전달하려는 의도다. 당대 인기 코미디언 구봉서와 곽규석이 출연했던 광고 영상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시 공개했다. 유튜브에 공개된 광고 2편은 합산 조회수 1600만 뷰를 넘기며 온라인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농심라면은 출시 3개월 만에 1000만 봉 이상 판매되며 흥행에 성공했다.
농심 관계자는 “레트로 제품은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 불러일으키며 신제품을 접하는 듯한 신선함을 준다”며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마케팅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에서 레트로 마케팅은 유구한 기업 역사를 대변하는 부분이기에 의미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과 같은 레트로 마케팅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과거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오랜 추억의 제품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옛날 제품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먹거리도 발전을 지속해 온 만큼 과거 제품이 소비자들의 높아진 입맛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다”며 “특히 과거 제품을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도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이나 맛에서 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