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채용비리 수사의 칼을 본격적으로 꺼내 들었다. 최근 불거진 은행권과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사건으로 이낙연 국무총리가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면서부터다.
그 어느 분야보다 엄격한 도덕성을 갖춰야 함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선 유독 채용비리가 만연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업에 대한 높은 선호도와 외부에서 알기 힘든 인사 시스템, 허술한 감시 등이 한데 얽힌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규제산업의 특성상 관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문제는 해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6년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은 ‘아들과 딸’(Sons and Daughters)이라는 직원 특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JP모건에 자녀를 취직시키길 희망하는 중국 고위 관료와 공기업 고위층들에게 부응하기 위해서다. JP모건은 이 과정에서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요 국유기업 책임자 75%의 자녀를 능력이나 자격 조건이 맞지 않는데도 직원으로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2013년 중국 고위층 자녀 특채 의혹과 관련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았으며 특채 중단과 고용절차 개선을 성명을 통해 발표하고 개선했다.
2016년 유럽 최대 은행인 영국의 HSBC(홍콩상하이은행)도 중국 고위층 자제들을 특혜 채용한 의혹으로 미국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특채 대상이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고위 관료 자제나 친인척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금융권 채용비리는 알면서도 쉬쉬하는 화제였다. 너무도 오랫동안 성장해왔다. 보이지 않는 땅속 어디까지 뿌리가 뻗어 있는지 알기 어렵다. 단번에 캐어내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에 박수를 보낸다. 참으로 어려운 일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千里之行 始於足下)’라고 했다. 오래되고 중대한 적폐를 처리하기 위한 시도 하나만으로 높이 살 만하다.
천진영 기자 cj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