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직접 실손의료 보험금 청구 간편화를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보험업계도 이에 발을 맞추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치료비를 지급하는 보험으로,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하는 보험상품이다.
7일 NH농협생명은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실손의료비를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는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를 선보였다.
병원에서 진료비를 납부한 환자들이 서류 발급이나 보험금 청구서 작성 등 절차없이 병원 앱을 통해 본인 인증 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서비스다.
농협생명은 이 서비스를 레몬헬스케어사의 'M-Care 뚝딱청구’ 앱서비스와 연동해 서울 신촌·강남 세브란스병원, 국립암센터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이후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서울성모병원 등 전국 21개 병원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서울대학병원 등 중소형병원을 포함해 300개 병원까지 서비스를 적용한다.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은 보험금 청구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현재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가입자가 일일이 진료기록 사본, 보험금 청구서 등을 팩스, 우편, 인터넷 등을 통해 직접 보험사에 청구해야 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정보들은 모두 전자데이터(EDI) 형태로 보험사에 직접 전송된다.
교보생명은 최근 우정사업본부와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보험금 자동청구는 100만원 미만의 소액보험금에 대해 고객이 병원 진료 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서비스다.
이번 협약으로 우체국보험 고객은 병원비 수납 후 모바일기기에서 병원 의무기록 연계, 보험금 청구서 자동생성 등을 통해 실손의료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교보생명은 작년 12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블록체인 기반 실손의료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를 인제대 상계백병원, 삼육서울병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등 3개 병원에서 시범 운영중이다. 앞으로 제휴 병원을 10여곳으로 늘리고 교보생명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보험금 청구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 금융소비자들이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을 청구할 때 손해사정사를 더 쉽게 선임할 수 있는 '보험권 손해사정 관행 개선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보험사들은 명확한 이유 없이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을 반대할 수 없다. 특히 실손의료보험에는 손해사정사 선임권을 더 강하게 적용해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에 원칙적으로 동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손해사정사가 적합한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만 보험사가 선임을 거부할 수 있다.
또 손해사정 업체의 전문인력 현황과 경영실적 및 징계현황 등을 내년부터 공시해 소비자가 우수한 손해사정사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실손 보험금을 자동 청구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고 의원은 보험가입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 형태로 전송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실손 가입자의 요청에 따라야 하며 해당 서류의 전송업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나종연 서울대 교수는 최근 '의료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포럼에서 "금융소비자들이 실손 보험금 청구를 위해 필요한 구비서류 준비에 금전적·시간적 비용 발생 등 청구방법 불편으로 인해 소액 청구를 포기하고 있다"며 ""현재 진료비 청구 관련 서류 발급에 드는 금전적 비용은 단순 프린트 작업에 비해 너무 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장성윤 기자 jsy3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