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신임 여신금융협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협회장은 카드·캐피탈업계의 '우산'이 돼줘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더욱이 '관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그는 협회 안팎으로 혼재된 불신과 기대감을 헤아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 회장은 이번 여신협회장 선거에서 무려 9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선택을 받았다. 18일부터 3년의 임기가 시작됐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해 옛 재무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을 거친 관료 출신 인사다.
관료 출신 회장은 기대와 불신이 맞닿아 있는 양날의 검과 같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 회장은 금융당국에 몸담았기에 자칫 회원사의 입장에 서기보다는 당국의 대변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신과 불안감이 여신금융업계에 있는 게 사실이다. '협회장이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업무 강도에 비해 높은 4억 원의 연봉, 6대 금융협회 중 한 곳이라는 직위만 보고 회장직을 찾는 인사들도 적잖았기에 업계의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김 회장이 금융당국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 협회에 도움이 될 수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최근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 회추위가 김 회장을 선택한 것도 관료 출신에 대한 기대가 있었음을 방증한다.
회원사들은 현재 위기에 봉착해 있다. 카드업계는 가맹 수수료 인하로 수수료 수익이 올해 업계 전체로 8000억 원 줄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카드산업 태스크포스(TF)의 후속 조치로 논의되는 현안부터 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의 손질까지 숙제가 쌓여 있다. 자동차 금융을 주로 하는 캐피탈사들에게는 시중은행 등 경쟁자가 늘어 영업 환경이 녹록치 않다.
이런 현실은 업계가 김 회장에게 원하는 게 분명히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회원사들을 위한 규제 완화, 영업 환경 개선이다. 업계의 타는 목마름을 조금이라도 해소한다면 김 회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한 순간의 문제일 것이다.
길은 순탄하지는 않겠지만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위기를 이겨내는 사람이 빛을 발하는 법이다. 김 회장 스스로 관료 출신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색안경'을 옅어지게 만들길 기대해본다.
이효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h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