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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 차량번호를 묻지 마세요…070 전화와 중고차 시세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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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 차량번호를 묻지 마세요…070 전화와 중고차 시세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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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금융증권부 기자
평소에 070 또는 1544 등으로 시작하는 수신전화를 자주 받는 편이다. 대출 권유나 통신사 휴대폰 기기 변경 등을 해준다는 얘기겠구나 하면서도 신경이 쓰여서다.

이런 전화는 도대체 어떻게 오는 걸까 궁금증이 생겨 한 때는 "어떻게 제 번호를 알고 전화하셨죠?"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일부는 말없이 전화를 끊어버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번호를 무작위로 조합해 전화를 걸었다거나 웹사이트의 회원 가입시 제휴 마케팅을 위한 정보 제공에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때마다 웹사이트 가입시 개인정보 제공의 '선택 동의 항목'은 꼭 살피자는 매번 똑같은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차량번호는 어떨까. 차량번호는 자동차에 부착돼 있으니 누구나 볼 수 있는데 이는 개인 정보일까, 아닐까. 지금 이순간 우리 동네에 주차돼 있으니 적어도 동네 주민들에게는 내 차 번호판과 차종, 연식, 색깔까지 어쩌면 다 공개된 정보라고 볼 수도 있다.
막상 이 정보를 온라인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사 등 자동차 관련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일부 금융사들의 웹사이트에서 손쉽게 차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차량번호만 입력하면 최초 차량등록일부터 차종, 연식, 중고차 시세 등을 한눈에 보도록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름과 매칭만 되지 않을 뿐이지 차량번호만 누르면 바로 정보가 줄줄이 나온다.

해당 서비스를 하고 있는 금융사마다 기자 개인의 차량에 가족들 것까지 입력해보면서 비교해봤더니 금융사 웹사이트마다 결과의 차이는 있었으나 대부분 차종과 연식 등과 같은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무작위로 몇개의 차량번호를 눌러보니 조회가 되지 않는 것도 있고, 특정 차량 정보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누구나 확인 가능한 것은 차량번호 수집을 위해서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의 설명은 이렇다. 해당 자동차 시세 서비스는 고객편의를 위해 외부 업체로부터 관련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돈을 주고 사온다는 것이다. 해당 외부업체는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인재개발원 등 공공기관의 공개된 정보를 응용·활용할 수 있는 오픈API나 기존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보를 가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 차량정보가 어떤 업체에게는 돈이 된다는 얘기다.

개인정보보호의 필요성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법원에서도 차량번호는 공공데이터가 아닌 개인정보에 해당된다는 판결도 나왔다. 자동차 소유자의 동의 없이 자동차등록번호 등의 정보를 주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070으로 시작하는 수신전화가 불편한 것은 번호를 무작위로 돌려 전화를 했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내 개인정보가 노출됐으며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도로위에 수많은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그 차량정보들이 모여 누군가에게는 정보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돈이 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왜 개인의 차량정보의 공개 여부를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지 않는지 의아해진다.


이효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hj@g-enews.com